• [셀럽토크]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열정의 영화장인!
  • | 2019-11-22 08:00:08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요즘 충무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감독들의 조로현상이다. 경험과 내공이 단단한 중견과 노장 감독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건 엄청 드문 일이다. 할리우드에서 70대 노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1년에 두 편 정도 만들며 연륜과 내공의 힘을 보여주는 걸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15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73)은 ‘군계일학’과 같은 존재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에 이어 ‘블랙머니’까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통해 우리 사회 민낯을 고발하며 영화란 매체의 사회적 기능을 증명하고 있다.

‘블랙머니’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 열정적인 검사 양민혁(조진웅)이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쓰게 된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정감독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70조원 가치의 은행이 1조 4천원에 팔린 기가 막힌 사건의 내막을 까발리며 관객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분노할 것을 요구한다. 그도 대부분의 국민과 마찬가지로 사건이 벌어진 당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단다.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어요. 우연히 지인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울분이 느껴졌어요. 일부 기득권자들이 모두를 농단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어요. 그러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기구에 제소했는데 그 재판에서 지면 5조원 가까운 돈을 국민의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경제라는 어려운 소재를 상업 영화 범주 안에서 소화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 늘 사회적 이슈를 다루더라도 영화적 재미를 결코 놓치지 않아온 정감독은 113분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은 흥미진진한 금융범죄극을 완성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태프들과 피땀눈물 흘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어요. 처음부터 검사를 주인공으로 생각했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기자부터 동료 은행원, 변호사 등 직업이 여러 번 바뀌었어요. 결국 검사가 가장 효과적으로 사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양민혁 검사가 탄생했어요. 경제를 잘 모르는 공대 출신 아웃사이더 검사가 누명을 썼다가 실체에 다가간다는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선택됐죠. 사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들은 골치 아픈,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영화감독은 귀찮다고 피해선 안돼요. 어려운 문제를 재미있게 포장해서 관객들이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설득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랙머니’를 보면서 관객들이 단순히 억울해하기보다 공감하고 분노했으면 좋겠어요.”

‘블랙머니’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조진웅과 이하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하는 영화 속에서 영화의 양축을 맡아 선굵은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정지영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배우들이 노장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는 걸 보기 힘든 현재 충무로 상황에서 이들은 이상적인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영화에 힘을 배가한다.

“조진웅은 언젠가는 꼭 한 번 일을 해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끝까지 간다’, ‘독전’, ‘완벽한 타인’을 봤는데 정말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양민혁이 기자들 앞에서 폭로하는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죠. 그 장면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영화는 실패예요. 카메라를 세대 놓고 찍었는데 단숨에 오케이컷이 나왔어요. 끝내고 내려올 때 어깨를 툭 쳐치며 ”너 많이 울렸다“며 칭찬해줬어요. 이하늬는 스태프들이 추천했는데 처음에는 주저했어요. 오만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슈퍼 금수저 국제 변호사 김나리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만나보니 우려였어요. 내공이 정말 단단한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의에 편에 있는 듯 하다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따르고 그걸 합리화하는 오만한 금수저 엘리트 캐릭터를 정말 살려주었어요.”

정감독은 70대 나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청년의 느낌을 갖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젊음의 원천, 비결이 궁금해졌다. 그건 영화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 유연한 사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꾸준한 관심 덕분이다. 그는 인생 선배로서 ‘5포 세대’로 불리는 젊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자기도 근원을 모르는 분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왜 분노하는지 잘 모르거나 아는 걸 아예 회피하며 살고 있어요. 그 분노의 정체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알고 용기 있게 대면해야지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아직도 현장에 있을 수 있는 건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제가 할 줄 아는 건 영화감독밖에 없거든요. 꾸준히 준비하다보니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제 또래 감독들 모두 쉬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 차기작을 준비 중이에요. 저도 그분들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제 또래가 없으니 혼자서 좀 외롭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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