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토크] 김동호 위원장, “문학의 도시 강릉의 특색 살린 영화제 만들고파!”
  • | 2019-11-13 10:14:44
  • 사진=최재욱기자 jwch6@sportshankook.co.kr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나이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지난 8일 개막한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인생의 제2막을 여는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82)은 그 어느 20대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문학과 영화의 만남’이란 영화제 캐치프레이즈 때문일까? 희망과 열정이 가득한 ‘문학소년’, ‘씨네필’의 느낌이 강했다. 슬럼프에 빠져 삶의 의욕이 떨어진 사람이 한 번 만나면 생각이 저절로 바뀔 듯했다.

개막식 다음 날인 9일 아침 강릉 모 호텔에서 만난 김위원장은 그만큼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전날 밤 12시까지 강행군을 펼쳤음에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까지 했다는 그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된 개막식에 대한 찬사를 꺼내자 함박미소를 터뜨렸다. 지난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은 국내 다른 영화제와 달리 시장과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오르지 않고 특색 있는 공연과 개막작 상영으로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원래 대부분의 영화제에는 관료가 개막식 무대에 올라 개막선언을 하지 않아요. 관료제가 아직 확실한 일본이나 중국에서나 있는 일이죠.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색적인 이벤트로 제가 집어넣었는데 그게 그리 고착화될 줄 몰랐어요. 다 제 책임이죠.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어 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잠시 다시 맡았을 때 없앴어요. 이번 강릉국제영화제를 맡을 때도 김한근 강릉시장에게 개막식에 저나 시장이 무대에 오를 일은 없다고 말했어요.”

그만큼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는 독립성을 보장받고 출발했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관의 입김에 부침을 겪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김위원장은 초대 강릉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할 때 독립적인 운영을 약속받았다는 후문. 그러나 주위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쌓은 업적에 누가 될까 염려했기 때문. 그러나 김위원장은 과거에 함몰돼 살 사람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어제보다 오늘과 내일이 더 중요했다.

“사실 저도 몇 번 거절을 했어요. 김한근 강릉시장을 배우 안성기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조문장소에서 처음 봤는데 제가 문상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때는 전 자문 역할 정도만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8월 초에 다시 찾아오셨어요. 시장님이 자기는 부조직위원장 역을 맡아 예산을 따오는 일에만 매진할 테니 조직위원장 역을 맡아 달라고 하셨어요. 두 번을 찾아왔는데 지자체가 이 정도 열의가 있다면 영화제가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맡겠다고 결심한 후엔 주위의 반대가 심했어요. 안 될 게 뻔한데 왜 부산영화제로 쌓은 명성을 실추시키려고 하느냐며 말렸죠. 그러나 전 생각이 달랐어요. 문학과 영화의 만남이란 영화제 기조도 좋았고 강릉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이었어요. 인구도 적당하고 동계올림픽을 치르며 호텔이나 기반 시설이 잘 갖춰졌고 경관도 좋아 영화제를 해볼 만한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 사진=최재욱기자 jwch6@sportshankook.co.kr
부임한 지 불과 3개월이라는 기간에 국제영화제를 제대로 치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러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인맥왕’ 김동호 위원장에게는 그다지 걱정할 만한 악조건은 아니었다. 1961년 문화공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 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화부 차관을 거쳐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아장커 감독을 영화제 개최 3개월 전에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김동호 위원장뿐일 것이다. 또한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가린 누그로호 욕자카르타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로나 티 마카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마르틴 떼루안느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 등도 김위원장 초청으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강릉을 찾았다.

“맡자마자 8월20일쯤 고레에다 감독에게 연락을 했어요. 내가 찾아가겠다고 했죠.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먼저 파야죠.(웃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다녀온 후 만났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은혜를 갚으러 가겠다고 하더군요. 지아장커 감독도 의리 차원에서 금방 수락을 해줬어요.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전 세계 영화제 조직위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 영화제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는 포럼은 강릉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열리는 거예요. 영화제의 유엔 총회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김위원장은 강릉국제영화제를 부산국제영화제만큼의 규모로 키울 꿈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위원장은 강릉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인 ‘문화과 영화의 만남’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했다. 작고 알찬 특색 있는 영화제로 키우고 싶은 게 그의 목표다.

“강릉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 상대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부산보다 훨씬 작은 지역에서 적은 예산으로 치르는 영화제예요. 문학이란 기조에 맞춰 특성화시켜 나가야죠. 강릉은 허균, 허난설헌, 신사임당, 이율곡이 태어난 문학의 도시예요. 처음에는 ‘강릉문학영화제’였는데 분야가 좁아지는 느낌여서 바꿨죠. 올해는 최인호 작가 회고전이 열리고, 1960`70년대 만들어진 문학 작품들을 영화화한 문예영화들이 집중 조명돼요. 또한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수 밥 딜런 다큐멘터리도 상영되죠. 앞으로도 문인과 영화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에요. 내년부터는 경쟁 부문을 신설할 건데 문화 작품 원작으로 만들어진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 지원할 예정이에요. 웹 콘텐츠도 포함해 영화제 외연을 넓힐 생각이에요.”

  • 사진=최재욱기자 jwch6@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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