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국 봉쇄' 윤영글 "상상하고 꿈꾸던게 현실이 됐다"
스포츠한국 허행운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10-22 21:00:09
  • 여자축구대표팀 골키퍼 윤영글. ⓒ대한축구협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한때 대표팀 3옵션 골키퍼였던 윤영글(33·경주한수원축구단)이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선방쇼를 펼치며 영웅이 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여자 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칠더런스머시 파크에서 열린 A매치 친선경기 1차전 미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미국을 상대로 모든 면에서 열세라고 평가받는 한국 대표팀(랭킹 18위)이었다. 미국과의 역대 상대 전적은 13전 3무 10패. 단 한 번도 미국을 이겨본 기억이 없다.

무엇보다 미국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과 무승부를 기록한 후, 홈에서 22연승을 달렸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미국 원정을 떠난 팀 중 무승부조차 수확한 팀이 없었던 것. 그러나 다시 한 번 한국을 만나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어오던 연승 행진을 마쳤다.

비록 승리가 아닌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대표팀을 향한 박수가 쏟아지는 이유다.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바로 굳건하게 한국의 골문을 지킨 윤영글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공세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미국이 이날 기록한 슈팅 수는 19개. 그 중 8개가 유효 슈팅이었다. 하지만 그 슈팅의 마지막엔 언제나 윤영글이 있었다. 경기 내내 윤영글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몇 차례 한국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최후의 보루’ 윤영글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잘 수습해줬다.

  • ⓒ대한축구협회
경기 후 윤영글은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골키퍼로서 실점하지 않고 경기 마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힘든데도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고 덧붙이며 함께 싸운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펼친 선방쇼의 비결에 대해 묻자 윤영글은 “벤치에 앉아있으면서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다. 그동안 항상 상상하고 꿈꾸던 것들이 현실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필드플레이어로 축구를 시작한 윤영글은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2009년, 골키퍼 장갑을 처음 꼈다. 이후에도 몇 차례 포지션을 왔다갔다 했던 윤영글은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시절(2012~2016) 팀 사정에 의해 골키퍼 포지션에 정착했다.

이후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2015년 3월 스코틀랜드와의 A매치에 데뷔했지만 김정미, 전민경 등에게 밀린 ‘No.3 골키퍼’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늦은 나이에 골키퍼로 전향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윤영글이다.

하지만 2017년 현 소속팀 한수원으로 이적한 후 김풍주 골키퍼 코치의 지도 아래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9월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두 경기에 연속 출전한데 이어 이번 미국전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국민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윤영글은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준비해왔던 것들을 펼쳐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윤영글의 활약에 힘입어 0-0 무승부를 거둔 한국 대표팀은 오는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알리안츠 필드에서 다시 한 번 미국과 상대한다. 윤영글은 “2차전에 또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회복할 시간이 있으니까 잘 준비해서 이기는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하며 2차전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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