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불붙은 마케팅 전쟁…신시장 선점에 미래 달렸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개막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작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5G 준비 현황과 사업 전략 등을 살펴본다.

5G 기술의 핵심은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1초당 최대 20GB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4세대 이동통신(4G) 'LTE'는 1초당 1GB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5G는 4G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5G 기술은 많은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도 끊김 없이 데이터가 잘 전송되도록 한다. 더불어 UHD(초고선명) 영상 화질보다 4배 높은 ‘8K UHD(7680×4320 픽셀 해상도, 일반 UHD의 경우 3840×2160픽셀 해상도)’ 영상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며,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내려 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바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7월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파크센터에 모여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동시 상용화하기로 결의했다. 5G 서비스는 2019년 3월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SK텔레콤,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5G망 보안 강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로야구 개막전-5G 초고속 시연(2017.3), 5G 체험관-을지로 T.um 개관(2017.9), 5G 체험관-서울광장 이글루(2018.1), 복수의 자율주행차 시연(2018.2) 모습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 6월 5G 주파수 경매에서 3.5GHz 대역(가장 낮은 주파수로부터 가장 높은 주파수까지의 영역)에서 가장 넓은 주파수인 100MHz 폭과 28GHz 대역에서 800MHz 폭을 할당받았다. ‘노른자위’로 평가되는 C대역을 확보해 최고의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해당 대역은 공공주파수에서 떨어져 있어 타 대역과 달리 간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향후 C대역의 우측에 있는 주파수가 5G 주파수로 용도 전환이 가능함을 고려할 때, 5G 서비스 수요 확대에 따른 주파수 확장도 쉽다. 이런 이유로 관련 업계는 SK텔레콤이 할당받은 C대역 주파수를 ‘노른자위’ 대역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세계 표준 기반 5G 상용화 기술에 앞서 2017년 12월 ‘5G-LTE 복합(NSA, Non-Standalone)’ 규격 기반 5G 시연을 세계 이동통신사 중 처음으로 성공했다. 어느 통신사보다 먼저 세계 표준 5G를 시연할 수 있었던 것은 5G 표준에 SK텔레콤 기술이 다수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4년간 자사 기술을 3GPP(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표준화 단체에 공유하며 5G 표준 완성에 기여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총 258건의 5G 기술을 표준화 단체에 제안해 이 가운데 122건이 표준으로 반영됐으며, 총 218건의 5G 기술 관련 특허를 확보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5G가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인프라로 활용되기 위해선 ‘망 보안’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양자암호통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세계 1위 양자암호 기업인 스위스 ‘IDQ’사를 인수해 원천기술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통신기술로,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현존 최고의 통신보안 기술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2017년 7월, 2018년 1월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두 차례 발송했다. 이후 장비업체 선정을 위한 기술 검증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에는 장비업체를 선정해 5G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6월 이동통신 고객들에게 5G 상용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5G 브랜드 '5GX'를 홈페이지, 유튜브, TV광고 등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5GX'는 차세대 네트워크인 5G가 산업, 경제,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새로운 경험(eXperience), 한계 없는 확장(eXpand), 특별함(eXtraordinary),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미지수 'X', 협력하면 효과가 곱하기(X)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KT, ‘배틀그라운드’와 손잡고 5G 마케팅 나서

KT와 현대자동차가 ‘5G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행했다.

KT는 5G 관련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위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6년부터 평창 5G 센터를 열고 시스템 개발 및 평창 5G 네트워크 구축에 힘썼다. 서울 광화문에도 홍보 시설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5G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 중이다.

KT는 5G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 위치 및 운행정보를 수신하는 동시에 레이더와 센서로 위험요소 확인도 가능한 5G 기반의 차량 통신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를 구현했다. 앞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전방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차량 간 영상 공유’, 가까운 신호등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차량 자동제어’, 차량 간 속도 데이터 공유를 통한 ‘차량 간격 유지’ 등의 기능을 가졌다.

KT는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5G 마케팅 및 e스포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며, 모바일 게임 대회 개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진행한다. KT는 최근 펍지주식회사와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5G 마케팅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사용자들과 e스포츠 시청자들, 그리고 추후 KT의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게임과 e스포츠는 5G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라며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차별화된 게임 요소가 KT의 5G를 만나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얼라이언스’ 창립총회에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개방형 5G 표준’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O-RAN 얼라이언스’는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이 개방형 5G 네트워크 표준화를 위해 조직한 단체로, KT를 포함해 AT&T, 차이나모바일,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 오렌지 등 세계 주요 12개 통신사가 참여했다. 향후엔 5G 장비 제조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개방형 5G 네트워크’는 전용 기지국 장비를 사용하던 기존 무선 네트워크와는 달리,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의 연동이 가능해져 중소기업들도 쉽게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홍범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전무)은 "내년 초로 다가온 5G 상용화를 위해 개방형 5G 네트워크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해지고 있다"며 “KT는 앞으로도 국제적 연합체 활동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1등 5G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KT는 5G 도입에 따른 주요 산업 및 환경 변화와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5G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5G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다루며 단순히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수익이 아닌 5G 관련 산업별로 기업, 소비자, 서드파티(3rd party, 주어진 규격에 맞춰 생산하는 중소 규모 개발자)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편익, 기반 환경의 효율화, 편의성 증가에 따라 사회와 시민이 누리게 되는 편익 등을 수치화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5G와 관련성이 깊은 10대 산업 영역인 자동차, 제조, 헬스케어, 운송, 농업, 보안/안전, 미디어, 에너지, 유통, 금융 산업의 편익 등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2025년에 최소 30조3235억 원, 2030년에는 최소 47조752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LG유플러스, 5G 이용한 스포츠 중계 선보여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LG유플러스 본사 5G 체험관에서 방문객들이 원격제어 드라이브를 경험하는 모습<사진=LG유플러스>

4G LTE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던 LG유플러스 역시 발 빠르게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가장 먼저 5G 핵심 서비스를 발표한 바 있다.

최주식 LG유플러스 5G추진단장은 “모든 국민이 5G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5G 네트워크를 적기에 구축하겠다”며 “4G 서비스를 가장 먼저 발굴해 4G LTE 시장을 선도했듯이 5G에서도 반드시 1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초고속, 초저지연(Ultra-Low Latency), 초연결(Hyper Connected)이라는 5G의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략이다. 아울러 5G 상용망 구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가능한 서비스들은 먼저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사전에 5G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에 ‘U+프로야구’와 ‘U+골프’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U+프로야구와 U+골프는 LG유플러스가 연초 발표한 5G 생중계를 서비스화한 것이다. U+프로야구는 실시간 경기 중계를 보면서 홈, 1루, 3루, 외야의 시각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동일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 수 있고, 경기를 시청하면서 많은 영상과 자료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U+골프 역시 실시간 경기 중계와 함께 시청자가 원하는 또 다른 경기를 시청할 수 있고, 지난 홀의 경기 장면을 쉽게 돌려 보는 것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상하이 2018'에서 세계 최초로 5G망 기반 VR e-스포츠(온라인 게임 대전) 글로벌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차이나텔레콤 등과 함께 상하이 현장에서 진행된 VR 게임대전을 서울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사옥 5G 체험관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 가상현실·증강현실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 기기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도록 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5G 시대에 원격제어와 영상인식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산업현장, 공공안전 분야 서비스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5G를 기반으로 무인 자율작업이 가능한 건설기계 기술 개발 등 스마트 건설 사업협력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드론으로 건설현장을 촬영한 대용량의 3D 데이터를 5G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하고, 이를 토목공사 3D 설계도와 비교하며 자동으로 작업량 및 시공 계획을 산출한다. 산출 데이터가 현장의 건설기계로 전송되면 건설기계가 센서와 관제 플랫폼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작업을 실행한다. 건설기계에 초저지연 영상 송신기를 설치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수백km 이상 떨어진 관제센터에서도 모니터링 중인 작업자가 마치 건설기계 조종석에서 직접 작업하는 것처럼 영상을 보면서 지시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진행된 5G 주파수 경매에서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의 주파수를 각각 8095억 원, 2072억 원(SKT의 경우 3.5GHz 대역 1조 2185억 원, 28GHz 대역 2073억 원, KT의 경우 3.5GHz 대역 9680억 원, 28GHz 대역 2078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주파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후 LG유플러스는 5G 상용망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7월 25일에는 국내 장비 제조사 다산네트웍솔루션즈와 유비쿼스의 차세대 전송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 4월부터 노키아와 고성능 고효율 5G 장비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네트워크 성능은 향상하면서 사이즈와 비용,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리프샤크(ReefShark)’ 칩셋을 활용한 한국형 5G 기지국 장비 기술이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초 5G 상용화 준비를 전담할 5G추진단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5G추진단을 비롯해 미래 핵심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FC(Future and Converged)부문, 5G 상용망을 구축하는 NW(Network)부문 등을 마곡 사옥으로 이전해 시너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경석 기자

“5G 서비스의 핵심은 모바일·동영상 서비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G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가 핵심"이라며 "특히 해상도가 높은 영상들이 원활히 제공되면 더 많은 데이터가 소비되면서 동영상 시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서비스는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은 터라 시장이 빠르게 커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자율주행 등 B2B(기업 간 거래) 관련 서비스도 여러 규제로 인해 널리 상용화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은 특정 수요에 적합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서비스를 빨리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석무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은 5G와 관련해 ‘표준’을 강조했다. 그는 "5G에 관한 국제적 표준이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 기구 ‘3GPP’에 의해 정해졌다”며 “표준에 맞춘 기술 개발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웨이, 에릭슨의 경우엔 90% 정도 5G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며 “내년 상반기 중에 5G 서비스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5G 주파수 경매가 과열 없이 마무리돼 이동통신 3사의 부담이 완화됐다"며 "2019년 초 5G 서비스 상용화가 예정돼 있어 이동통신 3사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2~2017년 5년간 4G 가입자당 데이터 이용량은 5배나 증가했다”며 “이동통신 서비스는 5G 시대에 접어들며 VR, AR,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질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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