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영업이익률 ‘부가사업’ 성장이 황금알을 낳나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강민경 기자

최근 국내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항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CC 6개사는 별도 기준으로 전체 매출 3조6309억원, 전체 영업이익 2783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 35.0%, 영업이익 92.7%가 오른 성과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고유가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부가사업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음을 꼽았다. 이러한 부가매출의 성장은 올해 LCC 업계의 이익 안정성 지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CC 업계는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LCC 6곳의 전체 매출은 34.2% 증가한 1조1760억원, 전체 영업이익은 130.9% 급증한 1861억원에 달했다. LCC 업계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1768억원을 추월했다.

LCC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제주항공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9% 증가한 581억원, 영업이익률 9.8%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2014년 3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6.4% 증가한 5918억원, 당기순이익은 66.6% 증가한 538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창립 이후 첫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항공업계 강자로 부상했다.

최근 3년간 제주항공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5년 매출 6081억원, 영업이익 504억원, 순이익 472억원 △2016년 매출 7476억원, 영업이익 587억원, 순이익 532억원 △2017년 매출 9963억원, 영업이익 1016억원, 순이익 771억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실적 상승세를 그렸다.

제주항공의 실적이 고공행진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 측에서는 역대 최고의 상반기 실적에 대해 △수요를 감안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기단 확대 △노선 및 기단 확대에 따른 항공기 가동률 향상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정비비, 리스료 등 주요 고정비용 분산 △단순 여객수송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부가사업 시도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제주항공 영업이익 66%가 부가매출서 발생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 실적 성장세의 핵심은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서도 특히 ‘부가사업 매출(부가매출)’에 있다고 지목한다. 부가매출은 항공권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을 제외하고 초과수하물, 예약 취소‧변경 수수료, 에어카페, 좌석선택 및 좌석 추가구매, 기내 판매, 기내 면세 등으로 발생하는 부가적인 수익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부가매출은 8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의 경우, 부가매출 비중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제주항공 전체 매출 가운데 부가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1.4% 수준이었지만, 2017년 2분기에 9.1%까지 증가했고 이후 △2017년 3분기 7.6% △2017년 4분기 8.2% △2018년 1분기 7.1% △2018년 2분기 8.3% 등 7~8%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2017년 제주항공의 총 부가매출 규모는 789억원으로, 주요 사업 항목은 초과수화물(139억원), 부대판매(113억원), 에어카페(55억원), 기내 판매(31억원) 등의 순이었다.

제주항공 기내 모습. (사진=연합,제주항공 제공)

부가매출 비중 자체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부가매출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의 부가매출 영업이익은 675억원으로 집계돼 전체 영업이익 1016억의 66%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부가매출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또 부가매출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80%를 상회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2020년 부가사업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힌 바 있다.

다른 LCC들의 실적 성장세도 무섭다. 제주항공과 함께 LCC 업계 투톱을 형성하는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 5063억원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27.5% 증가한 594억원, 당기순이익은 23.3% 증가한 413억원을 달성했다. 진에어는 ‘면허 취소’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른 LCC들도 부가매출 비중 꾸준히 상승

올해 8월초 상장사 대열에 합류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상반기 성장세가 가장 돋보였다. 티웨이항공의 영업이익률은 13%로 제주항공(9.8%)과 진에어(10.9%) 등 상장된 LCC 가운데 가장 높았다. 티웨이항공의 올 상반기 매출은 3662억원, 영업이익은 477억원에 달했고,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30%가량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71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티웨이항공은 창립 8년 만에 매출 최하위에서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며 LCC 업계 3위로 자리매김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1분기 매출 1691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3%와 174%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에어부산은 매출 5617억원, 영업이익 345억원, 당기순이익 285억원의 실적을 낸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1587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566%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서울은 올해 1분기 매출 56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에서 18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흥미로운 점은 위 5개 LCC의 실적 구조에서도 부가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진에어의 경우엔 지난해 상반기 4%였던 부가매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 들어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했고,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등도 부가매출 비중이 4~5%에 달했다.

진에어 여객기. (사진=진에어 제공)

진에어는 상장 이후 온라인을 통해 초과 수하물 수수료, 사전 좌석 지정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에어의 총 부가매출 규모는 386억원으로, 사업 항목별로는 티켓 변경 및 취소 수수료(195억원), 기타 부가 서비스(121억원), 기내 상품 판매(38억원), 초과 수하물 수수료(32억원) 등 순으로 컸다.

티웨이항공은 2014년 8월부터 라면 등 유료 기내판매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유료 사전주문 기내식 서비스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의 올 상반기 실적 급상승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LCC와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번들서비스’다. 번들서비스는 항공권을 구매할 때 기내식 사전 예약 주문, 추가 위탁 수하물, 사전 좌석 지정 등 부가 서비스를 한꺼번에 묶어 할인 판매하는 식이다. 에어부산도 최근 이른 시일 안에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유료서비스 제공에 소극적이었던 에어서울도 올해부터 특가 항공권 구매 승객에게 수하물 요금을 부과하고 기내 판매 서비스 품목을 다양화 하는 등 부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항공사가 부가매출 확대에 적극 나선 이유에 대해 분기별 이익 격차를 줄이고, 국제유가와 환율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한편 이들 항공사의 부가매출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각사 모두 “부가매출 규모는 알려줄 수 있으나 그에 따른 영업이익을 공개할 순 없다”며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객 응대 시스템 미비는 문제점 지적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LCC 업계 수익구조의 긍정적 변화가 서비스 유료화 정책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대형 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과금하는 LCC만의 영업방식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LCC의 경우 해외 LCC의 ‘두 자릿수’ 부가매출 비중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에 부가매출 비중 확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 LCC는 보통 부가매출이 총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특정 해외 LCC의 경우 부가매출 비중이 3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가매출 집중 확대 전략에 대한 우려 섞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항공사 경영 전략이 부가 서비스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사업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단체들은 부가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항공사의 상황에 대해 지적한다.

제주항공 기내 판매 서비스. (사진=제주항공 제공)

실제 최근 한 LCC는 불완전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웹사이트에 오픈하면서 고객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 고객은 항공사가 미흡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함으로 인해 수수료를 6배 이상 물게 됐으나 항공사 측은 “사내 간편결제 시스템이 개발 단계에 있어 그렇다”며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공사는 또 기내식 판매의 주 메뉴인 컵라면 서빙 시 승무원의 과실로 발생한 화상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대처 방안을 보여 피해 고객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당시 해당 항공사는 세탁비 1만원을 제시한 후 배상동의서를 내밀었으나 피해 고객이 이를 거부하자 “영수증으로 증빙 가능한 범위에서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LCC 업계의 특수한 매출 구조상 부가매출 확대를 위한다면 규모만 늘릴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시스템이 완비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항공기의 특성상 어떠한 비상사태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소수수료 및 기내 판매 등으로 영업이익을 높이는 매출 구조 속에서 결제 시스템 및 판매 안전 시스템 미비는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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