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과 함께한 음식들…세월 따라 사라지고 변해가다

전북 순창 '남원집'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그렇지 않다. 사라지는 음식은 슬프다. 고왔던 음식과 더불어 추억도 사라진다. 명절이다. 사라진 음식, 사라지고 있는 음식, 사라질 음식들을 되돌아 본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장닭백숙 : 경기도 연천 '충남식당' 오래 전에는 암탉과 수탉의 비율이 같았을 것이다. 수탉은 ‘장닭’이다. 질기지만 잘 조리하면 특유의 깊은 맛이 있다. 수평아리는 버린다. 다 자란 장닭은 드물다. ‘돈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수평아리는 쉬 버린다. 장닭 노계는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충남식당’에서는 5∼6kg 대의 ‘장닭백숙’을 만날 수 있다.

묵해장국 :경북 경주 ‘팔우정해장국’ 전국 어느 골목이라도 크고 작은 해장국 집 하나둘은 있다. ‘묵해장국’은 드물다. 음식의 내용물은 묵, 머리를 잘라낸 콩나물 등이다. 조미료로 말린 모자반을 사용한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다. ‘팔우정해장국골목’의 시작이 ‘팔우정해장국’이었다. 주인 할머니 연세가 많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음식 맛도 들쑥날쑥하다. 안타깝다.

은어조림 :경북 안동 ‘물고기식당’ 예전에는 내륙의 강이 맑았다. 은어가 살았다. 지금은 은어를 양식으로 기르고 있다. 경북 안동의 ‘물고기식당’은 민물고기 전문점이었다. 오래 전에는 자연산 은어를 사용했다. 안동의 건진국시 국물도 말린 은어로 만들었다. ‘물고기식당’도 지금은 양식 은어를 사용한다. 주인 부부가 연세가 많다.

닭내장구이 :강원도 춘천 ‘원조숯불닭불고기’ 춘천의 닭갈비와는 달리 직화, 숯불에 닭고기를 구워먹는다. 살코기와 더불어 닭내장도 내놓는다. 닭내장은 손질이 까다롭다. 역시 재료 손질에 들어가는 인건비 문제다. 손님 입장에서는 굽기가 아주 까다롭다. 살아남는 이유는 간단하다. 닭내장 특유의 맛이 있다. 춘천 ‘원조숯불닭불고기’에서 만날 수 있다.

닭장떡국: 전남 화순군 ‘남도의향기’ 늦가을 생닭을 손질한다. 재래 간장에 닭은 담가둔다. 이듬해 설날, 닭은 간장과 섞인다. 발효, 숙성된다. 닭고기 성분은 간장에 배고, 간장은 닭고기 속에 들어간다. 이 간장이 ‘닭장’, 닭고기 간장이다. 간장으로 국물을 만들고 고기는 찢어서 고명으로 사용한다. 닭장떡국, 이제는 사라진 음식. 화순 ‘남도의향기’에서 만날 수 있다.

털레기탕: 경기도 고양시 ‘대자골토속음식’ 원형 털레기탕과는 거리가 있다. 정확하게는 미꾸라지 털레기탕이다. 원형 털레기탕은 민물 잡어로 끓이는 것이다. 봄철 농촌. 비가 오면 잠깐 농사일을 쉰다. 민물 잡어와 채소를 넣고 끓여먹었다. 수제비나 국수를 넣는다. 잡어는 귀해지고 그나마 잡어를 꾸준히 잡을 인력도 부족하다. 미꾸라지 털레기라도 고맙다.

황소육개장: 경기 남양주 별내 ‘황소한마리육개장’ 거세우 개념이 없던 시절 황소와 암소의 비율은 늘 반반이었다. 황소는 암소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제공한다. 황소고기는 암소보다 질기다. ‘고기’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니 거세우가 등장했다. 경기도 남양주 별내의 ‘황소한마리육개장’은 지금은 보기 드문 황소고기로 육개장을 내놓았다. 주인이 입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휴업 상태.

피순대: 전북 익산 ‘정순순대’ 왜 호남에서 피순대가 발달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은 없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다. 채소도 흔하다. 추운 북쪽과 달리 채소를 반드시 순대에 넣을 필요는 없다. 전국적으로 ‘전주 피순대’가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피만 빼곡히 넣은 피순대’는 드물다. 전북 익산 중앙시장 부근의 ‘정순순대’에서 만날 수 있다.

감자전: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 ‘진부집’ 강판에 갈아서 만드는 감자전은 보기 드물다. 대부분 믹서기다. 강판에 간 감자로 붙인 감자전은 몇 해 전 강릉 중앙시장의 ‘진부집’에서 볼 수 있었다. 새 단장을 한 중앙시장에는 여전히 ‘진부집’이 있다. 주인도 그대로다. 다만 연세 드신 주인이 강판 대신 믹서기를 사용하지만 강하게 요구할 수는 없다. 3000원이다.

촛물두부: 강원도 인제군 ‘미산민박식당’ 콩으로 두부를 만들면 3가지가 나온다. 두부, 촛물, 비지다. 영양분은 두부 25%, 촛물 10%, 비지 65% 정도로 추정한다. 예전에는 콩이나 간수 모두 귀했다. 두부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비지와 촛물을 사용한 이유다. ‘미산민박식당’의 손두부는 마치 뽀얀 두유에 두부를 담근 것 같다. 강원도 사람들이 ‘촛물두부’라고 부른다.

첨면장: 서울 은평구 ‘마마수교자’ 짜장면에는 ‘춘장’을 사용한다. 춘장이라는 이름은 유래를 찾기 힘들다. 원형 짜장면에는 ‘첨면장’을 사용했다. 이제 수공업으로 만드는 첨면장은 사라졌다. 대신 공장에서 제조하는 ‘춘장’을 사용한다. 서울 은평구의 ‘마마수교자’에서는 ‘산동짜장면’을 내놓는다. 주인의 친정아버지가 화상노포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만들었던 ‘첨면장’이다.

물짜장 : 전북 익산 ‘국빈반점’, 군산 ‘홍영장’ ‘물짜장’은 사라졌다. 전북 익산의 ‘국빈반점’이 물짜장으로 유명했다. 화상 노포 ‘국빈반점’은 문을 닫았다. 우리에게 된장이 있다면 중국에는 ‘첨면장(甛麵醬)’이 있다. 한반도의 첨면장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지금의 짜장면, 춘장으로 바뀌었다. 첨면장과 춘장 사이에 물짜장이 있다. 군산 ‘홍영장’에 비슷한 모양의 물짜장이 남아 있다.

호남 100기 밥상: 전북 순창 ‘남원집’ 전설처럼 떠도는 ‘호남의 100기 밥상’이다. 순창의 ‘남원집’에서 만날 수 있다. 가격은 인원수에 따라 1인당 2만2천원부터 3만 원 정도다. 소문처럼 큰 상에 세 겹으로 반찬을 차려서 내놓는다. 때로는 2겹을 차리고 먼저 나온 반찬을 먹고 나면 반찬 그릇을 바꾸기도 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 두 분이 모두 고령이다.

태양건조국수: 전북 임실 ‘백양국수’ 대형 공장에서 생산되는 국수는 열풍건조 방식이다. 전북 임실의 ‘백양국수’는 국수를 만든 후 건물 옥상에서 태양열로 말린다. 국수 맛도 다르다. 방송에 나온 후 전국에서 국수 주문이 쏟아지지만 대부분의 과정을 ‘손’으로 해낸다. 여전히 옥상에서 말린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다. 맛은 다르다.

꿩고기 전문: 충북 충주시 수안보 ‘대장군식당’ 꿩고기 전문점이다. 꿩고기 만두와 꿩고기를 이용한 샤부샤부, 꿩불고기 등이 있다. 1대 꿩고기 기능보유자에 이어 2대 전승 중이다. 꾸준히 꿩고기를 내놓고 꿩고기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예약을 하고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꼬치에 꿴 구이도 가능하다. 비교적 담백한 맛이다. 밑반찬 등도 수준급이다.

생멸치구이: 경남 남해군 ‘우리식당’ 멸치구이를 먹을 수 있다. “멸치도 구워먹느냐?‘고 되물을 필요는 없다. 멸치는 육수를 내는데 사용한다. 맛이 깊다는 뜻이다. 이 멸치를 생멸치 상태로 구우면 맛이 없을 리 없다. 생멸치 회, 생멸치 조림도 가능하다. 부산 부근의 기장이나 경남 통영 등에서도 가능하지만 마니아들은 남해의 ’우리식당‘을 찾는다.

더덕보푸라기: 충북 보은군 속리산 ‘경희식당’ ‘경희식당’은 업력 70년의 노포다. 속리산 인근의 산채가 한상 가득이다. 버섯도 보기 드문 외꽃버섯 등을 내놓는다. 돋보이는 것은 음식의 다양함이다. 서민의 음식이 있는가 하면 각종 정과 같은 궁궐, 반가의 음식도 있다. 더덕보푸라기는 흔하지만 귀한 음식이다. 일일이 손으로 찢어야 한다. 부드럽고 고운 자태도 일품이다.

잡채와 빼대기 죽: 서울 강남구 ‘진주부엌 하모’ 잡채는 흔한 음식이다.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반찬으로 잡채를 내놓는다. 원래 모습의 잡채와는 다르다. ‘잡채(雜菜)’는 ‘여러 가지 채소 모둠’이다. 당면이 잡채에 들어오면서 원형 잡채는 무너졌다. ‘진주부엌 하모’에서는 원형 잡채, 제대로 된 귀한 음식 잡채를 만날 수 있다. 말린 고구마로 끓인 ‘빼대기죽(삐대기죽)’도 내놓는다.

어만두: 경북 영양군 ‘음식디미방’ 체험관 어만두는 사라진 음식이다. 경북 영양군의 ‘음식디미방’ 체험관은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들을 재현, 식탁에 내놓는다. 그중 하나가 생선살로 빚은 어만두다. 1670년경에 저술된 <음식디미방>은 친정인 안동, 시집인 영양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고향인 봉화의 반가 음식을 골고루 담았다. 동아를 이용한 음식도 있다.

헛제삿밥: 경북 안동 ‘까치구멍집’ 헛제삿밥은 반가에서 차려내는 당대 최고의 음식이다. 화려하게 차려내는 것은 물론이다. 최고의 밥상은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것이다. 제사를 모시지도 않으면서 마치 제사상같이 화려한 음식을 차려낸 것이 바로 헛제삿밥이다. 손이 많이 간다. 상업적 음식으로는 적절치 않다. 경북 안동의 몇몇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골부리해장국: 경북 안동 길안면 ‘장터분식’ 꼴부리 혹은 골부리는 민물 다슬기의 경북 북부 지방 사투리다. 생선이 귀한 내륙에서는 널리 먹었다. 충청도의 ‘올갱이 해장국’도 마찬가지. 민물 다슬기다. 경북 안동 길안면의 ‘장터분식’은 골부리 해장국 전문점이다. 다슬기와 더불어 채소를 넣고 국을 끓인다. 국물은 된장 푼 물이다. 직접 잡은 골부리로 국을 끓인다.

태평추: 경북 예천 ‘동성분식’ 농 삼아 하는 말이다. 예천 사람들은 전 국민이 겨울이면 태평추를 먹는 줄 안다. 겨울이면 읍내 군데군데 식당에서는 태평추를 내놓는다. 메밀묵, 신 김치, 돼지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인다. 술안주로 혹은 밥반찬으로 내놓는다. 돼지고기, 신 김치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읍내 ‘동성분식’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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