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2030 부동산 카페 회원들이 말하는 ‘미친 집값’
  •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들은 집도 살 수 없나요”
  • | 2018-10-01 23: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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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카페의 인기가 뜨겁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인터넷 카페 ‘부동산 스터디’는 2006년부터 운영돼 가입자 수가 무려 56만 명을 넘어섰다. 이 카페에는 서울시 각 구부터 시작해 대전, 대구, 세종시에 이르기까지 각 구역별로 부동산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돼 있다. 시세를 물어보고 매매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회원들로 가득했다. 이들 가운데 20~30대 회원을 만나 ‘대한민국의 미친 집값’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한국은행은 9월 27일 2018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9로 8월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1년 뒤 주택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보여주는 수치로, 9월에 기록된 ‘119’는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향후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가계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17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에 따르면 서울은 5.44%, 수도권은 2.69% 상승했다. 반면 세종시는 0.37% 상승에 그쳤고 기타 지방은 0.77%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집값 상승에 대해 직접 체감하고 수도권에서 부동산 투자에 나선 2030 세대를 만나봤다. 직접 투자를 경험했던 사례부터 부동산과 관련된 간접적인 사례까지 들려줬다.

부동산 카페 정보, 객관적 정보 여부 분별해야

지난해 집을 구매한 30대 대기업 직장인 허모 씨의 사연은 이러했다. “작년에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살 집을 구하다 보니 모아둔 돈도 없고 전세를 알아봤는데 부동산 카페에 검색해보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처음으로 살 집을 알아봤을 때는 3억 원대였고, 정작 구입하려고 할 당시에는 4억 7000만 원이었다. 이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1억 원만 더 대출을 하면 집을 살 수 있으니 집을 샀다. 부동산 카페에 정보가 많음을 알고 정보를 구했고 투자 판단에 있어서는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오르는 부동산의 법칙’ 등의 책을 참고하면서 결정을 했다. 서울과 분당에 대한 수요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직장도 괜찮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대출 받은 날부터 만기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 대출이 2억 7000만 원까지 가능했다. 지금은 정책 때문에 그렇게 대출을 받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가능했다. 부동산에 대해 모를 때 찾는 곳이 부동산 카페고 거기서 생기는 여론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교통과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정보 역시 부동산 카페를 통해 알게 된다. 반면, 투기를 유도하는 글이 많다. 부동산에 대해 황금빛 미래만 조명하고 글을 쓰는 경향이 팽배하다.”

그의 말에서 파악할 수 있듯 부동산 카페에는 실전 투자 사례는 물론, 부동산 매매를 문의하는 글들로 가득했다. 매도, 매수 시점을 묻고, 이미 부동산에 대해 파악한 이들은 직접 아파트 이름을 적어놓고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 초보자를 위한 재개발 투자 강의 영상도 있었으며,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모여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세금에 대해서도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경기도의 한 지역에 최근 보금자리를 마련한 ‘부동산 스터디'의 한 여성 회원은 이 카페에 자신이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를 15가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는 서울에 대한 접근성과 더불어 쾌적한 공기와 안전성의 가치, 홍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점, 라돈가스(Radon gas, 폐암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실내오염물질) 방출량이 적은 지점이라는 것 등이 거론됐다. 앞서 허모 씨가 언급한 대로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의 황금빛 미래에 대해서 조명한 글들로 가득했고, 살고 있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길 바라면서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다.

물론 카페 내에서도 해당 부동산의 황금빛 미래만 조명하는 그 여성 회원의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qw******'를 닉네임으로 쓰고 있는 한 회원은 “이렇게 좋은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투자 가치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한남동, 성북동, 연희동 부촌, 강남 8학군, 잠실을 보면 좋다고 구구절절 누가 설명하나”라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시 지역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부동산 카페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당 카페 회원인 허모 씨는 이런 의견도 내놨다. “카페 운영자와 파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크기에 대부분 객관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자신의 이권과 연결된 감이 있다.”

20대 부동산 카페 회원 “너무 비싸지는 집값은 비정상”

‘부동산 스터디'의 30대 회원 허모 씨는 말한다. “노동으로 자본 소득을 이겨낼 수 있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자본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미친 듯 집값이 상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건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도 지난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소득 및 자산 불평등 심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건민 연구원은 “주식, 부동산 등에서 기인한 자본소득, 투기소득에 비해서 노동소득에 더 큰 세금을 부과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모 씨는 “부동산 투자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묻지마 투기' 같은 것은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돈 많은 사람들이 투기를 한다거나 대출을 무리하게 해서 집을 사는 것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주식, 채권, 부동산 투자 등을 모르고서는 가난한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이 빈부격차도 불러온다. 자본 시장에 대한 정보에 대해 서민들을 향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캐나다, 미국의 경우 집을 굳이 사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생계가 노후에 보장이 되기에 집을 렌트(Rent)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동산에 집착하지 않는 선진국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20대에 간호사로 사회 초년생이 된 남모 씨도 ‘부동산 스터디’의 회원이다. 남모 씨는 부동산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며 집을 거래하며 치열하게 다툰 현장들을 전했다. “요즘은 집주인, 집을 파는 사람이 갑”이라며 “아는 언니가 집을 사러 갔는데 부동산 중개업자끼리도 싸우더라. 서로 자신이 가진 매물을 팔기 위해서 그러더라"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목격담을 전했다. 또한 지인의 경험담을 빌려 “집을 샀는데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고 부동산 거래의 어두운 면을 전하는가 하면 “공인중개사가 사람들의 연락이 많이 오게 하기 위해서 실거래가보다 낮게 금액을 매물로 적어놓고 사람들이 직접 거래하려고 물으면 실거래가가 높은 경우가 있다. 4억 9000만 원이라고 적혀있는데 실제로는 5억 원이 넘는 금액인 경우가 있었다”고 적은 금액을 제시해 부동산을 매수할 사람을 유인한 뒤 더 높은 금액에 집을 매도하려고 하는 일부 공인중개사의 편법을 지적하기도 했다.

남모 씨는 부동산 카페 내에서의 논쟁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분당 지역은 정자동, 수내동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데, 서로 파가 갈려 댓글을 남기며 다투기도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원래 가격에 비해 너무 비싸지는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은 비정상”이라는 말도 전했다.

30대 부동산 카페 회원 “9.13 부동산 대책은 합리적"

30대 직장인 허모 씨는 ‘부동산 스터디’ 회원으로 지내며 가장 큰 장점으로 “생생한 부동산 정보를 얻기에 좋고, 댓글, 회원들 간의 Q&A(질문과 답) 등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모 씨는 “부동산 카페를 통해 만난 100명 이상을 단체 메신저로 초대해서 신축 아파트, 구축 아파트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전화 통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부동산 카페 회원들의 소통 경로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 시대의 신조어인 ‘흙수저’(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녀)에 대해서도 말했다. 허모 씨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들은 집을 사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집을 제일 사기 용이한 사람은 ‘금수저’(부모의 재력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음에도 풍족함을 누리는 자녀)인데 딱히 직업이 없고, 자기 명의의 집이 없지만 금수저인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집을 사기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허모 씨는 “신혼부부들은 양측 부모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부동산 카페를 통해 알기도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살지만 본인 소득 자체가 높은 경우,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집이 정작 필요한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 어렵기도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9.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제는 집을 2채 이상 있는 사람은 주택담보대출을 못 받는다"며 이번 정책에 대해 합리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13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2 주택 이상 보유세대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신규 구입할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했다.

9.13 부동산 대책의 합리성을 언급하던 허모 씨는 “전세로 집을 구하는 건 손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신혼집을 마련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허모 씨는 “전세 거주를 피하기 위해 과도한 대출을 통해 집을 샀고 결국 그 집값이 더 오르더라”며 “집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전세를 살다가 청약 주택에서 살겠다고 해도 그게 불가능할 정도로 집 값이 올랐다. 이제는 전세 세입자에서 집주인이 되는 사다리가 많이 사라졌다”고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상승이 주는 이 사회의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문제를 재차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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