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극단 생활로 연출에 익숙... 창작극 보다가 ‘시나리오’ 구상

베테랑 배우 김윤석이 신인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김윤석은 첫 감독 연출작 ‘미성년’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13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미성년’ 제작보고회에는 과 배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 ‘타짜’ ‘추격자’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1987’ 등 배우로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김윤석은 오랜 극단 생활을 통해 연출로 활약해온 바 있어 스크린에서 펼쳐질 연출은 어떨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윤석 감독

이날 감독으로 등장한 김윤석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된 고등학교 2학년 주리가 같은 학년이자 비밀을 가진 윤아를 옥상에서 만난다. 주리는 어떻게든 이 사건을 수습하려고 하고 윤아는 어른들에게 관심이 없어 하면서 둘은 싸우게 된다. 그러면서 세 명의 성년과 두 명의 미성년이 얽히게 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기획 배경에 대해서는 “몇년 전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서 만든 다섯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창작극 공연을 봤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발표회 형식의 연극이었는데 그 중 하나의 파트에 마음이 끌렸다. 그 작품을 바탕으로 ‘미성년’이라는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라며 “수십 가지의 제목을 떠올리다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극중 염정아와 김소진은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각기 다른 입장을 지닌 어른으로 분했다. 염정아는 남편과 관계된 사건 속에서 딸 주리(김혜준)가 상처받을까 애써 담담한 척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낸다. 염정아는 “작품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윤석 선배님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라며 “저에게 제안을 해주셔서 영광이었다. 이 캐릭터가 김윤석 선배님의 색을 입혀지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극중 영주는 엄마라기보다는 여자로서의 갈등이 큰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갈등을 눌러가는 여자의 마음에 많이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극 무대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온 김소진은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딸 윤아(박세진)를 키우는 미희로 분한다. 미희는 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내면의 인물로, 한 가정의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드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소진은 “누군가의 삶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는 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윤석 선배님이 이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하셨다는 걸 들었고 진심어린 생각과 고민에 대한 신뢰감이 컸다”라며 “미희에 대해 거침없고 이기적인 말을 하는 인물이지만 이면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심리들을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미성년’ 배우들과 김윤석 감독(오른쪽).

‘감독’ 김윤석은 현장에서는 어땠을까? 두 사람은 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염정아는 “첫 촬영 때는 제가 너무 긴장하고 떨었다. 감독님이 모니터로 제 속까지 꿰뚫어볼 것 같더라. 그런데 첫날을 지나고 나서 장점이 많은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배우이시기도 하니까 배우를 너무 잘 알아주신다. 그래서 현장이 너무 편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소진은 “처음 선배님을 만났을 때도 선배와 후배, 감독과 배우의 느낌이 아니라 김윤석이라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편했다. 선배님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굉장히 진중하시다. 그래서 배려도 많이 받았다.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들려주었다.

아버지의 비밀로 충격을 받는 고등학생 주리 역의 김혜준과 주리 가족의 비밀을 폭로하는 또다른 고교생 윤아 역의 박세진은 5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인들이다. 김윤석은 “그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대화를 하며 오디션을 보는 방법이었다. 서류심사에서 한달 넘게 오디션을 본 후, 이렇게 해서 보석 같은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라고 말했다. 감독 데뷔와 관련, 김윤석은 “50세가 넘은 나이에 첫 작품을 했는데 누군가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하길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물로 만날 텐데 우리 배우분들을 통해 이 분들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채로운 배우들과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성년’은 오는 4월 개봉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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