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자유한국당 중심 ‘범보수 통합론’

②‘바른미래당 분당’ 후 헤쳐모여

③ 호남에 기반을 둔 ‘제3정당론’

김형준 명지대 교수

4·3 보궐 선거가 끝나자 정계개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8석, 자유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7석(친여 4명, 친야 3명) 등이다.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런 정계 개편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 지역의 사전 투표율은 15.4%였다. 2015년 4월 재보선 당시 사전 투표율은 6.7%, 2017년 4월 재보선때 5.9%인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여야 모두 이번 보선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주요 승부처인 PK 민심을 가늠할 지표라는 점에서 총력전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 당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이 지역의 투표율이 8.0%p 상승하면서 최종 투표율은 51.2%였다. 사전 투표와 선거 막판 투표장으로 향한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범여권 단일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10%p 이상 차이로 크게 승리할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크게 달랐다. 여영국 후보(45.8%)는 한국당 강기윤 후보(45.2%)에게 504표(0.6%p)차로 신승했다.

작년 6·13 경남지사 선거 당시 이 지역에선 민주당 김경수 후보(61.3%)가 한국당 김태호 후보(33.8%)에게 27.5% 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다. 창원 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허성무 후보(54.8%)가 한국당 조진래 후보(23.9%)보다 2배 이상 앞섰다. 그런데, 불과 10개월만에 민심이 이렇게 상전벽해처럼 뒤바뀌었다. 지난 2016년 총선과 비교해도 돌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진보단일 후보로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51.5%)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40.2%)보다 1만3561표를 더 많이 얻었다. 노 후보는 사전 투표에서도 1만3334표를 얻어 강 후보(9208표)보다 4126표를 더 얻었다.

이번에도 선거 막판에 여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도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었던 사파동의 사전투표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 의원은 사파동에서 1만92표(50.3%)를 얻어 8383표(41.8%)를 얻은 한국당 강기윤 후보보다 1709표 앞섰다. 향후 정계개편과 관련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부상될 수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첫째, 자유한국당 중심의 ‘범보수 통합론’이다.

한국당이 이렇게 보수 대통합에 나서는 이유는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다. 한국당이 보수 성향인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 표를 흡수했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때문이다. 한국당 강기윤 후보(4만2159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3334표),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838표)가 얻은 표를 합하면 4만6331표였다. 이 수치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4만2663표)와 민중당 손석형 후보(3540표) 득표를 합친 4만6203표보다 128표 앞섰다. 또한, 한국당이 통영고성 보궐선거에서 압승으로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도 주요 요인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통영 시장과 고성 군수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싹쓸이 했다. 통영에선 민주당 강석주 후보는 한국당 강석우 후보를 927표(1.3%p)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고성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 행정관을 지낸 백두현 후보가 56.3%의 득표로 한국당 후보를 12.6p 차이로 눌렀다. 특히, 백 후보는 고성에서 같은 당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49.7%)보다 표를 더 많이 얻었다.

그런데 이번 통영고성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민주당 양문석 후보에게 23.5%p 차로 압승했다. 조선업의 붕괴로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지역 경제 회복론에 대한 기대투표 심리가 크게 작동되어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이 먹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당이 압승했다. 더구나 정 후보는 소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했다. 통영시 유권자는 10만9550명, 고성군 유권자수는 4만 6191명이었다. 그런데 정 후보는 인구가 적은 고성 출신이면서도 통영 출신인 양 후보를 크게 눌렀다는 것은 경제 응징 투표 심리가 강하게 작동되었다는 방증이다.

황교안 자유 한국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거는 희망이 이어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우리가 단단하게 다져지면 우선 외연이 넓어질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큰 통합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선거법 패스트트랙 반대 의견을 공개 표출한 바른미래당 보수 성향 의원 10명(유승민, 정병국, 지상욱, 이언주, 홍철호, 이혜훈, 오신환, 유의동, 정윤천, 하태경), 대한애국당 1명(조원진), 무소속 보수 성향 의원 3명(서청원, 이정현, 강길부) 등 14명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으로 소속을 옮긴다면 범보수통합은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실현 될 경우, 한국당 의석은 128석이 된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 중 바른미래당 간판과 기호를 달고 총선에 나가려는 의원이 몇 분이 있을지(모르겠다)”라며 “결국 2번 자유한국당으로 원심력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그렇게 된다면 번호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현재로썬 가능성이 적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한 대학 강연에서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간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자유한국당 복당설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에 대해 “시의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하셨다. 당의 큰 자산으로서 정치 지도자답게 말씀하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11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둘째, 바른미래당 분당이다.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창원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선거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이재환 후보는 3.57%(3334표)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이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3540표)보다도 적은 득표였고, 그가 지난 2016년 국민의당 후보로 받았던 8.28%(9949표)의 절반도 안 되는 초라한 수치다. 당내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를 “찌질하다”고 비판한 이언주 의원에게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서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7명의 최고위 멤버 중 5명이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이 손 대표의 거취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손 대표 측 이찬열 의원은 “차라리 깨끗하게 갈라서자”고 받아쳤다. 손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 대표는 “당내 보수 인사들이 당권을 잡으려는 목적은 자유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이고,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한다 얘기하겠나”라며 “그건 절대 용인 못한다”고 강조했다. 11일에는 “우리당을 해체하자는 건 어림없는 소리”라며 당의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자신을 대신할 만한 당내 인사가 존재하지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퇴 불가를 외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산을 넘으면 손 대표에게 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총선에서도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호남을 제외하곤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으나,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민주당(25.5%)보다 높은 득표율(26.7%)을 기록해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지도부 재신임 전당대회 수용하든지 결단을 해야 한다”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 당내 지도부 총사퇴 요구는 보궐선거 하나 때문에 나가라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이 지도부로서는 내년 총선 출마들의 정치생명을 담보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냉철한 현실인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상을 깨고 손학규 대표를 영입했던 안철수계도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철수계의 이반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안철수계 지원을 업고 당선된 손 대표가 당직안배를 놓고 ‘마이웨이’를 걸으면서 누적된 갈등이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안철수계마저 등을 돌리면 손 대표가 고립무원의 벼랑끝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1987년 신한민주당 ‘이민우 파동’을 연상케 한다.

이민우 총재는 양김(김영삼·김대중)이 모두 정치규제에 묶여 있던 5공 시절 이들을 대리해서 선명야당 재건을 깃발로 1985년 2^12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과정에서 이민우 총재가 여당이 주장하는 내각제 수용 가능성 등을 비치며 독자노선을 걷자 김영삼과 김대중은 새로운 야당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1987년 4월 21일에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초대 총재로 YS를 선출했다. 결국 향후 바른미래당의 행보의 열쇠는 당의 공동 창업주인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학규 체제가 무너진다면 안 전 대표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소환 불가론이다. 현재 안 전 대표와 뜻을 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은 비례대표 3~4명 정도라는 사실도 조기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안 전대표가 지난해 9월 독일로 떠나며 “1년간 유학에만 전념하며 돌아오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조기에 귀국하기 어렵다. 안 전 대표 핵심 측근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기보다는 명분이라도 잡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조기복귀를 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했다.

여하튼 유승민, 안철수 두 전 대표의 복귀설은 오는 6월 종료되는 김관용 바른 미래당 원내대표의 임기와 맞물려 있다. 차기 원내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두 전 대표들의 당무 복귀 연착륙이 용이할 수 있다.

정동영 대표(가운데)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민주평화당은 비공개로 전환된 의원총회에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복원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셋째, 호남에 기반 둔 제3정당론이다

그 핵심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호남 출신 의원들간 연대인 ‘제3지대론’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을 영입해 호남에 기반을 둔 제3정당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1년 뒤 총선에서 덩치를 키워 생존하기 위한 ‘헤쳐모여’로 보인다. 올해 초 바른미래당의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민주평화당 장병완ㆍ황주홍 의원 등과 만나 “세력 확장을 위해 힘을 합치자”며 공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4·3 보궐 선거이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논의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호남발 정계개편인 제3지대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평화당은 지난 9일 의총을 열고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복원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원내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총선 전 정계개편에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동영 대표와 천정배 의원은 공동 교섭단체 추진에 적극적이다. 반면 박지원·김경진·장병완·최경환·이용주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이다. 유성엽 평화당 최고위원은 10일 정의당 대신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제3지대 신당을 만들어 보자는 논의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바른미래당은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한 지붕 두 가족이기 때문에 분란만 있다”면서 손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11일에 손 대표를 향해 “지금 험한 꼴 다 당하고 있다. 이꼴저꼴 보지 말고 빨리 나와서 집을 새로 짓자”고 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호남 의원 세력 통합이 정계개편 제3지대 출발”이라면서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두 분이 결단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구상은 장애 요인이 너무 많아 실제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선택이 마무리되고, 바른미래당의 진로가 결정된 다음에야 호남 중심 제3정당이 가능할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대표의 탈당이 쉽지 않고 안철수 전대표의 조기 복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야권발 정계개편은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진전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 구체적인 정계개편 논의가 부상할 것이다.

향후 정계개편은 몇 가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남북 평화 문제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공고해지면 야권은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 논의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하면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면 역설적으로 야당은 통합보다 각자도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민심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4·3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단 한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민심이 판이하게 돌변하고 있다.

범여권은 단일화를 하고도 영남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남 창원·성산 선거에서 504표 차이로 신승했다. 민주당은 작년 통영 시장과 고성 군수 선거에서 모두 싹쓸이했지만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선 한국당 후보에게 23.5%포인트 차이로 완패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 갤럽의 4월 첫째 주(4월 2~4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41%로 추락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는 49%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9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추락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다시 점진적으로 하락, 같은 해 12월 3주 때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1차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그 이후 약 3개월 후인 올해 3월 2주 때 2차 데드크로스(긍정 44%, 부정 46%)가 발생했고, 2주 후인 3월4주때 3차 데드크로스(긍정 43%, 부정 46%)가 발생했다. 4월 첫째 주에서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그렇다면 과거와 같이 한반도 평화 이슈가 이렇게 빈번하고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는 데드크로스를 지속적인 골든크로스로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3차 남북 정상 회담 효과가 약 3개월 정도 유지되었고, 그 이후 데드크로스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7차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이번 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을 부탁한 이후 처음 이뤄지는 회담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여하튼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된 북한의 ‘단계적 접근론’과 미국의 ‘일괄 타결식 빅딜론’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북미 회담 결렬 후 계속 제기된 ‘한미 공조 엇박자’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지가 최대 還榮?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노동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앞세우며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 비핵화 해법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여정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포괄적 합의 뒤 단계적 보상’ 해법인 이른바 ‘굿 이너프 딜’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이런 와중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북한의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의 해법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를 얻어 낸다면 다시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여세를 몰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이끌어 낸다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가져 올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한국 정치에 ‘평화 프레임’을 재가동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민주당, 민평당, 정의당, 그리고 바른 미래당 호남 출신 의원들간에 ‘평화 연대’가 이뤄지고 반대로 자유 한국당과 보수 성향 바른 미래당 의원들간에 ‘안보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개헌 논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0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인 권력 집중을 극복하기 위한 개헌안으로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일괄타결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합의해서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책임총리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는 논리다.

지난해 3월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지난해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향후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매개로 합종연횡이 전개될 수 있다.

셋째, 선거제도 개혁이다.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불씨는 살아있다. 선거법과 다른 개혁 입법을 묶어 패스트 트랙으로 몰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간의 조화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개헌 논의를 진진하게 시작하면 정치권에서 개헌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것이 정계개편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정치권에 묻는다. 무엇을 위한 정계개편이고 누구를 위한 개헌인가? 단언컨대,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오직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계개편과 개헌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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