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법인, 한진칼 지분 2.1% 매수

한진칼 본사 사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반도건설이 일단락됐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재차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진칼 지분 2.1%를 매수한 기타법인이 반도건설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기타법인은 한진칼 주식 122만5880주를 매수했다. 금액은 종가 기준 약 1100억 원 수준이다. 이 투자자를 반도건설로 추정하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반도건설측은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이 맞다면 반도건설은 이른바 ‘5%룰’에 따라 오는 31일 관련 사실을 공시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 혹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할 경우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매집 주체를 반도건설로 가정할 시 KCGI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42.75%에서 44.75% 수준으로 확대된다. 현재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41.30%로 추산된다.

반도건설의 이런 행보는 시장에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상당 기간 한진칼 경영분쟁에 뛰어든 여파로 정작 회사는 실적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그룹의 핵심 축을 이루는 반도건설, 반도홀딩스, 반도개발, 한영개발, 대호개발 5개 회사는 당기순이익 등이 작년에 모두 하락했다. 반도그룹이 이들 개발사들을 활용해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기회를 엿봤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충격에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역시 임직원 급여 반납과 무·유급 휴직은 물론 인원감축마저 단행한 바 있다.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 상당의 긴급 지원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는 KCGI가 임시주총 개최에 신중을 기한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데다, 정부가 나서 항공업계를 살리려는 기조에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이 KCGI를 대신해 3자 연합 주체세력으로 등장한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에 주식을 산 기타법인이 반도건설이라면 지분율이 16.9%에서 19.0%가 된다. KCGI와 0.3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편 대한항공은 대대적인 재무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등 요청에 따라 내년 말까지 2조 원 가량의 추가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