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상원…‘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2017’초대전, 10월13~11월19일

“인간은 대중 속에서 존재하고 있을 때, 사실은 이미 그 자신으로부터 떠난 것이다. 대중은 어떤 면에서 말한다면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내가 그것이 아닌 무엇인가를 내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중략) 대중이라고 하는 것은 실존이 없는 현존재인 것이며 신앙이 없는 미신이기도 하다.”<칼 야스퍼스/현대의 정신적 상황에서. 데이비드 리스먼 ‘고독한 군중’에서 발췌, 류근일 옮김, 동서문화사 刊>

작품테마는 군중(crowd)이다. 작가가 이를 처음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성산대교 인근, 화실에서 내려다 본 공원, 수영장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던 시기로 주5일 근무가 시작되면서 여가문화가 바뀌던 때였다. 이후 소재를 넓혀가게 되는데 그는 군중 속 개개인들이 군중심리에 의지하는 것보다 행위의식의 판단과 방향성을 놀이와 축제를 통해 발견해 내려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러함으로써 군중 속에서 고독과 불안을 완화시키는 중심으로서 개인의 통제와 절제에 대해 미학적 관심을 갖게 된다.

이상원 작가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캔버스에 표현하기 위해 큰 화면에 작은 사람들로 구성해야 되는 이른바 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부감적(俯瞰的) 시점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정거리가 생기고 개인의 표정보다는 신(scene)을 통한 객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일례로 ‘촛불’작품 경우, 사람을 그렸다기보다 검은색이나 노란색 등 추상적인 물감덩어리와 태극기도 희끗희끗한 정도로 표현하여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화된 군중의 양립요소가 한 화면에 녹아들게 했다. 시각적인 특징만을 잡아내어 익명성을 드러내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유년시절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에서 자랐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5㎞로 등하교만 세 시간 걸렸는데 사람도 간혹 보였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인 1990년도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때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이 도시의 야경이었다. 화려한 불야성.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풍경이 내가 보았던 세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파리 등 국제적 도시에서 얼마간 작업도 했었지만 처음 서울의 밤에서 받았던 쇼크 그 임팩트를 느끼지 못했다.”

10년간 작품선별 70여점 한자리에

이상원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아트센터(Christchurch Arts Centre), 중국베이징 레드게이트스튜디오 등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금호미술관, 영은미술관, 우손갤러리, 두산갤러리 등을 거쳐 이번 열 번째 개인전 ‘2017 성곡 내일의 작가-군중의 색(The Colors of the Crowd)’전시는 10월13일 오픈하여 11월19일까지 열린다.

“수영장, 등산, 스키장 등 여가시리즈와 군중 및 모노톤시리즈 그리고 500명의 동작을 그려 애니메이션작업을 한 것 등 2007~2017년까지 10년 동안의 소재나 장르별로 선택한 7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편 성곡미술관 내 조각정원카페에서 인터뷰 한 그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물어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장래희망이 화가였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삶 자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 및 인물캡션

-The Crowd, 200×500㎝ acrylic on canvas, 2014

-72×117cm oil on canvas, 2017

-이상원(李尙遠)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