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유통ㆍ호텔BU 기상도 흐림… 이원준ㆍ송용덕 부회장 입지 약화

유통BU, 백화점ㆍ마트 등 롯데쇼핑 실적 하락 폭 예상 밖

이원준ㆍ송용덕 부회장의 입지 지주 출범으로 줄어들 가능성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 범죄 혐의 벗었으나 주택경기 악화 등 부담

지난 2월 BU(Business Unit) 체제로 그룹 개편을 단행한 롯데는 지주사 출범으로 또 한번 계열사 교통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종속회사였던 롯데카드와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롯데리아, 대흥기획 등 주요 계열사는 지주회사로 합병될 전망이다.

올 초 BU체제로 전환되면서 BU장 및 산하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된 상황에서 다가오는 연말 큰 폭의 임원 인사는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주사와 BU간 업무 중첩과 옥상옥 의사결정 구조 등 책임과 역할 분담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교통정리를 명분 삼아 이른 인사이동을 단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울러 올해 식품 및 유통·호텔 및 기타 BU의 실적이 동반하락하면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가 진행되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연내 인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종 인사권자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에 1000억 원을 구형받았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와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은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인사 시기와 폭을 결정될 확률이 크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일은 12월 22일이다.

유통전문가 이원준 부회장도 막지 못한 실적 악화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유통BU를 이끌고 있는 이원준 부회장의 고심은 깊다. 유통BU 안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롭스, 롯데시네마가 속해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에프알엘코리아와 엔씨에프 등 의류 관련 계열사도 있다.

유통사업은 롯데그룹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신통치 않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줄어든 3조6813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9.2%와 1.8%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업이익도 현대백화점이 지난 상반기 대비 12.6%, 신세계 백화점은 8.8% 늘어났지만 롯데백화점은 34.5% 급감했다.

롯데마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롯데마트의 국내사업 예상 영업이익은 85억 원,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중단으로 인해 올 1~8월 매출이 약 41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7% 급감한 수치다.

백화점과 마트를 보유한 롯데쇼핑 실적도 부진하다. 롯데쇼핑은 올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7조1176억 원, 74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57.6%씩 떨어졌으며 특히 순이익은 무려 5332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36년간 롯데의 유통 분야에 몸 담아온 이원준 부회장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지주사 설립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맥을 추지 못했다. 유통BU 측은 구조조정 등 긴축경영을 통해 난관을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유통BU 산하 계열사 대표들의 교체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력사업의 부진으로 롯데의 유통사업이 당분간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지난 9월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中 관광객 감소·면세점 임차료 부담…고개 숙인 송용덕 부회장

호텔 및 기타 BU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9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면세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인천공항면세점 임차료 부담에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4500억 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지불했다. 올해는 5100억 원, 내년 7700억 원, 내후년 1조 1600억 원 등으로 임차료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BU장인 송용덕 부회장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호텔·면세점 사업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 악화가 장기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면세점 중국인 매출 비중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단체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반등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임차료로 인한 부담도 날로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전문가 송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호텔 및 기타 BU 가운데 자리가 위태로운 곳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다. 외견상 롯데건설 실적은 나쁘지 않다. 롯데건설은 올 상반기 기준 매출 2조5567억 원, 영업이익 1993억 원을 올렸다. 작년 매출은 매출 4조6378억 원, 영업이익 2515억 원을 기록했다.

재건축단지 수주전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롯데건설은 올해 강남구 대치2구역과 청담삼익,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를 따내며 공사비 총 1조8511억 원 규모의 사업권을 따냈다. 업계 4위 수준이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밝지 않다. 롯데 건설의 작년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38%로 1조7680억 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매출 2조5567억 원 가운데 계열사 내부거래 규모는 7249억 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이전처럼 진행하기에 대내외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이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 작년 기준 롯데건설의 국내 주택, 건설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를 웃돈다. 올 상반기도 큰 차이가 없다. 주택 경기 호황으로 지난 몇 년간 국내 사업에 치중한 결과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경기가 사그라질 경우 사면초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더 큰 악재와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강남 재건축 수주과정에서 불거진 ‘롯데건설 금품제공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주택사업본부는 하 대표가 대표 취임 전까지 맡았던 곳이다.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롯데건설의 금전적 피해는 적다. 현행 도시정비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시공권도 박탈되지 않는다. 국토부가 지난달 30일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법 개정 이전 행위는 소급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롯데건설 및 그룹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 악화가 가중될 수 있다. 사업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개선안에 ‘비리가 적발될 경우 향후 2년간 입찰 제안과 해당 사업지 시공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유무형의 손실을 예상되는 바다. 이에 따른 책임 역시 하석주 대표가 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8월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은 1심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하 대표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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