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사라진 검은 자금 실체 수면위 떠오른다

굳게 닫혔던 입 열리면 전 정권 인사 줄줄이 소환

“이 전 대통령 지시 있었다” 도미노 현상 일어날 수도

검찰의 '적폐 수사'가 이제 속도전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연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문무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연달아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과 신속·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돼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빠른 마무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검찰은 수사가 장기화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지방선거와 맞물릴 공산이 크기 때문에 사건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수사 상황이 의도와 무관하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검찰은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퍼부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MB 등 뒤 선 검찰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수사와 다스 등의 수사로 이 전 대통령에게 검찰 칼날이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 굵직한 윤곽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진행하는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 수사는 ‘윗선’ 규명 단계까지 올라와 있다.

온라인 댓글 여론조작을 지시·공모한 민병주·유성옥 전 심리전단장 등 간부들과 실제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 팀장들이 상당수 구속됐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명호·박원동 전 국익전략국장,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국정원 직원들이 구속됐다.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공모해 실행한 혐의를 받는 MBC 간부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조사가 이뤄졌고,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수사도 더 깊숙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조사한 뒤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정원의 각종 의혹 수사에서 이미 공범으로 적시된 원세훈 전 원장까지, 여론조작의 주축이 된 국정원과 군의 수장은 모두 사법처리 수순을 밟게 됐다.

아울러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임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의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나라가 자꾸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달초 핵심측근들과의 회의자리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활동 보고 등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월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장관이 댓글공장에 MB지시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면서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에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는 연 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치적 논란을 고려해 최대한 간결하게 이뤄지는 것이 좋은 만큼 검찰은 세심하게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시점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가 진행하는 ㈜다스 관련 고발 사건의 진척 상황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 전 대통령 등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로부터 다스가 140억원을 먼저 돌려받게 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들어 다시 여론의 조명을 받는 ‘이명박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다뤄질 수밖에 없는 사건인 만큼, 이 수사의 진척 상황에 맞춰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MB 비리 의혹 파일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공권력을 이용한 정치 개입과 다스 의혹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치 개입 의혹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 개입 수사를 내세워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 김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활동을 보고한 점을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인력 증원 당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한 점도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과거 과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관여 활동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도 “국방부 장관이 여론 조작 활동을 펼칠 것을 지시한 것도 분노할 일인데 이를 지시한 사람이 당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분노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증원하면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한 사실도 밝혀져 파장은 더 크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다스 의혹’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의혹이 규명될 경우 이 전 대통령과 그 비리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다스 의혹은 도곡동 땅과도 연결된 정황이 있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7일 MBN ‘외부자들’에서 “1985년 이상은(MB형), 김재정(MB처남) 15억 원에 1000평 되는 땅을 현대건설에서 매입한다”며 “그때 현대건설의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이었던 부분이 석연찮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땅은 1995년 포스코에 263억 원에 매각된다. 노른자위 땅을 (현대건설이) 개인에게 넘겼다”며 “현대건설 하면 땅에 대해 최고 전문가들인데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정봉주 의원의 말에 따르면 263억 중 190억은 1999년에 다스에 유입된다. 다스는 1987년에 이상은(MB형), 김재정(MB처남)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다스 의혹을 끈질기게 취재해 온 주진우 기자와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박형준 교수의 말이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박형준 교수는 JTBC ‘썰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경준을 만난 것은 bbk 설립 이후의 일이며, 이 전 대통령 또한 사기꾼인 김경준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국정원의 댓글 활동으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도 이 전 대통령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당시 원 전 원장이 연예인활동 파악을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았고 공영방송 정상화쇄신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은 구속수감 중인 원 전 원장도 추가로 불러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끝없는 의혹들과 진술들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국정원이 보수단체와 대기업 등 기업체를 주선(매칭)해 지원하도록 강요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인 가운데 이명박 정권 실세 개입여부가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국정원은 지난달 25일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 사업'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수사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소위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육성방안은 Δ보수단체를 좌파 대항활동 실적·조직규모와 사회적 인지도 등에 따라 분류·관리 Δ보수단체와 기업간 매칭을 주선, 보수단체들이 공기업·대기업들로부터 지속·안정적으로 활동자금을 지원받는 체계 구축이 주요 내용이다.

2009년 원 전 원장은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내정보부서에 공기업의 보수단체 지원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보수단체들은 '국정감사 등 외부 노출시 시비 소지 등으로 공기업에서 보수단체 지원을 꺼리는 만큼 국정원에서 좀 더 강하게 조정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에는 매칭대상이 기존 공기업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등 사업이 추진됐다. 2010년 8월 '보수단체 매칭 상황 점검보고'라는 문건에는 18개 보수단체를 S급에서 D급까지 5등급으로 나누고 17개 기업을 매칭해 총 32억여원을 차등으로 지원했다.

2011년에는 공기업을 제외한 43개의 보수단체와 18개 기업간의 매칭으로 기부금과 광고 발주 방식으로 총 36억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는 내용이 수시로 지휘부에 보고됐다.

TF에 따르면 전경련은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매칭이 됐고 삼성은 자유총연맹,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7개 단체에 기부금을, 미디어워치와 미래한국 등 4개 단체에 광고를 발주했다.

2012년 국정원 국내정보부서는 원 전 원장에게 '종북세력 척결 등 국가정체성 확립과 국정결실기 성공적인 마무리를 적극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41개 보수단체와 16개 인터넷 매체를 대상으로 50억여원 규모의 매칭을 3월 이전 완료한다'는 계획을 보고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12월에 심리전단의 댓글활동이 노출되자 급하게 사업을 종료했다고 TF 조사 결과 확인됐다.

국정원의 수사의뢰가 들어온 만큼 검찰의 수사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이명박정부 당시 삼성이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완표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55)를 참고인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국내정보 담당인 국정원 2차장 산하의 국익정보국장을 지낸 박원동 전 국장에 대해 전경련과 기업들에게 보수단체들에 십수억원을 지원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3박 4일 일정으로 중동지역을 방문위해 떠났다. 그의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의 출국이라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바레인의 초청으로 오래 전에 계획된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바레인 정부 초청으로 강연을 위해 출국한다"며 "국가 운영 및 발전에 관한 강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출국이 최근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적폐청산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강연 일정에 대해 “1년 전부터 잡혀 있던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대해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이전 대통령을 향해 조여 오는 상황에서 외국 방문에 나서는 만큼 이번 바레인 강연을 계기로 최근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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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