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함 결여됐던 국조특위 고발절차… 禹 국회위증 혐의 기각 되나

법원의 이임순 교수 국회의증 공소기각, 禹의 경우에도 적용 가능성

국조특위, 1월에 정식 고발장 아닌 수사의뢰서 제출해 현재 논란 키워

檢 “명칭만 수사의뢰서일 뿐, 고발에 아무런 문제없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위증 혐의가 공소기각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우병우(50ㆍ불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재판이 중반부를 넘어가며 잡음이 일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이 국회위증과 관련된 혐의를 두고, 이것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을 국회위증 혐의로 고발한 국회 국조특위 측이 검찰에 제출한 것은 고발의결이 적시되지 않은 단순한 수사의뢰서에 불과하며, 정식 고발은 국조특위 활동 기간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 측은 수사의뢰서 제출만으로도 고발이 성립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재판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해당 혐의를 둘러싸고 우 전 수석과 검찰 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또 보다 철저하지 못했던 국조특위의 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재판은 현재 21차까지 진행된 상태로, 남은 심리에는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다뤄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우 전 수석에 대해, 국조특위 측이 그가 위증을 범했다며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고발을 의뢰해 불거진 혐의다.

당시 국조특위 측은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참사일 청와대와 해경 간의 교신기록이 담긴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4년 6월 해경 압수수색에 나서려 했던 광주지검 측에 외압을 넣어 이를 저지하려 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우 전 수석은 이를 부정했고, 국조특위 측은 그가 위증을 했다며 고발했다. 물론 국조특위는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 대해 모르는 사이였다고 밝힌 부분 역시 위증에 해당한다며 고발의견에 포함시켰다.

또 우 전 수석은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하지 않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국회모욕죄 등의 혐의도 받게 됐다.

그런데 현재 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증인 신청 절차를 앞두고, 검찰 측과 우 전 수석의 변호인 사이에서 상당한 잡음이 일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혐의로 당시 국조특위의 고발을 통해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최근 공소기각을 내렸다. 이에 우 전 수석 측 역시 자신의 국회에서의 위증 관련 혐의가 애초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고발이 이뤄졌고,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말 이임순 교수에 대한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고발의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국조특위가 활동 기간 종료로 존속하지 않게 된다면 특위의 재직위원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다”라며 그에 대한 특검 측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의 국조특위 활동 기간이 지난 뒤 국회 본회의에서 결과보고서가 의결된 1월 20일까지 고발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 교수에 대한 고발은 지난 2월 28일에야 이뤄졌다며 고발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임순 교수에 대한 법원의 해당 판결이 내려지자,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 혐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연합)
심지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측 역시 지난달 항소심 재판에서 국회위증 혐의에 대한 공소기각을 주장한 상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측 변호인은 당시 재판에서 김 전 실장에 대한 국조특위의 고발이 활동기간(1월 15일까지)을 넘긴 1월 17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고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 전 수석의 국회에서의 위증에 대한 정식 고발은 국조특위 활동기간이 종료된 지 무려 약 3개월 후인 지난 4월 11일에야 이뤄졌기 때문에, 법률상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이 본안 심리도 없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물론 지난 1월 11일 국조특위 활동기간이 종료되기 전, 우 전 수석 등의 국회 위증 부분에 대해 고발하기로 의결을 냈지만, 이는 단순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행위일 뿐 정식적인 고발장 형태로 검찰에 제출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檢 “고발 이유와 처벌 의사 담은 수사의뢰서, 고발에 문제없어” vs 禹 “수제번호, 고발번호 다른 것과 같은 논리”

검찰 측은 이임순 교수의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 혐의의 경우는 명백히 다르며, 관련 고발은 국조특위 활동기간 이전에 행해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 전 수석 측이 정식 고발 시점이 지난 4월 11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은 1월 11일 국조특위가 수사의뢰서 제출한 시점부터 고발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명칭 자체는 수사의뢰서이지만, 기소를 해달라는 취지로 처벌을 구하는 의사가 명백히 표시돼 있었고 (우병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이 포함돼 있었다”라며 “위증 부분은 기본적으로 포괄적 형태이기 때문에, 피고인(우병우 전 수석)이 당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의 위증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가 담긴 수사의뢰서가 활동기간 중 적법하게 접수됐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조특위가 검찰 측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는 명칭만 수사의뢰서일 뿐,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위증 등의 죄’와 15조 ‘고발’ 조항이 적시돼 있었다. 고발 이유와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가 수사의뢰서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적법한 고발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설령 우 전 수석에 대한 고발이 시기 상으로 국조특위의 존속기간에 벗어나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그 후에 검찰 측이 추가로 요청해 받은 고발장으로도 효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 전 수석 측은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은 명백히 달라 원칙적으로 국조특위가 제출한 수사의뢰서로 적법한 고발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은 수제번호와 고발번호가 따로 주어지는 것과 같이 명백히 다른 것”이라며 “국회에서 보낸 문서에 (우병우 전 수석을) 고발할 것이라는 수사의뢰를 기재했다는 이유는 (고발이 성립된다는 데)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의뢰서에 위증과 이에 대한 처벌을 구한다는 의사가 반영돼 있을지라도, 고발에 대한 의원들의 구체적인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누락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양측의 팽팽한 공방의 재판부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우병우 전 수석의 재판 심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예정대로 관련 혐의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임순 교수에 대한 법원의 기존 판결 내용을 이번 재판에도 충분히 반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임순 교수에 대해) 공소기간 판결을 보면 국회에서 고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나왔다”라며 “현재 국회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하고 있고 개정안을 입법하려고 하는 듯한데, 일단 공소기각으로 나왔기 때문에 우리 재판에서도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임순 교수에 대한 법원의 공소기각에 이어 현재 우병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 혐의 관련 재판 과정마저 잡음이 일고 있는 부분을 두고, 지난해 국조특위 측의 활동이 보다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의원들이 수사의뢰서가 아닌 고발의견을 명확히 정해 검찰 측에 신속히 고발장을 제출했다면, 현재 이런 소모적 논란이 발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조특위 활동을 철저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던 탓에 현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국회위증 혐의와 관련된 잡음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사실 국조특위 청문회 당시 자리를 차지했던 열 명이 넘는 의원들은 우병우 전 수석에 장시간 동안 강하게 질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의혹 하나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일부 의원의 경우 우 전 수석에 “혀 깨물고 죽어라” “한 대 쥐어박고 싶다”라는 등의 수준 낮고 다소 한심한 막말이나 쏟아냈고, 현재는 그의 국회위증 관련 잡음의 원인으로도 떠오르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