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지진 관련성 낮아”vs “핵실험 지질에 스트레스, 지진 원인”

지진 전문가 단층 활성화, 동일본 대지진 영향에 비중

“北 핵실험 남북한 지질에 영향…지진 발생 원인 배제 못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초유의 지진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경 발생한 갑작스러운 지진은 16일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연기시켰고, 국가적 개인적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

더 큰 문제는 여진 발생과 향후 지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진 전문가들 중엔 이번 규모 5.4 지진보다 훨씬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포항 지진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이 직접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아직 소수 의견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남한에서 지진이 빈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던 입장을 바꾼 것은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동조하는 것이지만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을 가져와 자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지질 전문가 중엔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지질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이 지질에 스트레스를 줘 멀리 떨어져 있는 남한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실험이 경주, 포항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포항 지진이 가져온 파장과 북한 핵실험과의 관련성 여부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초유의 포항 강진 원인은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4로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크다.

국내에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나타난 것은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읍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래 같은 크기의 지진이 2003년 3월 30일 인천 백령도 해역,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 동쪽에서 각각 발생했다.

규모 5.1의 강진은 2014년 4월 1일 충남 태안 해역과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서쪽에서 일어났다.

5.2 규모의 지진은 1978년 9월 16일 충북 속리산 부근과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 해역에서 발생했으며, 5.3 규모(비공식)의 강진은 북한에서 1980년 1월 8일 평안북도 의주 귀성에서 일어났다.

주목되는 것은 1년 2개월 만에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으로 향후 강진 발생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지역 지질 특성인 단층의 활성화, 또는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분석한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포항 지진 발생 2시간여만에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양산단층의 활성화로 인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부터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약 170㎞의 긴 단층대로, 살아 움직이는 ‘활성단층’이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는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는데 한반도가 포함된 최근 판의 운동으로 동서방향의 압축력을 받고 있고, 이 압축력에 의해서 양산단층 일부 지점에서 변형이 적응 되다가 변형하는 한계점 이상으로 확대되면 결국 지각이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이번 포항 경우에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으로, 이후 한반도 지각이 움직이면서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인 응력이 쌓여 지진이 잦아지고 포항 지진도 일어난 것이다”고 말했다.

박정호 지질자원연구원 지진화산센터장도 “동일본 대지진 후 우리나라의 지각이 일본 쪽으로 계속 끌려가는데 동쪽은 먼저, 서쪽은 느리게 가면서 땅속 응력의 균형 상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남한 지진과 북한 핵실험 관련성은?

대다수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지진을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단층 활성화나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 핵실험 영향이나 관련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지진이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영향과는 연관성이 낮다”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이전인 7월 5일에도 울산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이 지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핵실험이 지진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포항 지진을 포함해 경주에서 잇따라 지진과 여진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 핵실험과 관련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들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남한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을 한 뒤 올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공교롭게 북한의 핵실험 후 남한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의 강도가 셀수록 지진 발생 시기도 앞당겨졌다. 역대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큰 지진(5.8)은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서쪽에서 발생했는데 북한이 그해 4차 핵실험을 한 지 8개월, 5차 핵실험 3일 뒤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월 6일의 4차 핵실험은 첫 수소폭탄 실험으로 한반도 지질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6차 핵실험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줄 정도의 수폭실험으로 북한은 물론 남한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한의 핵실험 간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이것이 지속적으로 지하에 스트레스를 축적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북한 핵실험이 남한 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지질 학계와 인연이 깊은 중국의 지질 전문가는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하 암석에도 영향을 준다”며 “하나의 바위와 같은 한반도 지질 특성상 핵실험은 북한의 금이 간 암석을 통해 남한 지질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지진 전문가는 “지진은 응력이 미치는 가장 끝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대간 지하 암석을 따라 끝이라 할 수 있는 경주나 포항 등 영남권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수폭 실험으로 북한은 물론 남한 지질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남한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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