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제대로 된 경위 파악 없이, 소송 제기해 채무자 압박했나(?)

신한카드, 상속재산을 협의분할로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시킨 채무자 행위에 사해행위 의심

채무자로부터 상속재산 받은 이에게 사해행위 취소 소송제기 했지만, ‘선의의 수익자’ 판결

신한카드, 신속한 채무 변제 강요하거나 채무자 압박 위한 소송 의혹 일축

신한카드가 채무자 측이 상속재산을 타인에게 넘긴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사해행위로 몰아가려 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채무자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을 협의분할약정을 통해 다른 상속인에게 넘긴 행위에 대해, 책임재산을 감소시킨 채 채무 변제를 회피하려 했다며 사해행위로 바라본 신한카드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신한카드 측은 채무자로부터 상속재산을 넘겨받은 이에게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비록 채무자라고 해서 그의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의심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신속히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 무리하게 사해행위로 엮으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던 여성 A씨는 지난 2000년경 신한카드(대표 임영진) 회원으로 가입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10년 이상 꾸준히 신한카드를 사용해 왔던 A씨는 지난 2013년 말부터, 갑작스러운 개인 경제적 사정상 신한카드 이용대금과 대출금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연체금이 불어 그 금액은 1000만원을 훌쩍 넘겼고, 신한카드 측은 A씨에게 신용카드 이용대금 청구소송을 제기, 지난 2015년 초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A씨가 신한카드 측에 채무 원금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연 이자(24%~29.5%)까지 포함한 금액을 변제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A씨처럼 신용카드 이용자가 이용대금 등에 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보통 카드사들은 민간 채권추심업체에 채권 회수 업무를 위탁하거나 법원에 채무자에 대한 지급명령서 발부를 요청한다.

이때부터 채무자들은 카드사에 상환 가능한 현금이 생긴다면, 채무를 지속적으로 변제해 나가야 한다.

이미 이들 채무자들은 이용대금 체납 정보가 금융기관에 공유돼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며 타 기관에서 현금을 빌려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돌려막기’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채무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유체동산 등이 있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에 대한 압류 집행을 통해 채무를 상환해야만 한다.

그래도 채무자가 끝까지 채무를 변제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A씨의 경우처럼 카드사 측이 법적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채무자에 대한 이행권고결정이 날 수 있다. 이후 카드사는 채무가 완납될 때까지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권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곧 신한카드 측은 채무 변제가 가능한 A씨의 재산이 확인될 때마다 이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채무를 상환받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이 내려진 뒤 신한카드 측은 A씨에 대한 강제집행을 위해 재산을 탐색하던 중, 그가 2년 전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협의분할약정을 체결했던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A씨는 신한카드의 대출금을 연체하기 시작했던 시점으로부터 약 3개월 앞선 지난 2013년 9월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른 A씨는 나머지 가족들로부터 아버지의 상속재산과 관련된 협의를 하게 됐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부동산을 상속재산으로 남겼고, 상속인들은 A씨의 어머니 그리고 A씨를 비롯한 4명의 남매가 있었다.

그런데 상속인들은 이 부동산에 대한 상속지분을 나눠가지지 않고, 막내 동생인 B씨의 단독소유로 하기로 의견을 일치했다. 이에 상속인들은 이 부동산을 B씨의 단독소유로 하는 내용의 상속재산 협의분할 약정을 체결했다.

이로부터 약 2주 뒤 신한카드 측은 A씨의 신용카드 이용대금 등의 체납을 본격적으로 인지 및 통보하기 시작했고, 이어 2014년 초 지역 등기소로부터 이 부동산을 B씨의 명의로 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됐다.

무고한 상속인이자 선의의 수익자를 사해행위에 엮다니…

신한카드 측은 A씨가 2400여만원에 달하는 자신의 상속지분을 협의분할약정을 통해 B씨에게 넘긴 것을 두고 사해행위에 속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여기서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 채무를 변제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본인의 책임재산을 숨기거나 타인에게 넘김으로 채무를 면탈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이때는 A씨가 신한카드에 대한 채무 변제 의무가 발생했던 시기였고, 협의분할약정으로 자신의 상속지분을 포기한 것은 의도적으로 책임재산을 감소시킴으로써 사실상 신한카드에 대한 채무 변제를 회피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신한카드 측은 해당 협의분할약정이 채무자인 A씨가 채권자인 자신들에게 대한 사해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B씨와 맺은 협의분할약정을 취소해야 하며, 이를 통해 A씨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부동산 상속지분을 회복해 신한카드 측 채무 변제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신한카드 측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A씨가 당시 상속받은 부동산 지분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2400여만원에 달했고, 카드 이용대금 등의 연체로 인해 수중에 현금이 필요한 상태였다.

때문에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거액을 자신의 소유로 할 수 있었던 상속재산을 넘겼다는 점은 쉽게 납득가지 않으며, 사해행위로 보일 소지가 다분했다.

특히 A씨가 갑작스럽게 생긴 재산을 채무 변제에 사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인 B씨와의 협의분할약정을 가장, 그 재산의 소유를 B씨에 넘긴 뒤 향후 신한카드 측이나 금융기관이 파악할 수 없도록 B씨로부터 직접 현금으로 받아 사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당연히 이 의심 속에서 B씨는 A씨의 채무 변제 회피를 도울 목적의 공범으로까지 비춰질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의심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신한카드 측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자신의 상속재산을 B씨에게 양도하는 협의분할약정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것이 신한카드에 대한 채무 변제를 회피할 목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카드 측은 B씨를 상대로 A씨와 맺은 협의분할계약을 취소하고, A씨로부터 받은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신들에게 지급하라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결론이 난 이 사건 소송은 신한카드 측 패소 판결로 마무리됐다. 신한카드 측 주장대로 B씨에 대한 협의분할계약을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A씨가 협의분할계약을 통해 B씨에게 자신의 상속지분을 넘긴 경위는 아주 간단하게도 B씨가 단독상속을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향후 밝혀진 구체적 사실에 따르면, B씨는 외동이자 막내아들로서 지난 2000년도 초반부터 혼인 후 분가한 누나들을 대신해 10년이 넘도록 부모님을 부양해 왔다.

상속재산이 됐던 부동산은 원래 A씨 부친이 생전 대출을 통해 사들인 건물로, B씨는 혼인 후에도 부모님과 이 건물에서 함께 지내왔다.

특히 B씨는 부모님이 고령으로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수입이 끊기자, 이 부동산의 대출금에 대한 나머지 채무 상당 부분을 자신의 급여 수입으로 변제해 왔다. 사실상 이 부동산의 제2의 소유주는 B씨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해 상속인들 중 이 상속재산의 유지를 위해 꾸준히 기여를 해왔던 이는 사실상 B씨밖에 없었고, 나머지 상속인들도 이를 인정해 B씨 단독상속으로 협의분할약정 체결에 찬성했을 뿐이었다.

법원 역시 B씨가 그 동안 부모님을 부양하며 이 부동산에서 거주해 왔고, 이에 대한 대출금 상환을 부담했던 사정을 참작해 A씨 등 나머지 가족들이 상속재산을 B씨의 단독소유로 귀속시키기로 합의해 협의분할약정이 체결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B씨를 사실상 사해행위의 공범으로 바라본 신한카드 측 주장과는 다르게, ‘선의의 수익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법원 판결 내용에 따르면, 신한카드 측의 주장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성급했는지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신한카드 측이 협의분할계약의 경위 등을 다소 부실하게 조사한 채, 채무를 신속히 변제받기 위해 사해행위를 밀어붙여 무리하게 A씨 측을 압박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A씨 등과 B씨 사이의 협의분할약정이 있었을 당시는 아직 A씨의 신한카드 측에 대한 채무 연체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만약 A씨가 신한카드에 대한 채무 변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상속지분을 B씨 측에 넘긴 것이라면, A씨 단독으로 그런 행위가 있어야 했는데 나머지 상속인들 역시 협의분할약정에 동의해 자신들의 상속지분을 전부 B씨에 넘긴 점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재판부는 “B씨가 아무리 A씨의 동생이라고 할지라도, A씨의 채무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채무이며, A씨는 이미 분가해 별도로 생활하는 이상 B씨가 A씨의 채무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B씨는 (협의분할약정에 따른) 선의의 수익자로 봄이 타당하며, 신한카드는 B씨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채무자 압박 위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 절대 아니었다” 해명

신한카드의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채무를 변제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겠지만, A씨는 채무자라는 자신의 안타까운 현실에 더해 가족들에게 자신의 채무 사실이 밝혀졌고 무고한 막내 동생을 원치 않는 소송에 휘말리게 하며 가슴이 찢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채무자라고 해서 그의 행위 전부를 지나친 의심을 가진 채 사해행위로 접근하는 일부 금융사들의 행태를 신한카드가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역시 이번 일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며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카드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불가피하게 A씨 측에 불편을 끼쳐 안타깝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우선 신한카드 측은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상속재산 협의분할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 행위도 사해행위가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채권자인 자사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일 뿐, 신속한 채무 변제를 강요하거나 채무자를 압박하려 했던 것이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사진=연합,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관계자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상속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 다른 상속인의 존재를 알지도, 알 수도 없었다”라며 “다른 상속인의 존재를 확인한 후에도 다른 상속인들이 공모하였다는 취지는 물론이고 다른 상속인의 협의분할에 대하여 단 한 차례도 언급 한 적이 없었다”라며 다른 상속인들이 A씨의 사해행위를 돕기 위해 협의분할약정을 공모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으며,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카드 측은 A씨의 재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가 유일한 재산인 상속재산을 협의분할약정으로 처분한 사실을 확인했고, 향후 사해행위 취소 소송 등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속재산 협의분할 경위 확인 요청을 기재한 내용증명서를 B씨 측에 발송했지만 배달되지 않아 부득이 하게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협의분할약정 체결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가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신한카드 측은 현재 B씨가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해 소송비용 확정을 신청하고 있는 단계로, 자사가 먼저 이번 소송에 대해 사과를 하게 된다면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한 행위로 오인받을 수 있는 만큼 사과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카드 측은 “소송비용이 확정되면 소용비용을 (B씨에) 지불하면서 저희 회사가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를 통해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