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CJ 불이익 주기위한 공정위 고발 강요… 禹, 의사가 왜곡·전달돼 퍼진 ‘해프닝’

공정위, CJ E&M에 검찰 고발조치 내리지 않자… 청와대에 호출한 우병우

공정위 사무처장에 “머리를 잘 쓰면 엮을 수 있다”며 CJ E&M 검찰 고발 강요(?)

禹 “공동정범 성립 검토 뒤 성립 가능하면 고발의견 검토 제안했을 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한민철 기자

[우병우 재판 바로보기③]에 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제4항은 우병우(51·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10월,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CJ E&M에 대한 무리한 검찰 고발을 강요했다는 혐의다.

검찰 측은 당시 CJ에서 제작·투자하는 콘텐츠들을 두고 박근혜(66·구속기소) 정부의 청와대가 이념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그룹 계열사인 CJ E&M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자들의 법정증언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선 당시인 지난 2012년 6월경 CJ E&M이 운영하는 TV채널 tvN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송출했다.

이어 2012년 9월, CJ E&M은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를 기획·제작해 당시 야당 대선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2013년 12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에 대해 역시 CJ그룹 계열의 CJ창업투자가 제작비 등을 투자한 바 있다.

CJ 측이 제작 또는 투자에 나섰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변호인' .
당시 정치권에서는 CJ가 좌편향된 문화 콘텐츠를 제작,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 행보를 보이며 청와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난 2013년 8월 21일 업무수첩에 기재된 김기춘(79·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 중에는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 간 장악’,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 사정 서둘러야’ 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준우 전 수석의 2013년 9월 30일자 업무수첩에 기재된 박근혜 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 중에는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다’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배경 하에 지난 2014년 3월 20일 청와대 영빈관 열렸던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대래 당시 공정위원장에게 영화계 수직 계열화로 인한 극장에서의 경쟁 제한성 발생 문제에 관해 바로 잡을 것을 특별히 지시했다.

공정위 측은 기존부터 국내 영화산업의 수직 계열화로 인한 독과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었고, 규재개혁장관회의에서의 대통령 특별 지시로 보다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014년 4월경부터 공정위는 시장감시국 산하 서비스업 감시과 주도로 영화산업 분양의 독과점 실태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 다수의 영화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던 CJ CGV와 영화 제작·배급을 담당하는 CJ E&M을 비롯해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후인 2014년 10월경 해당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 됐고,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CJ CGV의 경우 거래 상대방에 따른 거래 조건 차별과 협의 없는 할인권 발행 등의 사항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그리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심사보고서에 반영했다.

그런데 CJ E&M에 대해서는 제작사에 부당한 이자비용 청구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항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조치만 필요하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가 작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중 당시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해당 조사결과에 따라 작성된 심사보고서를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의 결재를 받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동시에 해당 심사보고서에 ‘심사관 조치의견 검토내용’ 문서를 첨부해 2014년 10월 10일 피심인인 CJ그룹 측에 송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CJ E&M의 일반 사항이 공정위 지침 상 고발기준 점수에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공정위는 앞서 언급한 대로 CJ E&M에는 시정명령 외에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 또 2014년 9월부터는 CJ E&M에 대한 심사보고서 내 투자 계약서상에 이자비용 청구관련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부분을 인정해 자발적으로 삭제했고,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기로 조치의견을 최종 결정했다.

물론 청와대 측은 당시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 주목했고, ‘관대한’ 결정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4년 8월 31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중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기재 사항에는 ‘표준계약서’, ‘불공정 거래’, ‘CJ 영화제작 계속 사용’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심사보고서가 CJ 측에 발송된 2014년 10월 10일,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호출을 받고, 청와대에서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CJ E&M에 대한 심사에 관련된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당시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던 공정위 소속 행정관을 통해 공정위 측 조사 결과를 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영선 사무처장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은 신영선 사무처장에 CJ E&M을 CJ CGV와 공동정범이 성립해 고발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J E&M 서울 상암동 사옥. (사진=한민철 기자)
당시 우 전 수석은 CJ E&M이 이자비용을 제작사에 부담하도록 한 부분은 경미하지만, CJ CGV 영화관의 스크린 독점에 따른 수익이 CJ E&M에 귀속됐고, 그렇다면 두 회사는 불공정 행위로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CJ E&M을 CJ CGV의 세 가지 불공정 행위 중 거래 상대방에 따라 거래 조건을 차별하는 행위, 스크린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행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정해 검찰 고발이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檢, CJ에 불이익 줄 목적으로 공정위 압박한 직권남용 명백

물론 당시 신영선 사무처장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심사보고서가 이미 CJ E&M에 송부됐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심사보고서 조치의견을 전원회의에서 갑자기 변경해 심사관이 의견을 진술했던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심인인 CJ E&M의 방어권 침해 문제 역시 향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우 전 수석은 “머리를 잘 쓰면 엮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신영선 사무처장은 이를 청와대에서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을 강력히 원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영선 사무처장은 공정위로 돌아와 우 전 수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노대래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 김재중 시장감시국장에게도 전달했다.

심지어 김영한 전 민정수석도 노대래 위원장에 직접 전화해 CJ에 대한 엄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당시 공정위 측은 청와대의 요구로 인해 CJ E&M의 검찰 고발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공정위 측은 이후 내부 변호사를 통해 CJ CGV와 CJ E&M이 공동정범이 성립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지만,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공정위 측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원하는 것을 검찰 고발로 받아들인 이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줄 수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궁여지책으로 김재중 국장으로 하여금 전문회의에서 심사관 조치의견으로 CJ E&M에 대한 고발의견을 구두로 넣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중 국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CJ에 발송한 심사보고서를 변경해 재송부하는 것은 잘못된 점이 발견됐을 때 하는 것으로 조치의견 변경을 위해 정정하는 경우는 없었다”라며 “심사보고서를 직접 정정하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고, 결국 심사관인 제가 전원회의 심의 시 심사관 시정조치 의견보다 검찰 고발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재중 국장은 2014년 12월 1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에 없었던 CJ E&M에 대한 검찰고발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당시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CJ E&M 대리인은 방어권 훼손을 심각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J E&M 측 대리인의 당시 회의록 진술 내용에 따르면, “원래 심사보고서 상에는 고발의견이 없었고, 고발지침 상 고발기준 점수 2.2점으로 산정해서 부당행위 기준을 사후 판단했다”라며 “그런데 조금 전 교부받은 심사관 조치의견에는 고발의견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피심인에 대한 중대한 방어권 훼손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물론 당시 심사관 조치의견을 변경됐지만, 전원회의 결과 CJ E&M을 검찰 고발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고, 실제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측은 비록 당시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CJ에 불이익을 주기위해 공정위 측에 무리한 고발을 강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전원회의에서 김재중 국장이 기존 심사보고서 내용과 다르게 심사관 조치의견으로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의견을 진술한 것은 공정위 내부고발 규칙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거래에 의한 법률에 의해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며, 공정위에서 특정 사건을 조사하거나 조사한 내용을 처리할 때 외부의 간섭이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청와대라도 공정위 측에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적 사건 처리에 있어 처리 결과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

때문에 당시 우 전 수석의 신영선 사무처장 등에 대한 CJ E&M의 고발조치 요구는 공정위 내부 지침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피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도록 했던 행동으로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禹 “신영선 사무처장이 왜곡해 받아들여 전달됐을 뿐”… 직권남용 혐의 강하게 부정

우병우 전 수석 측은 K스포츠클럽 부당 현장실사 직권남용 혐의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역시 불가벌적미수에 해당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이 공소사실에 우병우 전 수석이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의결이 이뤄지도록 할 의도로 신영선 사무처장에 검찰 고발의결 조치를 요구했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정작 우 전 수석이 의도하고 요구했다는 검찰 고발의결은 전원회의 결과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 공소사실은 명백히 불가벌적미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또 검찰 측이 의심하는 바와는 다르게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CJ E&M 측에 청와대의 CJ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검찰 고발의견을 공정위에 전했다는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정호성(49·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종범(59·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 모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대체적으로 CJ 측과 사이가 좋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당시 신영선 사무처장에 CJ E&M도 CJ CGV의 공범으로서 고발이 가능한지 보다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를 전한 것뿐이었고, 노대래 공정위원장이나 김학현 부위원장, 김재중 국장 모두 신영선 사무처장으로부터 ‘민정수석에서 CJ E&M에 대한 고발을 강하게 원한다’라며 왜곡 전달받았다는 지적이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김재중 국장이 단지 ‘무조건 고발하라’는 취지로 신영선 사무국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대로 전달받았기 때문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관한 CJ CGV와 CJ E&M의 공동정범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고발의견을 진술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
이에 우 전 수석의 공동정범을 적용한 고발이 가능한지 검토해 봐달라는 단순한 의견제시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검찰 측은 우병우 전 수석이 신영선 사무처장에게 고발을 강요하기 위해 무리한 공범의견을 주장했다고 하지만, 우 전 수석 측이 파악한 결과 공정거래 위반 판례에서 형법 제30조의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을 적용한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당시 우 전 수석의 의견은 무리한 공범의견이 아닌, 형법상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으로 공정위 차원에서 공동정범 법리에 관해 보다 검토해 본 뒤, CJ CGV와 CJ E&M의 공동정범 요소가 발견되면 고발하라는 취지였을 뿐, 공정위에서 반려하는 처분에까지 공동정범을 무리하게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우병우 재판 바로보기⑤]에서 계속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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