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정권 당시 ‘정경유착 비리’ 관련 실세들 집중 조사

사업성 두고 여러 문제 지적에도 수백억 예산 지원에 의문

한식세계화사업 성공한 사례 없는 데도 성과 부풀리기 지적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다스 경영진의 조직적 비자금 조성과 납품 관련 금품수수 비리, 도곡동 땅 매각대금 관련 비리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판매대금이 150억원으로 추산된 도곡동 땅 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 큰형 이상은씨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이씨가 아닌 다른 실소유주가 있을 개연성이 압수수색 등을 통한 수사에서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조성된 비자금이 세탁된 자금 흐름을 정밀하게 추적·분석 중이고, 만약 성명불상의 실소유주가 별도로 있다면 그 개입 여부는 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규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스 경주 본사 및 분사무소, 영포빌딩, 관련자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총 6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계좌추적을 병행했으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포빌딩 관리인이 차량에 숨겨둔 외장하드 등 다스 실소유 관계입증과 관련된 증거를 다량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를 추가로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특히 검찰이 MB 정권 당시 기업과 유착해 벌인 여러 사업들과 이 사업에 개입된 당시 실세들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 다음 타깃으로 ‘한식세계화사업’을 주목할 것”이라는 말이 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현 정부가 오류투성이인 ‘한식세계화사업’을 이어 받아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MB 정부의 비리를 척결하는 현 정부가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한식세계화사업’을 육성하는 특별한 내막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각도 존재한다.

2017년 11월 01일 한식세계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식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김대근, 이하 재단)이 ‘한식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출발을 선포했다.

재단은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한 한식세계화 추진을 위해 2010년 3월에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출범해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2015년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편입됐다.

그동안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민의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발전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따라 재단은 한식진흥 전문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관 명칭을 ‘한식진흥원(KFPI, Korean Food Promotion Institute)’으로 변경하고, 관련 사항을 지난달 31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허술한 문재인 정부

한식진흥원은 전 세계적인 식품시장 성장에 맞추어 한식을 효과적으로 진흥하여 농식품 수출, 외식기업 해외 진출, 일자리 창출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과의 역할 중복을 지양하고 한식 콘텐츠 플랫폼 구축, 국내외 한식산업조사 체계화, 홍보 매뉴얼 제작·보급 등을 통해 민간의 한식진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 ▦국내외 한식당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한식당 인증제 도입, 해외 한식당 종사자 교육 확대, 국내외 한식당 경영 컨설팅 강화, 해외 한식당 국산 식재료 공급체계 구축 등을 중점 추진 ▦내외국인 중심에서 국내외 한식당 등 한식·외식기업 및 단체로 사업 대상 고객층을 확대하여 산업과 연계한 한식의 경제․산업적 파급효과를 유도하고, 새로운 농식품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이다.

아울러 내외국인으로 구성된 건강한 식서포터즈와 다국어 소셜미디어, 인터넷 누리집 등을 활용하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한식 홍보를 내실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MB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며 밝힌 포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금까지 1000억원대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9년 전 정부 주도로 시작된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과 관련해 떡볶이와 김치, 막걸리, 비빔밥이 대표 품목으로 선정됐고 투입된 예산은 1600억 원에 이른다.

김치 수출량은 최근 3년새 22% 줄었고, 떡볶이 한류를 내건 떡볶이 연구소는 1년 만에 연구가 중단됐다. 올해까지 해외 한식당을 4만 개로 늘리기로 한 정부 목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2016년부터 정부는 한식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등 한식문화 세계화를 지원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4월 16일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서 열린 제2기 문화융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식 세계화를 넘어 한식문화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보고했다.

이 보고에 따르면 2008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농식품 수출은 2009년 33억달러에서 2015년 61억달러로, 해외진출 외식업체는 2010년 991개에서 지난해 4656개로 늘었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에서 한식에 대한 인식과 기반이 미흡하고, 한식 세계 진출이 단기 이벤트 중심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따라 한식문화를 세계화하고자 한식 전문인력 양성, 정보 제공, 한식문화 관광상품 개발, 한식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문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순실 씨의 사업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뻐꾸기 알 키우는 꼴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가 미르재단을 통해 정부가 적극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한 음식잡지사가 주관한 해외 한식 홍보 행사에 미르재단 인사가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식 세계화와 평창 겨울올림픽을 연계하자는 이 잡지사의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추진과제로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문체부의 보고서 발표 이후 같은 해 11월 최씨의 한식세계화사업 개입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르재단 관계자 김모씨는 이 해 6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W50B)’ 행사의 부속 이벤트인 ‘코리아 NYC(뉴욕 시) 디너스’에 참석했다. 코리아 NYC 디너스 행사는 음식잡지사인 L사가 주관하고 문체부가 후원했다.

김씨는 행사 당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L사 대표와 편집장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고생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L사와의 각별한 관계를 드러냈다.

이벤트업계는 이를 두고 “최씨를 지원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이 있는 미르재단이 L사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된 바 있다.

음식잡지를 펴내는 L사가 최현석, 임정식 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 5명을 데리고 뉴욕으로 건너가 한식 홍보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의심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잡지사가 세계적인 행사에서 한식 홍보 행사를 주관하는 데 대해 ‘든든한 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평창 겨울올림픽 연계 한식 세계화 추진 방안으로 급하게 오른 것으로 지적됐던 ‘아시아베스트 50 레스토랑(A50B) 2018년 유치’와 ‘한식전문 잡지 발간’도 L사가 문체부에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관련 기사를 보도한 동아일보에 따르면 A50B는 W50B의 아시아 버전으로, L사가 초창기부터 주력했던 분야다. L사의 제안은 평창 겨울올림픽 연계 관련 문체부 추진과제로 올해 4월 열린 문화융성위원회 제5차 회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재단과 차은택 씨(47ㆍ구속)가 몸담았던 문화융성위원회, 그리고 L사의 연결고리도 일부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미르재단은 프랑스 ‘에콜 페랑디’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프랑스식과 한식을 융합한 요리 전문학교(페랑디-미르)를 한국 내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끈 적 있다. 에콜 페랑디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요리학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 에콜 페랑디 사업을 추진해왔던 곳이 정부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라는 것이다.

AT는 2013년부터 에콜 페랑디 정규 수업 과정에 한식을 넣는 방안을 협의하는 등 이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다 올 들어 느닷없이 미르재단이 에콜 페랑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AT가 이 사업을 미르재단에 ‘상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AT 사장이었던 김재수씨가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에콜 페랑디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순실ㆍ차은택이다”라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의혹이 불거지자 한식세계화사업에 최순실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은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식세계화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문체부가 후원한 뉴욕 한식행사에 미르재단 인사가 참석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미르재단 개입 의혹이 제기된 한식 홍보행사’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한식 홍보행사는 세계적인 미식분야 시상식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의 부대행사”라며 “해당 행사가 한식문화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해 후원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혹이 제기된 ‘엘(L)’사에 대해서는 “음식홍보에 전문성을 가진 미식 전문 잡지사이자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의 공식후원사로서 해당 행사를 주관했을 뿐 미르재단과 연관성으로 인해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엘(L)’사가 제안했다고 보도된 ‘2018아시아베스트 50 레스토랑’ 시상식 유치의 경우 우리 부는 예산문제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며 “대통령 보고가 진행됐다는 해당 보도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엘(L)’사에 따르면 행사에 참여했다고 보도된 미르재단의 관계자는 미르재단이 사업추진과정에 자문의견을 받은 외부 전문가로 재단관계자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해당 행사 역시 개인자격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미르재단 관계자가 행사에 개입했다는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체부의 해명에도 일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정기관의 추가 수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월에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에 연루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이 최씨와 만나 그의 관심사였던 ‘한식 세계화 사업’ 등을 두고도 구체적 논의를 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나기도 문체부의 허술함이 드러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017년 1월 20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ㆍ구속)에 대한 5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48)는 “요리학교 설립과 관련해 최 전 총장과 최씨가 만난 적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의 증언을 종합하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Ecole Ferrandi)' 측과 국내에 분교를 세우는 '페랑디-미르'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한식 과정을 개설하는 게 최씨의 관심사였다.

이 전 이사 역시 이를 잘 알고 요리학교 설립을 위해 총장실에서 최 전 총장을 만나는 등 이대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 전 이사는 차씨로부터 최 전 총장과 최씨,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등이 여의도 63빌딩에서 만난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무 협의를 위한 논의 이전에 최씨가 이미 최 전 총장과 만나 이야기를 해놨다는 취지다.

이 전 이사는 “페랑디-미르 사업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갔는데 안 전 수석에게 전화해보라고 해서 부탁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이 양재동의 한 건물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임대료가 비싸서 못했다고도 했다.

이 전 이사는 “차씨와 함께 이대 총장실에 가서 식품영양학과 교수들과 만났는데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도 있었다”며 “페랑디-미르 사업에 대해 상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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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