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강물을 연분홍으로 채색한다. 상큼한 공기가 숲속을 휘감고 사랑의 기타멜로디에 나비와 풀잎과 나무들의 합창이 잔잔히 퍼진다. 고결하게 응시하는 서로의 눈빛은 꽃향기처럼 그윽하고 저 돛단배 위에 다정히 오르면 낙원의 여신이 미소지으며 손짓하려나.
동행의 길을 시작하는 꿈결 같은 풍경의 화면은 누구나 마음속 간직할 만한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다. 비록 비현실일지라도 이런 추억이 있다면 인생의 난관 앞에서도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의 결혼생활엔 트러블이 있게 마련이지만 하나가 되어가는 길이다. 나 역시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고 그림 안에서도 그렇게 표현하려 했다.”
또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에선 맑지 않은 날씨의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집안에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 또는 혼자의 안온한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함께 여행하기도 하는데 그 힐링 언어가 휘게(Hygge)라이프다.
커피 한잔과 추억을 기록할 노트와 펜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창가는 그 자체로 설렘과 여유를 건넨다. 착한사람들의 행복한 동네는 저마다 집과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 임 작가는 그런 풍경을 ‘가족’으로 풀어냈다. 좋았네, 나빴네 하면서도 함께 추억을 만들고 서로 소중하게 여기기며 살아간다는 의미가 스며있다.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내가 그 안에 있는 느낌으로 작업한다. 예쁜 집들이 많은 동네를 지나가면 힐링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집안을 꾸미는 사람은 집 밖도 잘 꾸미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것을 좋아하는데 가족을 그릴 때도 추억을 담아내려 하기 때문에 그때의 시간을 느끼고 회상에 잠기기도 한다.”
한편 전시장에서 장시간 인터뷰한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해 물어보았다. “밝은 그림을 그리니까 ‘너 정말 행복 하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재미나게 살고 그렇게 그리려 한다. 색깔을 많이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의 그림에서 삶의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주제는 어떨지 모르지만 행복감에 젖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