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커버] 남ㆍ북ㆍ미 ‘3각 게임’ UN이 해결사
  • | 2018-03-09 22:03:22
남북ㆍ북미 관계 급변, 한반도 대변화…북핵, 北 식량난 UN 통한 해결이 현실적

北 과감한 결단, 4월 남북정상회담…남북관계 새 국면으로

5월 북미 정상회담 실현되면 한반도 상황 새롭게 전개

北 경제난 심각, 비핵화 일부 양보…핵포기 절대 안해

북핵 문제 UN 통한 ‘한반도영세중립국’안 해법으로 제시돼

북한에 시급한 쌀 지원 곤란…UN 인도적 지원으로 풀어야

대북 지원 정부 나서면 장애 많아, 민간 주도해야 효과적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모드로 전환된 남북관계가 아직 순항중이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가속도가 붙거나 돌발 변수로 뜻밖의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남북한은 각각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양국의 정상을 만나 친서를 교환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축해가는 반면,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는 아직 유동적이다.

특히 북미관계는 북핵을 둘러싸고 강대강(强對强) 대결 구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고, 한미관계는 ‘동맹’이란 외투를 걸쳤지만 편하지만은 않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새로운 관계 정립에 미국은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의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과 우리 정부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표단의 평양 방문으로 남북관계가 화기애애하게 전환된 뒤 북미관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는 수용하지 않지만 진전된 비핵화, 즉 핵동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의사를 밝혔고, 실제 실현되면 북미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게 되고 남북관계 역시 전환기를 맞게 된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난한 과제는 당사국보다 유엔이 해결사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식량만 하더라도 국제 제재 품목이기에 유엔 차원의 인도주의적 지원이어야 가능하다.

그 어느 때보다 해빙기를 맞은 남북관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해법을 갖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호기를 맞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비롯해 한미관계와 북미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北 경제난 남북관계 대변화 동인(動因)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경색돼온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뒤 모처럼 형성된 화해 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평창올림픽과 예술단 공연 과정에서 보인 북한의 변화는 빙산의 일각이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의 방한과 천안함 피격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 단장으로 나선 것은 남북관계 대변화의 분명한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우리 정부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보인 북한의 행보는 파격의 절정을 이뤘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의용 실장 일행을 평양 조선 노동당사 본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방북 인사 중 노동당 본관에 초청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이 제시한 현안들을 거침없이 수용하고 향후 사안들을 진행해나갔다. 남북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 ▦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 ▦북미대화 용의 ▦대화기간 전략도발 중단 ▦남측 태권도시범단ㆍ예술단 평양 방문 등 6개 항에 합의했다.

특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한 것은 파격적이다. 실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면 향후 남북관계는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비핵화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평양에서의 남북회담은 미국의 관심사가 크게 반영된 가운데 추진됐다. 즉,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게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도 매우 중요했다. 북핵이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만큼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 나아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무기보다 힘 센 ‘쌀의 힘’…북한 ‘비핵화’ 진일보

지난 5일 평양으로 향하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북특별사절대표단에는 아주 특별한 미션이 주어져 있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이 한국 정부에 전달한 미션이기도 했다.

미국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 등 대북사절단의 방북 목적은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게 유일하다고 할 정도였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에 따라 장차 북미관계가 달라질 것이고,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남북관계도 순항하거나 삐걱거릴 수 있었다.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 요구에 북한은 신속하게 답했다. 완전한 비핵화는 거부하돼 기존보다 크게 진일보한 입장을 밝혔다. 즉, 핵 포기(폐기)는 절대 없지만, 향후 핵실험을 중단하는 ‘핵동결’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고,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가능한 조기에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가능한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정 실장 방북 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보다 더 명확한 도발중단 의사표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전격적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과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포기는 절대 없다’는 종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며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핵동결’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한 것은 북한이 핵에 대한 입장을 수정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핵동결로 나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핵에 관한한 절대 양보하지 않는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것은 심각한 경제난, 식량난 때문”이라며 “4월이 다가오면 북한에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김정은도 핵에 관한 노동당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김정은과 노동당의 관계에 결정적 변화가 생겼고, 노동당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북한이 김씨 일가의 통치가 아니라 당이 우선하는 ‘정상국가’로 변화하고 있고, 노동당의 결정이 최고의 효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이 특사로 방한한 것이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 얼굴로 나선 것도 노동당의 영향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 노동당의 최대 현안은 한계 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경제난을 해결하는 것으로 핵문제까지 양보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6차 핵실험 후 전 세계가 대북 제재에 나서고 특히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한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작년 12월 5년만에 당 최말단 조직 책임자인 세포위원장 대회를 개최한 것은 민심이 심상치 않아 신년 초에 열던 것을 앞당긴”이라며 “장마당으로 버텨오던 서민경제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김정은은 대회 기간 내내 세포위원장들과 함께 했다”며 “그만큼 북한 경제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이 전격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이나 김여정 특사,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단으로 방한케 한 것은 경제난을 해결해줄 유일한 창구인 한국에 긴급구조요청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UN이 최고의 현실적 해결사

북한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핵동결 수준까지 양보할 뜻을 내비쳤지만 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는 북핵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미국이 도무지 해결할 방도가 안보이는 난제이다.

북한이 비핵화 양보의 대가로 요구한 경제난 해결, 특히 식랑난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식량난 해결의 필수 전제인 쌀의 경우 금수 품목에 해당해 지원이 곤란하다. 군량미 전용 가능성 등으로 유엔은 북한으로의 쌀 반입을 막고 있다.

북한의 결단으로 모처럼 문이 열린 비핵화의 가능성과 북한에 시급한 식량 지원 문제가 여러 걸림돌로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식량난 해결은 서로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어 두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북핵’의 경우 북한이 포기(폐기)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않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압박도 일정한 효과를 거뒀을 뿐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비핵화를 목적으로 극단의 압박을 가할 경우 핵을 비롯해 생화학, 세균탄 등 상상할 수 없는 무력 도발도 감행할 수 있어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구가 유엔이라고 말한다. 유엔이 북핵을 관리하고 북한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확실한 안전을 보장해 준다면 실질적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동구권 붕괴와 중동의 국가나 지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핵이 없기 때문이란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통 역시 유엔이 가장 확실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도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유엔만이 합리적으로 북핵에 접근할 수 있다”며 “미국의 특정 이익을 배제하면서 북핵을 유엔이 관리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다”고 말한다.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유엔이 중심이 돼 남한과 북한을 영세중립국으로 하는 방안으로 실제 현실화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보유하더라도 안전장치를 통해 관리하게 돼 핵 위험을 감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장백산 이사장은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반면 미국 등은 ‘핵 포기’, ‘비핵화’를 요구해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남북이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해법이다”고 주장한다. 장 시장에 따르면 북한이 핵, 미사일, 생화학 등 가공할 무기를 생산하고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보유한다고 하면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해 중국, 미국 등이 막으려 하고, 결국 유엔이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엔을 통해 ‘한반도 영세중립국’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려다 유엔 총회 의결로 사실상 무산된 것에 비춰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수도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지만 유엔 총회에서 대다수 국가가 반대하면서 실현이 어렵게 됐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영세중립국’안이 유엔 총회에 상정되고 다수 결의로 통과되면 실효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지원과 관련해서도 유엔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백산 이사장은 “유엔이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막는 가장 큰 이유는 군량미로 전용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주민에게 보급되는 것을 확실하게 한다면 유엔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선 전 세계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과 관련해 “현재 북한은 우리 정부에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고 실제 북한 상황은 심각하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나서면 세계의 눈이 주목하고 유엔 등 제재가 많은 만큼 민간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이 주체가 되더라도 국내법의 규제가 있으므로 해외동포가 나서는 게 현실적이고 북한도 ‘민족’ 차원에서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처럼 남북관계의 호기를 맞은 문제인 정부가 남북 문제와 북미. 한미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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