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정상회담 ‘의제’ 확정 못해 …北 ‘비핵화’ 논의 강력 반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서 ‘비핵화’ 빠지면 양국 정부에 큰 후폭풍

北 “ 핵보유국 지위 인정해야”… “‘비핵화’ 논의 대상 아냐”

김정은 방중 후 회담 주도권 쥐어…文 정부에 6ㆍ15선언, 10ㆍ4선언 이행 촉구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하지만 아직 정상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아 기대에 못미치는 회담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상회담의 전제이자 가장 중요한 ‘의제(議題)’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정상회담 의제의 핵심이 될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난감한 상황이다.

만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주시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부분이 빠지면 정상회담의 의미는 반감되거나 사실상 무의미하게 돼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6ㆍ13 지방선거를 앞 둔 시점이라 남북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 없이 끝난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과도 맞물려 있어 ‘비핵화’는 매듭짓고 가야할 의제다.

그러나 4ㆍ27 정상회담을 불과 10여일 남겨둔 현재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한 발작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큰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 아쉬울 게 없고, 오히려 당당하게 문재인 정부를 상대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다뤄지고 일정 부분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비핵화 논의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에 완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어떻게든 상황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가 양국의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런 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운전자론’은 힘을 잃게 됐고, 북핵에 대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국내에서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곤경에 처해있는 문재인 정부의 속사정과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3월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 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총괄간사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사진=연합뉴스)
‘알맹이’ 없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앞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아직 ‘의제(議題)’가 결정되지 않았다.

남북이 갈리고 휴전중인 한반도의 특수상황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의제’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와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남북이 의제를 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북한핵 때문으로 전해진다.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놓고 우리 정부와 북한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의제로 비핵화 문제를 제시했으나 북한은 단호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북관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고위급 회담, 상호 특사 방문, 실무회담 등에서 일관되게 비핵화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주장에 침묵하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 9일 27개월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측 대표단이 비핵화를 언급하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남측의 입장을 문제 삼아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앞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서 비핵화 논의에 일관되게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3월 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후에는 전 세계를 향해 핵보유국 인정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우리 정부의 비핵화 목소리엔 강력 대응했다. 일부에선 문재인 정부에 비핵화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말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월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자충수’ 뒀나?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북ㆍ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까지 이끌어내야 하는데 어느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4ㆍ27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며 “반드시 이 기회를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정상회담의 3대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관련 발언의 방점은 ‘비핵화’에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은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할 정도로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내비친 것이고, 한편으론 비핵화 문제를 북한과 미국이 직접 풀어갈 것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북한이 ‘핵보유’에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에 난제 중 난제라 할 수 있다.

비핵화 문제가 한ㆍ미 양국에 ‘발등의 불’인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북핵에 대한 오판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정적 단초는 3월 5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면담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은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비핵화’의 진의를 오독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뒤 3월 6일 귀환해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며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정 실장은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의사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 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반도 전문가들과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정 실장이 전한 북한의 비핵화 입장에 의문을 나타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나타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란 뜻도 특사단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김정일ㆍ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비핵화 목표’를 강조했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도 핵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사실상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한 ‘핵보유국 지위’는 북한이 결코 포기하지 않는 국가 방침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을 잘못 이해했거나 어떤 목적을 갖고 확대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대북 소식통 역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정 실장의 발언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게만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비핵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트럼프에게 북한의 입장을 잘못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핵에 관한 진의를 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북미정상회담의 문제를 지적하다가 낙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 한반도와 북한 전문가들의 판단과 견해가 사실이라면 한국과 미국은 ‘큰 실수’를 한 셈이다. 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최고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해결불가한 사안이라면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은 탸격을 받을 수 있다.

4ㆍ27 정상회담만 하더라도 의제에서 ‘비핵화’가 빠지면 문재인 정부는 비판 여론의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쪽은 트럼프 행정부다. 한국 특사단의 말을 믿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세기적인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문제가 꼬이면서 한국과 미국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승부수 ‘중국행’… 정상회담의 ‘갑’ 되다

김정은 위원장 일행은 3월 25∼28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 위원장은 3월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해 양국의 우의를 다지고 중국의 대북 지원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김 위원장의 방중 행보는 일종의 한국과 미국을 향한 ‘승부수’로 사실상 큰 승리를 거뒀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일단 미국 주도로 추진돼 온 전 세계의 대북 압박 성과는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국이 대규모로 북한 지원에 나서면서 전 세계의 대북 압박에 큰 구멍이 생긴 결과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평창올림픽 참가와 함께 우리 정부에 도움을 청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입장이 뒤바뀐 형국이 됐다.

북한은 전 세계의 압박으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체면불구하고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머뭇거리자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로써 해빙의 시대로 나아가던 남북관계는 일시에 제동이 걸렸고,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은 우월적 입장에서 우리 정부를 상대하려 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4ㆍ27 정상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우리 정부에 요청하던 것과 달리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 것이고, ‘비핵화’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게 압박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남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수백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빚’과 관련해 2000년 정상회담과 2007년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북한에 약속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또한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동북아질서와 관련해 미국-일본-한국-대만으로 이어지는 포위망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이 고리가 끊어졌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을 활용해 미국에 대항할 힘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운전자론'을 주창하며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역할론이 영향을 받게 된다.(사진=연합뉴스)
한국, ‘한반도운전자론’에서 ‘핵 벙커 방패막이’ 되나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비핵화를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정의용 실장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신임 보좌관을 만나, ‘핫라인’을 구축하고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한 것도 북한발(發) 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회담 후 “비핵화 방향에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양국의 안보수장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비핵화에 관한 양국의‘속사정’은 공동발표와 달리 복잡미묘했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하지 않기로 할 경우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번 회담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우?정부와 미국이 비핵화 딜레마 때문에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회담이 문재인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가에서는 정 실장이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이 완고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되기 어렵다는 상황을 전했고, 볼턴 등 미국 측은 어떻게든 비핵화 관철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도 비핵화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고는 북미정상회담이 무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정가 일각에선 비핵화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와 미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양상을 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을 전했고, 미국은 남북 간에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줘 트럼프 정부가 난처하게 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양국 모두 비핵화 문제에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운전자론’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핵에 관한 주도권을 쥔 북한이 한국을 활용해 미국의 압박을 피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국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대북 공격을 제어할 수 있는 방편으로 활용됐다는 평이 있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과 문화교류 등을 통해 미국의 공격을 피할 방어막을 치고, 나아가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교류도 활성화해 방어막을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한국은 핵을 지닌 북한이 설치한 벙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된다.

당장 4ㆍ27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의제’부터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핵화를 의제로 하기가 녹록지 않다.

한반도 전문가들 중엔 자칫 ‘의제’ 없는 초유의 정상회담이 되거나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가 빠진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도 예견한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에 대한 해법과 선택이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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