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는 미국과 우리 정부와는 ‘평화협정’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ㆍ ‘군축’ㆍ ‘경협’ 키워드

北, UN 대북 제재 해지 위해 평화협정ㆍ종전선언, 남북화해 주력

북미정상회담서 실질적 비핵화 논의, ‘핵동결+유엔 핵사찰’ㆍ대북 경제지원 빅딜 가능


김정은-시진핑⦁마이크 폼페이오 회동, 남북정상회담 윤곽 결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1년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두 정상 간 ‘판문점 선언’으로 일컬어지는 공동선언문에 담길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을 남북정상회담 3대 의제로 정했고 그 가운데서 비핵화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루겠다는 여러차례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북한은 ‘의제’를 확정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에 마주앉게 됐다.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를 의제로 삼으려고 했으나 북한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비핵화’를 의제로 삼는다면 정상회담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을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진 국내 상황 속에서 정상회담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때만 해도 경제난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섰지만 중국 방문 후 대규모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아쉬울 것 없이 당당하게 정상회담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너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같은 민족인 남한에 손을 내밀었을 때 이를 잡아줬어야 하는데 미국 눈치만 보며 계속 미루자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도움을 청했다”며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약속받았고, 핵까지 보유했으니 남한과의 관계도 당당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이 쥐게 됐고 그들이 주장하는 선에서 ‘내용’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영향을 받았고, 특히 ‘비핵화’와 관련해선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선 비핵화 논의는 의례적 차원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는 심하게 말해 ‘립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에 합의를 하더라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핵동결’ 까지 나아갈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고려해 유엔의 핵사찰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본지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과거 전례처럼 ‘공동 노력’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北, 경제통 빠지고 군부 실세 대동한 이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는 북한측 대표단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경제통이 빠지고 군부 실세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야전군을 총괄 지휘하는 리명수 군 총참모장이 정상회담 일원으로 방남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9일 새로운 남북대화의 문을 남북 고위급회담에 경제 전문가와 남북경협 경험자들이 나선 것과 확연히 다르다. 당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이 북측 회담 대표로 나섰지만 실질적으론 북한 경제통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핵심으로 전해졌다. 실제 남북 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는 전종수 부위원장이었다. 1차 고위급 회담 북측 일원인 황충성 조평통 부장도 대남 협력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당시 고위급회담의 주의제는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대규모 지원을 약속받아 경제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남한과의 경제 논의는 중요성이 반감됐다.

또한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이 미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택했다. 특히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규모 대북 지원과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경제 지원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직접 미국을 상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통 대신 군부 실세를 대동한 것은 본질적 경제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고 우리 정부와는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에 주력하고, 남북경협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 전체에 영향을 줄 대규모 경제논의는 미국을 직접 상대할 것이고 그갓은 비핵화와도 관련있다”면서 “남한과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유엔의 제재를 푸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재래식 군병력을 줄여 경제 쪽으로 돌릴 예정인데 남한과의 경협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방편으로 ‘평화협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우리정부와 ‘군축‘을 심도있게 논의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군축을 통한 감군에 역점을 두고 이들을 경제 분야에 투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남북 경협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절대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말라고 단언했다. 그는 “남한이 기대하는 것처럼 실질적 비핵화를 문서화한다면 정상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한 정부 체면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한다’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또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한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미국 공격을 막으려고 하기 때문에 예술, 체육 등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이산가족상봉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해왔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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