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명식…‘이스트사이드스토리’초대전, 5월 2~31일, 갤러리위

East Side, 116.8×91.0㎝ Oil on canvas, 2018
“다시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이론 등…(중략)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코스모스(COSMOS),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著,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刊>

숨바꼭질을 하다 들킬세라 빠끔히 고개를 드러낸 개구쟁이처럼 하양, 노란, 빨강, 초록집들이 귀엽기만 하다. 동산은 후덕하게 물을 품었다. 물길은 티 없이 맑은 햇살을 껴안아 천지(天地) 간 중용의 미덕을 자연의 평온미로 드러낸다. 살아있는 생동감의 선사함이다.

“2005년도 미국 마이애미 개인전 때 보았던 풍광기억을 13년 만에 마음으로 그려냈다. 집은 행복의 출발점이다. 세계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은 새로운 날의 시작이며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내 작업 궁극의 지향은 동·서양 화합과 평화다.”

East Side, 90.9×72.7㎝ Oil on canvas, 2018
수필 쓰듯 붓 가는 대로

‘이스트사이드스토리(East Side Story)’연작은 세 시기를 거치면서 진화 중이다. △2004~2009년(미국)=“2004년 롱아일랜드연구교수로 머무는 동안의 어느 봄날이었다. 전철 안에서 우연히 창밖을 보는데 순간 스쳐가는 집들이 사람얼굴로 보였다.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그 집들을 미친듯이 그리기 시작했다. 이스트사이드스토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2005년 뉴욕 리즈갤러리(Reece Gallery)에서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 작가 3인전(展)’을 가졌다. 화랑 및 각국 작가의 명성이 워낙 걸출하였다. 김 화백의 국제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전시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2010~2015년(일본)=2007년도 상하이아트페어에 출품했을 때였다. 일본 아트랜드갤러리 야마시타 다카시(Yamashita Takashi)대표가 화백의 작품 앞에서 멈춘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10년도 동경, 오사카, 고베, 후쿠오카, 삿포로 등 7개화랑 일본 순회전을 가졌다.

△2015~현재(용인)=퇴직 이후 2015년도 경기도 용인시 소재, 전원에 작업실을 짓고 입주했다. 자유롭게 특정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수필 쓰듯이 그림을 풀어간다. 자연의 녹색이 주조색으로 많이 나타난다.

김명식(金明植) 화백
한편 김명식(ARTIST KIM MYUNG SIK)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했다. 동아대학교 교수(1993~2015년)를 역임했다. 1984년 신세계미술관(서울), 반도화랑(대전) 이후 국내외 70여회 개인전을 가졌다. 1994년 한국미술작가상, 2008년 미술세계작가상, 2014년 장리석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김명식 고희전(展)-이스트사이드스토리’초대전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위(Gallery We)에서 5월 2일 오픈해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인터뷰한 화백에게 화업50년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방과 후에 그림지도를 해주셨다. 미술대회에 나가면 꼭 상(賞)을 받게 되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희열이 밀려왔다. 그것이 그림인생의 시작이다. 화가의 길은 답도 없는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니 즐겁게 가는 것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