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은경…‘러브코끼리ㆍ꿈을 담다’초대전, 5월 1~31일, 경남사천 ‘리미술관’

'치유의 빛', 162×130㎝ Mixed media, 2018
“그리고 그리스의 시인은 시적 창조의 비밀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똑같이 꿈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가르침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한스 작스(Hans Sachs)가 직장시인(職場詩人)이란 노래 속에서 말한 바와 같다. 친구여, 자기의 꿈을 해몽하여 적어두는 것, 바로 그것이 시인의 일이로다. 믿을 지어다, 인간의 가장 진실 된 상념(想念)은 꿈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모든 노래와 시는 진실의 꿈의 해석에 불과 한 것을.”<프리드리히 니체 著, ‘비극의 탄생/바그너의 경우/니체 대 바그너’, 김대경 옮김, 청하 刊, 1991>

뜨거운 상념이 토해낸 처절한 독백의 상기된 볼처럼 물빛에 황혼이 드리운 시각.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지나간 후 쏟아지는 눈물이런가. 저기 산등성이 걸려있는 빛을 바라보며 코끼리 한 마리가 한 걸음씩 삶의 무게를 껴안고 일생이라는 강을 건너고 있다.

그리스 신화 ‘레테의 강’처럼 진정 저 강물을 마시면 망각이라는 평온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고뇌와 진지함의 사색적 감성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Maris Jansons)가 지휘한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교향곡 2번 C단조 부활(Resurrection)’선율이 저 태양의 영광으로 흘러든다.

심오한 공명의 온유한 호른(horn) 음색이 유장한 슬픔의 노래처럼 긴긴 산맥 능선 너머의 연푸른 하늘로 솟는다. 오오 희망의 날개 짓인가. 오래된 쓰라린 덩어리가 눈 녹듯 녹아들며 무량억겁 신비를 품은 대자연이 부드러운 정감(情感)의 미풍을 멜로디에 얹는다.

'전진', 116×89㎝, Mixed media, 2015
“집단생활을 즐기는 코끼리가 홀로 걸어가는 고독감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자아세계를 담은 명상적 그림이다. 현실에 부딪치는 어둠을 마주하더라도 실오라기 같은 빛에 위안 받으며 담대하게 걸어가는 강인함은 희망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나의 그림이 그 치유의 빛으로 널리 전파되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그림은 곧 생명

생명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순환으로 연결되어 사랑의 상징으로 모아지는 ‘러브 코끼리’시리즈 모티브는 작가의 태몽에서 얻은 영감으로부터 시작됐다.

2013~14년 초기작품은 동화적 이상향을 향한 꿈과 평화의 판타지를 표현했다. 2015년 중반부터 커피-소통, 여인, 보름달, 자연 등 소재확장을 통하여 코끼리의 헌신적 삶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관계성에 주목했다. 2018년도에 들어오면서 무소가 등장한다.

“동물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속도와 경쟁사회일수록 자연의 근원과 생명 중심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에 천착하게 되는 이유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은경(李銀京) 작가
이은경 작가는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및 동 교육대학원 수학했다. 이번 일곱 번째 개인전 ‘러브코끼리ㆍ꿈을 담다’초대전은 5월 1일 오픈해 31일까지 한 달 동안 경남 사천시 소재, 리미술관에서 ‘코끼리와 무소’를 중심으로 45여점을 선보이며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특히 오픈행사로 아이들과 엄마아빠가 함께 ‘러브 코끼리 조형물그리기’체험행사를 가졌는데 ‘가정의 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나에게 그림이란 생명이다. 그 안에서 즐거움, 슬픔,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내면서 치유 받고 그것을 전파하는 소명으로 여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