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상념이 토해낸 처절한 독백의 상기된 볼처럼 물빛에 황혼이 드리운 시각.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지나간 후 쏟아지는 눈물이런가. 저기 산등성이 걸려있는 빛을 바라보며 코끼리 한 마리가 한 걸음씩 삶의 무게를 껴안고 일생이라는 강을 건너고 있다.
그리스 신화 ‘레테의 강’처럼 진정 저 강물을 마시면 망각이라는 평온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고뇌와 진지함의 사색적 감성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Maris Jansons)가 지휘한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교향곡 2번 C단조 부활(Resurrection)’선율이 저 태양의 영광으로 흘러든다.
심오한 공명의 온유한 호른(horn) 음색이 유장한 슬픔의 노래처럼 긴긴 산맥 능선 너머의 연푸른 하늘로 솟는다. 오오 희망의 날개 짓인가. 오래된 쓰라린 덩어리가 눈 녹듯 녹아들며 무량억겁 신비를 품은 대자연이 부드러운 정감(情感)의 미풍을 멜로디에 얹는다.
나에게 그림은 곧 생명
생명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순환으로 연결되어 사랑의 상징으로 모아지는 ‘러브 코끼리’시리즈 모티브는 작가의 태몽에서 얻은 영감으로부터 시작됐다.
2013~14년 초기작품은 동화적 이상향을 향한 꿈과 평화의 판타지를 표현했다. 2015년 중반부터 커피-소통, 여인, 보름달, 자연 등 소재확장을 통하여 코끼리의 헌신적 삶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관계성에 주목했다. 2018년도에 들어오면서 무소가 등장한다.
“동물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속도와 경쟁사회일수록 자연의 근원과 생명 중심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에 천착하게 되는 이유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다.”
특히 오픈행사로 아이들과 엄마아빠가 함께 ‘러브 코끼리 조형물그리기’체험행사를 가졌는데 ‘가정의 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나에게 그림이란 생명이다. 그 안에서 즐거움, 슬픔,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내면서 치유 받고 그것을 전파하는 소명으로 여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