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끝에 자태를 드러낸 백령도는 눈부시다.해빙무드를 탄 봄 햇살에 섬은 금빛을 발한다.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는 조선시대때 ‘곡도’로 불리던 유배지다. 그 곡도까지 예전에는 뭍에서 뱃길로 14시간이나 걸렸다.

백령도에서 황해도 장연군까지는 불과 10여km 거리다. 인천에서의 뱃길이 200km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북녘 땅이 한참이나 가깝다. 가까워도 쉽게 닿을 수 없었던 동토에서의 하루는 마음조차 숙연하게 만든다.

맑은 날 용기원산에 오르면 어슴푸레했던 새벽시간대의 북녘땅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선다. 산과 농토와 집들이 어우러진 백령도의 자태도 제법 탐스럽게 펼쳐진다. 백령도는 의외로 농업이 주민들의 주업이다.

‘신의 마지막 작품’ 두무진

먼저 발길을 이끄는 섬의 명소는 백령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두무진이다. 두무진은 대한민국 '명승 8호'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명소다. 웅장한 기암괴석 때문에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두무진 관광은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나서는게 일반적이다. 육로 오솔길을 통해 두무진 선대암까지 닿는 산책로는 두무진을 새로운 각도에서 알현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예전 두무진 일대는 사진 촬영조차 금지됐지만 최근에는 선대암 아래까지 계단을 따라 내려설 수 있다.

거친 파도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기암절벽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동감하게 된다. 선대암 외에도 형제 바위, 코끼리 바위 등 천길 낭떠러지 절벽들이 두무진 일대에 흩어져 있다.

두무진을 시작으로 백령도의 기암 바위만 둘러봐도 흥미롭다. 북쪽 고봉포구 앞바다의 사자바위는 마치 사자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쪽 장촌 포구 너머의 용트림 바위는 군사지역에서 개방된 곳으로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지녔다. 가마우지와 갈매기의 서식지인 용트림 바위 뒤로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남포리 습곡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연기념물 해변과 기념비들

백령도의 해변들 역시 개성 만점이다. 사곶해변은 세계에서 단 두 곳 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 해변 활주로다. 실제로 한때 사곶 해변은 군 비행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4km 가까이 아득하게 늘어선 해변은 차량 출입이 가능해 이곳을 달리는 차량들도 종종 목격된다.

콩알을 뿌려 놓은 듯한 콩돌해변 역시 형형색색의 작은 자갈이 2km 걸쳐 펼쳐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사곶과 콩돌해변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용기포에서 뒷언덕을 넘어서면 만나는 등대해변 역시 기암절벽으로 둘러 싸인 채 아늑한 해변이 들어선 모습이 독특하다..

섬 곳곳에서는 사연 깊은 유적들과도 조우하게 된다. 섬 남서쪽의 중화동 교회는 1896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로 언덕위에 들어선 풍모가 멋스럽다. 교회 옆에는 한국 기독교 100년사를 엿볼 수 있는 기독교역사관도 들어서 있다. 섬 북쪽의 심청각에서는 북한 장산곶이 아득하게 바라다 보인다.

섬을 둘러보다 만나는 탑과 비들은 백령도가 기암과 해변 뿐 아니라 역사와 시대의 흔적이 서린 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용기포의 통일기원탑, 사곶해변가의 서해최북단비, 섬 서안의 천안함 위령탑 등에서 섬이 간직한 숭고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 연안여객 터미널에서 배가 출발한다.평균 4시간 소요.풍랑이 없어도 해무가 짙으면 출항이 취소되니 출발 전 출항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음식=짠지떡, 모밀 칼국수가 별미다.가을 2리의 시골모밀칼국수집에서 내놓는 짠지떡은 김치와 홍합을 넣어 만든 토속 만두가 일품이다.두무진 포구에서는 자연산 회를 판매하며 돌아오는 길에 멸치,까나리 액젓을 구입하면 좋다.

▲기타정보=백령도의 명동격인 진촌리에 숙박업소와 민박집이 다수 있다.섬안 교통편은 뱃시간에 맞춰 버스가 운행된다. 렌트카 대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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