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개각’에서 5~6개 부처 개각까지 說說說…법무ㆍ환경ㆍ농림 유력

행안부 개각시 김부겸 전대 출마 가능성 ↑…대권 구도 요동칠 듯

이개호 입각 유력, 환경부 우원식, 법무부 박범계 등 거론

임종석 남북관계 역할 평가 엇갈려…거취 따라 ‘대망론’ 영향줄 수도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을 끝난 가운데 개각설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직을 채우는 동시에 여타 부처의 장관의 교체설이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사는 개각의 폭이다. 업무 연속성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농림축산식품부만 채우는 ‘원포인트 개각’에서 업무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던 3~4개 일부 부처를 포함한 ‘미니 개각’, 여기에 1~2개 부처를 추가하는 중폭 수준의 개각까지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도는 방안은 1~2곳이다. 야당은 현재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을 놓고 내홍이 극심하다. 여당과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원포인트 개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비서실 개편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큰 폭의 개각을 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 유럽 순방에 언급한 이후 불이 지펴진 개각설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오는 25일부터 7월 초까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발(發) 개각과 개편이 여권 차기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각 대상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함될 경우 청와대에서 이들의 전당대회 행에 동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불모지인 TK(대구ㆍ경북), PK(부산ㆍ경남)에서 당선되며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권에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미래 권력’의 조기 부상을 용인했다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가 어느 수준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할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연일 이 총리의 노고를 치하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총리가 이번 개각에서 실질적인 내각 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2기 내각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리의 무게감 행보가 이어질 경우 호남 출신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개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교체론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망론’까지 언급되던 임 실장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낙연 총리로 시작된 개각설…관심사는 규모·부처

개각설의 진원지는 청와대가 아닌 국무총리의 입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에서 유럽순방을 동행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 및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장관들 평가가 있었다. 부분 개각(改閣)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고 밝힌 것이다. 김영록 전 장관의 총선 출마로 공석이 된 농림축산식품부을 채우는 것 이상의 개각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일부 부처 장관 교체설과 관련, “규모가 클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1년이 지났으니까 교체하고 그런 거는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 중심으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는데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개각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명시했다. 아울러 “장관 임명 때도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협의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부분적인 개편 때도 협의를 거칠 것이다. 이미 기초협의를 했다”며 총리 내각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개각설’이 언급된 이후 지방선거가 끝나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부처의 수장이 바뀔 것인지 관가는 물론 여의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교육부ㆍ환경부ㆍ여성가족부 등 3~4곳의 ‘미니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규모가 늘어날 경우 추가로 법무부와 국방부 장관의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장관에 이개호 의원 유력…환경부 수장 교체 가능성도

비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는 재선의 이개호 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영록 전 장관에 앞서 전남지사 출마를 강하게 검토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춘석 사무총장이 이 의원이 광주·전남 지역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과 원내 1당 유지 차원에서 출마를 자제해줄 것으로 요청하자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입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역구가 농촌 지역인 담양ㆍ장성ㆍ함평ㆍ영광인데다 재선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와 김영춘 의원의 장관 발탁으로 공석이 된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리까지 역임하는 등 농정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에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지방선거에서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당과 청와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체 물망에 오른 부처는 환경부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 대응 및 재활용 쓰레기 수거 문제 처리 과정에서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재활용 쓰레기 문제 관련 환경부의 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이 총리는 “중국이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것이 지난해 7월, 실제 수입을 중단한 것이 올해 1월이다. 이렇게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7월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면전에서 김 장관을 질타했다.

교체 기류에 대해 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날 가더라도 후회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개각 대상이 돼야 한다면 받아 들여야 한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차기 환경부 장관으로는 3선의 우원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우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기 전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환경 전문가다.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가습기 특위’를 이끌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1기 원내대표를 맡아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여당 중진 의원, 법무부장관 하마평

농식품부와 환경부 외 2~3개 부처가 추가로 개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경우 여당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올 초 성급한 가상화폐 대응으로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와도 엇박자를 냈다. 박 장관은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입장을 바꿨다. 박 장관은 관련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조사 과정에서도 사안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박 장관의 자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검찰 개혁의 신호탄인 검경 수사권 문제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성과를 거뒀지만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반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 작업의 연속성을 위해 박 장관의 유임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당 내에서는 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가 새 법무부 장관으로 부임해야 검찰개혁의 과업인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거론되는 인물은 박영선ㆍ전해철ㆍ박범계 의원 등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4선)은 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입각설이 불거졌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재선), 법무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재선)도 법무부 장관 후보군에 올라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교체설에 휘말렸다. 대학입시 개편 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여론 악화 때문에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유임 가능성도 나온다. 김 부총리를 대신할 장관 후보로는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거론된다.

국방부장관 교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송영무 장관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와 자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고 남북 화해 무드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남북 대화 흐름 속에 ‘장수’를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기류가 강해 유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청와대 비서관 잇단 사직…조직 개편 시작

청와대 조직개편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 경선 참여를 위해 사의를 표했다. 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측면이 크다. 한병도 정무수석비서관(전북 익산을),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충남 보령ㆍ서천)도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원우 민정비서관(경기 시흥갑),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서울 관악을), 조한기 의전비서관(충남 서산ㆍ태안)은 청와대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는 현재 정무수석실을 비롯해 정책실 균형발전비서관, 사회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 등도 공석이다. 이 자리들을 채우는 한편, 청와대는 비서실, 정책실, 안보실을 통합한 ‘정책조정비서관’ 신설도 논의 중이다. 최근에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사의표명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경제팀 참모 교체는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ㆍ개편 통해 대권 지도 변화하나…최대 변수 김부겸 떠올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향후 여권 잠룡 지도가 바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 후보군에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김 장관은 측근들에게 “일절 전당대회에 대해 언급하지 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 장관이 전대에 출마하려면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 이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김 장관이 당 대표에 출마해 선출됐을 경우 21대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권력이자 임기 중반을 함께 보내야 할 청와대에게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각 부처에 행안부가 포함된다면 이는 청와대에서 김 장관 전대 출마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부담을 예상하면서까지 당 대표 출마의 길을 열어준다는 뜻은 비문 ‘김부겸’이 친문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당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당원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김 장관이 비주류 대표로 나선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가 친문을 등에 업고 선출된 것처럼 친문과 손을 잡을 경우 수월하게 당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내 세력이 적은 김 장관이 주류 친문과 손잡는다면 대권가도 급행열차티켓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은 차기 당대표 후보군 가운데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6~1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6.7%가 차기 민주당 대표로 김 장관을 꼽은 것이다. 이어 박영선 의원(4선)이 10.3%로 2위에 올랐고 이해찬 의원(7선)은 9.3%로 3위를 차지했다.

개각 과정에서 이낙연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된다면 향후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질적인 내각 제청권을 행사하면서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정 운영 능력을 겸비한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 더구나 호남 출신 차기 대권주자가 미미한 상황에서 이 총리의 존재는 여당으로서는 든든한 후보군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서 총리추천제를 주장할 때 그렇게 된다면 이낙연 총리님 같은 좋은 분을 과연 총리로 모실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총리 추천제도를 통해 협치를 잘 하자는 뜻은 충분히 알지만 지금 같은 국회 상황에서는 이낙연 총리같은 그런 좋은 분을 모시기가 힘들 것이란 표현을 했다”고 극찬을 했다.

여의도에서는 대망론이 제기됐던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지 변화도 관심사다. 남북관계에 있어 실책을 범했다는 소문도 돌아 청와대 개편 과정에서 임 실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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