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차 중국행 ‘경제 예속화’ 심화… 대북 입지 줄고, ‘남북관계’ 악영향

미국이 대북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 주저하는 사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

北 노동당-中 공산당 중대 합의설… “북한이 中 ‘동북4성’되는 게 아니냐?”

북한 경제 전반 중국이 해결하기로…문재인 정부 대북 역할, 경협 등 축소 불가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연합)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 번째로 중국을 찾아 그 어느 때보다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북한과 중국이 급속도로 가까와지면서 남북한과 북미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화풍(和風)이 불던 남북관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가 하면, 북미관계도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 이후 싸늘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상대하는데 이전과 다르게 서먹하게 대하고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북한은 조급하지 않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에 대해 혈맹을 과시하며, ‘한 식구, 한 참모부’를 거론했다. 마치 운명공동체처럼 북한과 중국이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질서의 ‘무게추’가 북한과 중국으로 옮겨지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관계가 약해지거나 악화되는 양상이다.

그러한 상황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압박’ 카드를 쓰면 이전 처럼 북한이 항복할 것으로 여기지만 현재의 북한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배후를 뒀고, ‘미국의 수’를 간파하고 있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도움을 청할 때 미국 눈치만 보고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식량 위기를 해결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대북 입지는 크게 줄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에 가장 시급한 ‘식량’ 문제를 간과하고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접근해 대북 관계에서 중국에 밀렸다.

정작 심각한 것은 북한이 경제 문제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탁하면서 대중국 예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경협)’가 중국으로 인해 약화되면 남북관계 진전도 타격을 받게된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남북관계가 흔들리면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모처럼 해빙기를 맞은 남북관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당면한 과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짚어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게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차 정상회담 사진.(연합)

김정은 3차 방중의 핵심은 ‘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20일 일정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세번째로 이전 두 차례와는 다른 각별한 함의를 지닌다. 북한과 중국이 신(新)밀월관계를 형성했다는 표면적인 의미보다 전혀 새로운 결속관계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즉, 경제’를 매개로 북한과 중국이 단일경제권을 형성할 정도로 ‘특별한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첫날인 19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북ㆍ중 관계를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특별한 관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전통적인 혈맹관계의 표현이란 분석에서부터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 또는 중국과 대북 제재 해제를 겨냥한 딜을 하려는 의도라는 견해 등이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특별한 관계는 ‘경제’에 방점”이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지난 3월과 5월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식량 위기’ 때문이었지만 이번 세번째 방중은 식량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경제 전반을 중국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라며 “북한은 그 문제를 중국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고 식량뿐 아니라 경제 정책을 중국과 손잡고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보다 함께 온 노동당 사람들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최용해, 박봉주 등 핵심 인사까지 총 동원한 것은 북한 경제 전반을 중국과 협의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오로지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국내외 언론에서 언급하는 북핵 문제는 그다지 비중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 위원장과 함께 온 노동당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통’이거나 이와 관련된 인물들로 채워졌다. 19일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직후 예술공연 등을 곁들여 진행된 연회에 초청된 박봉주 내각 총리,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대표적이다.

박봉주 총리는 현재 내각을 통솔하며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실행을 관장하고 있다. 그는 북한내 개혁파로 2013년 처형된 장성택 인맥임에도 건재한 것은 실무 경제에 밝고 북한경제를 재건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성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방중 때 ‘친선참관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측근 실세다. 이번 3차 방중 때도 동행해 중국 책임자들과 북중간 경제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박봉주 총리와 함께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둘러보고 갔는데 북한이 새롭게 내건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본래 당에서 경제 관련 일을 하던 인물로 파격적인 발탁 때부터 북한군을 줄이고 이 병력을 ‘경제일꾼’ 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인민무력상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북중 협력이 군사 분야에서 본격화할 것을 예고하지만 ‘경제’를 매개로 북ㆍ중 군이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도 군을 줄여 경제 분야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의 핵심은 ‘경제’로, 식량 위기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해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20일 오전 베이징 농업과학원과 기초시설투자 유한공사를 전격 방문한 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내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건설 등 기초 인프라에 대한 대북 투자와 경제특구 공동개발, 농업ㆍ과학 기술 이전 등을 김 위원장에게 약속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게재한 사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환영하며 마련한 연회가 진행되고 있다.이 자리에는 북한 당정군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석해 북중 밀월관계의 단면을 보여주었다.(연합)

북한, 中에 ‘경제예속화’ … ‘동북4성’ 되나?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방중은 크게 세가지 점에서 1ㆍ2차 방중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북한 당정군 핵심 인사가 총동원됐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이나 해외 방문 때 평양을 지켰던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박봉주 내각총리,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처음 동행했다. 특히 당의 경제 관련 분야 실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1차 방중 때는 김정은 위원장과 몇몇 주요 요인들이 눈에 띄었고, 2차 방중 때는 노동당 인사 중 경제 분야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그러나 이번 3차 방중 때는 당정군 인사가 망라됐고, 규모와 인사들 면면에서도 1ㆍ2차 방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두 번째는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이 당 대 당으로 협상 당사자로 나선 점이다. 북한과 중국의 체제 특수성상 노동당과 공산당은 양국을 대표하는 파워그룹으로 정부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즉, 당의 결정 사항은 국가의 결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합의한 사항은 실제 북한과 중국에 적용되고 장기간 구속력을 갖는다.

세 번째는 북한과 중국이 특히 경제 분야에서 논의 수준을 넘어 구속력을 갖는 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3차 방중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당정군 주요 인사와 함께 특히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 실무진은 김 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방중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 뒤에도 현지에 남아 중국 관계자들과 향후 북한 경제 방향과 운영 등을 놓고 광범위한 논의와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중국을 다녀간 뒤 고위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이 이번 3차 방중에서 식량난을 포함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경제 전반을 중국에 의탁하면서 동북의 3성인 지린성(吉林省)ㆍ랴오닝성(遼寧省)ㆍ헤이룽장성(黑龍江省)과 함께 제4성으로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 량오닝성 주요 인사들이 대거 동행했는데 심상치 않은 일”이라며 “북한 경제가 랴오닝성에 의존하거나 편입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경제가 중국, 특히 지역적으로 가까운 랴오닝성과 경제공동체가 되면 사실상중국의 동북4성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 신의주 건너 단둥에서 무역을 하는 조선족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도 쌀과 옥수수가 중국에서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한다”면서 “반대로 같은 민족인 남한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당장 배고픈 것을 해결하는 게 시급한데 남한은 ‘말’만 하고 실제 도움은 중국이 주고 있다”며 “북한의 마음이 중국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 ‘기회’ 놓쳐… ‘남북관계’ 악영향 줄 수도

최근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당정군 주요 인사가 대거 중국을 방문한 것은 최대 현안인 식량 문제 해결이 급선무였지만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경제’를 중국과 논의하고 결론짓기 위한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상당 부분 중국에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경제 계획을 짜면 북한은 그대로 따르는 관계까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해왔다. 실제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북한 체제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남북관계 진전에 중국이 언제든 태클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부분은 남북관계의 핵심이자 북한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지만 막상 실행할 경우 중국과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이기도 하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에 경도된 데는 문재인 정부와 미국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상당하다.

지난 10 년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올 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측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표하면서 해빙 국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남측에 보내고 예술단과 체육교류 외에 선수단을 평창올림픽에 보내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9월 수소폭탄 실험 이후 전 세계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자 북한이 남측을 돌파구로 삼아 ‘구원’을 요청한 셈이었다. 일반 핵실험이 아닌 수소폭탄 실험에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식량 위기에 처한 북한이 도움을 요청할 유일한 상대는 한국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즉각 응답했고, 주요 인사들이 남북을 왕래하고 다방면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남북관계는 순항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 주저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즉, 북한에 당장 필요한 식량 지원은 눈감은 채 비경제적 교류에 치중했다.

4월부터 식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급기야 북한은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25∼28일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대규모 식량 지원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흔쾌히 승낙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일본ㆍ한국ㆍ대만과 함께 중국 포위작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들 국가의 연결고리를 끊는 행보로 중국 입장에선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하고 식량 지원을 약속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후 남북한은 4ㆍ27 정상회담을 갖는 등 화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북한이 필요로 하는 우리 정부의 경제 지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비핵화를 이유로 대북 제재를 이어가면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주저했다.

그러자 북한은 5월 8ㆍ9일 중국 다롄(大連)을 찾아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ㆍ중 두 정상의 두 번째 회담이 베이징이 아닌 다롄에서 열린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다롄항에 쌓아둔 대북 지원용 쌀과 옥수수를 보여주면서 북한을 중국편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김 위원장과 일행은 크게 감동하고 시 주석에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통해 최대 현안인 식량 위기를 넘긴 북한은 이후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당당하게 나왔다. 중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변화에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발언은 상당 부분 사실과 부합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힌 후인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우리 정부에 아쉬운 소리를 전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요구를 막고 그들의 보유핵을 지키면서 사실상 승자로 평가받았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피하고 남측에 손을 내밀 사정이 사라지면서 더욱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경제’를 중국과 함께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역할은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전력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추동력이 떨어지고, 북한과의 경협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과 기관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함께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 5ㆍ24 조치 풀고, 소신있게 대북정책 펴야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밀월관계를 방불케 할만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북ㆍ중 양국이 서로 윈윈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식량난을 해결하고 堅뮌?제재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아가 중국에게서 경제지원을 받고 경제발전도 이루려 한다.

중국은 북한을 앞세워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완화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질서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이 가까워지면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멀어지게 된다. 김 위원장과 일행의 3차 방중은 그러한 흐름을 결정적으로 가속화시켰다. 북한에 가장 필요한 식량 등 경제 문제를 중국이 풀어주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경제를 중국과 하고 남한과는 미국의 압박을 피하는 방어막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전해왔다. 북한이 주저하던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하고 평양에서 남북농구대회를 여는 것은 남북 화해의 모습과 정상국가로 가는 행보를 보여 미국의 압박을 무력화시키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에 가까운 무리수가 북한을 압박하지 못하면서 중국만 유리하게 하고, 한국에겐 타격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가 해결 안되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정부 또한 미국의 입장과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춰 대북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중국이다. 북한이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런 흐름은 대북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대북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줄어든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북중 밀월관계가 가속화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위축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 차원에서 ‘경제’를 매개로 북한에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백산 해와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이 자신들의 경제 문제 전반을 중국에 의탁하고 함께하기로 한 만큼 남한이 북한과 할 일은 크게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선 남북한에 적합한 일을,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민간이 하더라도 국내법 등 제약이 큰 만큼 해외동포가 주축이 되고북한 주민에 필요한 생필품 중심의 ‘경제’를 중심으로 민족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남한과의 경제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전문가는 “남북 교류와 경협에 가장 큰 걸림돌은 5ㆍ24조치인데 이것을 어떻게푸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이 경제를 포함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 뒤늦게 5ㆍ24조치를 해제해도 별 효과가 없다”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지만 크게 봐서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신속히 해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의 3차 방중에서 중국이 북한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사실이라면 남한 기업이 북한과 사업을 하려해도 중국의 간섭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남한 정부가 미국 눈치만 보다 중국에 많은 것을 뺏기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남북이 당당하게 민족 차원에서 손잡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5ㆍ24조치 해제라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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