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창 치안본부장 大法 판결 인용… 적극 반박 나서

MB, 직권남용죄 범죄사실에 다스 미국 소송-김재정 상속재산 처리 포함

檢 “대통령 권한 남용에 공무원에 사적인 일 지시… 직권남용죄 성립 명백”

MB,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사유 인용

“강제성 없었고, 공무원 직무권한에 속하는 지시 아니었다” 주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77‧구속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관한 혐의를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해 놓은 유의미한 증거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혐의에 대한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과거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소를 조목조목 밝혀나가며 검찰 측이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사실 중에는 그 구성요소와 대응해 볼 수 있는 부분이 한 가지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아홉 가지 혐의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속하는 범죄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다스(DAS)의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한 미국 소송 과정에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법무비서관실 등 당시 청와대 공무원들 그리고 김재수 전 LA총영사관에게 관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다스의 대주주였던 고(故) 김재정씨가 지난 2010년 2월 유명을 달리한 전후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김백준 전 비서관과 제승완 전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 행정관, 국세청에서 파견 온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하여금 자신의 김씨 명의 차명재산에 대한 상속세 처리 및 납부 그리고 절감 방안을 검토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측은 두 가지 경우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에게 그들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일을 하게 한 만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속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의자(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적(私的) 목적인 다스의 투자금 회수 및 김재정 명의의 상속세 절감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청와대 공무원 등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라며 “이를 통해 부당한 범죄인 인도청구, 분식회계를 통한 상속세 절감 등 위법‧부당한 조치까지 검토하게 하는 등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권한을 사유화했다”라고 적시했다.

이미 검찰 측은 이 사건 재판에 돌입하기에 앞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했고, 관련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증언 역시 얻어낸 상황이다.

특히 김백준 전 비서관 등 소위 ‘MB 최측근들’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상당히 불리한 진술을 했고, 여론과 정치권 역시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만큼 벌써부터 이 사건 재판의 향방이 기울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전 대통령 측 역시 결코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측 기소 내용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부분만큼은 단순히 “아니다”가 아닌, 보다 법리적으로 접근하며 만만치 않은 대응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자신의 막강한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 의무가 없는 동시에 그의 의사에 반하는 반강제적 행위를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진=연합)
다시 말해 직권남용죄가 형식적‧외형적으로 직무집행과 관련돼 보이지만 실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사를 한 것으로, 공무원이 명백히 그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은 행위 즉 단순히 지위를 남용한 불법행위는 직권남용죄와 구별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강제력을 수반할 수 있는 지위의 공무원이어야 하며, 타인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이들의 권리행사를 무력화해야 한다.

특히 강제력을 수반하는 지위의 공무원은 형식적으로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한해서만, 그 직권의 한계를 뛰어넘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외관상으로 그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거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행위는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속하지 않으며, 이 경우 공무원이 지위를 남용한 것일 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는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막강한 지위의 공무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타인은 의무에 없는 행위를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데, 여기서 의무란 법률상 의무로서 단순히 지시는 내린 공무원에게 잘 보이기 위하는 등의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대법원 판례 인용한 MB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987년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된 판례를 인용해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판례는 지난 1991년 12월 27일 대법원의 선고(사건번호 90도2800)를 통해 제시된 내용이다.

이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인 1987년 1월 16일,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게 된 고 박종철 군의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고할 메모에서 비롯된다.

지난 1988년 1월 14일 강민창(가운데) 전 치안본부장이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박종철 군을 직접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1과장에게 기자회견에서 답변에 활용할 메모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훗날 이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이뤄진 재판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행위가 직권남용 구성요건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내렸다.

대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의 메모작성 행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행정상 업무로 볼 수 없고, 그 메모의 내용 역시 법의학과장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 부검소견서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강 치안본부장이 법의학과장에게 메모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행위 자체도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의학과장의 메모 작성 행위 역시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단순히 치안본부장에 대한 개인적이며 심리적인 의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바라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를 강조하며 그에게 주어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중 두 가지 범죄사실에 있어 어느 한 가지도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성요건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과 김재정씨의 상속재산 처리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김백전 전 비서관 등에 “가족과 관련된 일이니 챙겨보라”고 말했을 뿐, 대통령의 지위를 남용해 강제성을 띤 지시를 한 것으로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다스의 미국 소송 및 김재정씨 상속재산 처리라는 이슈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및 직무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속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故) 박종철 군. (사진=연합)
단지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비서관 등의 공무원들이 상관인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 하며 조금한 지시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도덕적 의무감을 가진 채 다스 소송 및 김백준씨 상속재산 처리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법률상 의무를 가지지 않았던 만큼, 이들의 당시 행위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檢 “MB 지시로 공무원이 하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 사적인 일 한 것 명백” 반박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검찰이 다스의 미국 소송과 김재정씨의 상속재산 처리가 추상적으로나마 당시 대통령의 업무 및 권한 범위에 속했는지 여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비서관 등 이 사건과 연관된 공무원들에게 당시 대통령의 지위에 못 이겨 강제적으로 이와 같은 지시를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대통령의 단순한 부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구분해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이 전 대통령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
사실 검찰 측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담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다스의 경영과 김재정씨 상속재산 처리는 대통령의 공무원으로서의 권한 및 직무뿐만 아니라 김백준 전 비서관 등 이 사건과 관련된 공무원들의 직무와도 관련이 없다.

뿐만 아니라 검찰 측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그와 공모한 채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지위에 못 이겨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이거나 김재정씨의 상속재산 중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 포함돼 있다는 점만을 가지고,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대통령의 사적인 일을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불법적 행위가 이뤄진 만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김재정씨 상속재산과 관련된 범죄사실만 보더라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김백준 전 비서관과 제승완 전 행정관 등의 공무원들이 무려 약 16개월 간 김씨의 상속재산 처리에 깊숙이 관여했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상속세 절감을 위해 다스의 2009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에 대한 회계분식을 감행하는 등 여러 불법적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어진 모든 혐의에 있어 적극적인 반박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처럼 “가족과 관련된 일이니 챙겨보라”라는 단순한 지시가 아닌, 대통령의 강제성을 띤 적극적 권한 행사가 없었다면 16개월 간 이들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타인의 사적인 일에 관여하며 탈세 등의 불법적 행위까지 저지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다른 부분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로 타인에게 의무가 없는 개인적인 일을 지시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부분의 기소 취지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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