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커버> 구광모의 LG 어디로
  • | 2018-07-08 07:00:20
거대그룹 이끌 ‘젊은 리더십’ 시험대…전문경영인과 호흡 ‘정도경영’ 계승

경영능력 입증해 CEO로 거듭 나야

예상보다 앞당겨진 등판…LG그룹 오너 일가 ‘책임경영’ 의지도 반영

전문경영인들과 호흡 맞추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체제로 거듭날 것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인재 육성 등 그룹 전반 ‘큰 그림’ 그리는 역할도

  •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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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지난 6월 29일 지주회사인 ㈜LG의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구광모 신임 회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0일 만이다. 이로써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2대 회장, 구본무 3대 회장에 이어 4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구광모 회장 체제는 여러 면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만 40세의 젊은 경영자가 자산 기준 국내 재계 4위 그룹의 총수가 됐다는 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요지는 구광모 신임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기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젊은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섞여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중에 마흔 안팎의 나이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그런 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무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LG그룹의 4대 회장에 오른 구광모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은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LG그룹은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확고한 전통을 갖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터여서 당시 가족회의 끝에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이게 된 것이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2015년 ㈜LG 시너지팀 상무를 거쳐 얼마 전까지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을 역임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에서 사업 관련 실무를 익히는 한편 지주회사인 ㈜LG에서 계열사들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는 전략 업무도 담당했던 것이다.

사실 구광모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고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최고경영자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이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구광모 회장의 ‘등판’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진 셈이 됐다.

  • 여의도 LG 사옥.
예상보다 이른 ‘등판’과 초고속 승진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 타계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 일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어떤 직책과 직함으로 등장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결론은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이었다.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직함을 건너뛰어 곧바로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외견상 (주)LG 이사회가 그를 회장으로 선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LG가(家)의 결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유언을 남겼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구본무 회장의 유지에 따라 신속하게 구광모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 체제의 출범은 LG그룹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의지도 반영됐다. 오너 일가가 LG그룹 경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대표이사 회장직을 오래 비워둘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 측은 구광모 회장 선임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은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었던 주주 대표로서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됐고,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돼 LG가 고객과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며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도 ㈜LG 이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은 10여년간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연륜이나 경험 면에서 아직 ‘완성형 경영자’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LG그룹 전문경영인들이 구광모 회장 체제가 안착할 때까지 상당 기간 동안 그를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3년 LG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을 두는 구조다. 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가장 선진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LG그룹은 전문경영인들이 계열회사의 책임경영을 맡는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은 경영의 무게를 일정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이제 막 최고경영자로서 시작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과 호흡을 맞추고 소통하면서 회사 경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LG는 구광모 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함께 대표이사를 맡는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구 회장은 LG의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의 전통을 이어가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주요 경영진 발굴 및 육성, 미래 준비 등 그룹 전반에 걸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하 부회장은 그간 맡아온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이어나가게 된다.

전문경영인들과 소통하며 경영 파악 나설 듯

대기업집단 총수는 회사 경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만큼이나 책임도 막대하다.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기업의 명운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 비치는 이미지처럼 마냥 권력과 영예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만 40세의 젊은 구광모 회장이 어깨에 짊어진 경영의 무게감은 어쩌면 세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그는 LG그룹 회장으로서 회사 안팎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안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고, 밖으로는 LG그룹의 대표자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2일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구광모 LG 회장 선임에 대해 “LG그룹 4세 경영권 승계가 주주 및 시장과의 아무런 소통 없이 내부적으로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지배권 승계 작업 및 경영능력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총수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재벌 오너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15년 경제개혁연구소와 리서치앤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54.8%로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34.4%)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부정적 의견을 낸 이유로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 ▦경영권과 재산 승계 과정이 공정하지 못함 등이 각각 1, 2순위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긍정적 의견을 낸 이유로는 ▦체계적 훈련을 통해 경영능력을 갖췄을 것 ▦전문경영인보다 주인이 있는 기업이 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음 등이 비중 있게 꼽혔다.

이처럼 재벌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어쩌면 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는 경영권 승계자가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시스템과 오너경영인 시스템 중에서 어느 쪽이 나은가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일 수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최고경영자가 되든 그가 경영을 잘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구광모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로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고 구본무 회장은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집중 육성해 LG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시키는 성과를 낳은 바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기업들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다. 경영자의 능력에 따라 명과 암이 드라마틱하게 갈릴 수 있다. 구광모 신임 회장은 선친처럼 본인의 통찰과 결단으로 LG그룹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오랜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을 계승ㆍ발전시키며 사업적으로도 굵직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간다면 경륜 부족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오히려 젊은 리더십에 대한 호평으로 바뀌어 나갈 수도 있다. 구광모 회장의 행보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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