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아름다운 이별’은 어떤 모습일까

구광모 신임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그의 삼촌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LG는 구본준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 선임 직후부터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한편 연말 임원 인사 때 퇴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1980년대 중반 LG그룹에 입사해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능력을 발휘한 관록의 경영자다. 그는 특히 2010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해 이른바 ‘독한 경영’을 앞세워 LG전자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바 있다. 2016년부터는 ㈜LG 부회장으로서 맏형인 구본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경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챙겨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 계열분리를 단행한 바 있다. 가장 규모가 컸던 계열분리는 동업자 가문인 허씨 일가가 GS그룹으로 분가한 것이다. 또 방계 친족들도 LS그룹, LIG그룹, LF그룹 등으로 잇달아 분가했다. 주목할 것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LG그룹의 계열분리는 ‘아름다운 이별’로 묘사되기도 했다.

여러 차례 계열분리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의 사세는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거듭했다. LG그룹 전체 매출액은 고(故) 구본무 회장 취임 직전 연도인 1994년 30조원대에서 2017년에는 160조원대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동업자와 친족들이 수많은 계열사를 품에 안고 떠났지만,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 아래 주축 계열사 중심으로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뤄낸 덕분이었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측은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그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연말에 계열분리를 한다는 것은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구 부회장이 원하는 회사에 관해서는 LG전자, LG화학, LG상사 등 여러 설(說)이 나돌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 성장에 큰 기여를 한 만큼 상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산 기준으로 LG그룹의 절반을 갖고 계열분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하게 되면 LG그룹에도 큰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그룹 외형이 줄어드는 동시에 ㈜LG의 지분가치 하락으로 주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예상 시나리오일 뿐이다. LG가(家)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울러 LG그룹의 계열분리 전통인 ‘아름다운 이별’이 계속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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