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안 나오고 간편식에 밀리고

농심…1등 수성하고 있지만 거센 추격 받아

오뚜기…개성 있는 히트상품 내놓는 것이 중요

삼양…오너 리스크 극복하고 시장점유율 확대 전력해야

팔도…비빔면ㆍ왕뚜껑ㆍ도시락 대신 참신한 히트작 필요

요즘 라면업계가 우울하다. 본래 국물라면은 여름철이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라면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면 시장 규모가 3년만에 줄어들면서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가정간편식(HMR) 바람에 라면이 밀리고 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국내 주요 라면업체 4사(농심ㆍ오뚜기ㆍ삼양식품ㆍ팔도) 전부 매출액이 줄었다.

2위 업체 오뚜기의 경우 7년 만에 국내 라면 매출액이 줄었다. 오뚜기는 판매 수량은 10.5% 증가했으나 매출액이 4.1% 감소했다. 업계에선 11년째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점,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가 줄어든 것이 매출액 감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보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의 판매 수량과 매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4.5%, 1.3% 줄었다.

삼양식품은 판매량과 매출액이 각각 0.1%, 0.9% 하락했다. 팔도는 판매 수량이 1.1%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10.2% 줄었다.

라면의 몰락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4개사(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의 매출을 합친 라면 시장 규모는 1조9900억 원이었다. 이것은 전년에 비해 2.7%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선 대형 히트상품이 없었고 가정간편식(HMR)시장이 3조원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라면시장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인사들은 국내 라면 시장 규모가 정체기를 맞았다고 분석한다.

타 업체들은 매출액 감소비율이 한 자릿수였지만 팔도는 두 자릿수다. 업계 인사들은 팔도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팔도가 부진한 이유 중 첫째는 최근에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팔도의 주력상품 중 비빔면은 1984년에 나왔고, 왕뚜껑은 1990년에 출시됐다. 팔도 도시락도 1986년에 등장했다.

팔도는 여름 비빔면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뺏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팔도 비빔면은 계절(季節)면으로 분류된다.

라면 시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국내 계절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2015년 793억 원, 2016년 938억 원, 2017년 1148억 원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평균 약 20%씩 자라고 있다. 팔도비빔면은 2015년부터 여름 계절면 시장 점유율 약 70%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회사들도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풀무원은 ‘생면식감 탱탱 비빔쫄면’을 내놓았다. 탱탱 비빔쫄면은 이번 여름 시즌을 대비해 출시한 신제품이다. 올해 4월 한 달 간 약 170만 봉지가 팔렸다.

업계 인사들은 탱탱 비빔쫄면의 인기 비결에 대해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쫄깃한 쫄면의 식감을 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농심은 ‘양념치킨 큰사발면’에 이어 봉지면인 ‘양념치킨면’을 내놓았다. 양념치킨면은 농심이 올해 4월 출시한 용기면 양념치킨 큰사발면을 봉지면으로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이 라면의 특징은 조리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중에는 라면을 조리하는 4분 내외의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농심은 이런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면발의 굵기를 얇게 하고 재료 배합비를 조절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덕택에 양념치킨면 조리시간이 2분 30초가 됐다.

오뚜기는 올해 3월 ‘진짜쫄면’을 출시했고 ‘춘천막국수’ 신제품을 내놓았다. 삼양식품은 매년 여름 한정판으로 내놓는 ‘열무비빔면’ 생산에 나서고 ‘중화비빔면’을 새로 선보였다.

팔도가 국내에서 부진한 매출액을 기록하는 둘째 이유는 요식업소에서 팔도 라면을 적게 사주기 때문이다. 요식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팔도 라면이 약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팔도 라면은 면발이 너무 약하다”며 “면발이 얇은 탓에 면발 유지력이 약해서 시간이 갈수록 식감이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라면 3사의 향후 전략은

농심은 오뚜기의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1위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점유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올해 4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 농심의 지난해 라면 시장점유율은 56.2%였다. 오뚜기는 23%로 2위였으며 삼양식품은 11.1%로 3위였다.

농심의 점유율은 한때 70~80%에 달했으나 차츰 점유율이 하락했다. 오뚜기는 2014년 18.0%에서 2015년 20.4%, 2016년 23.4%로 점유율을 높였고 지난해에는 23.0%였다.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2012년 4월에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성공하면서 해외 매출이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1.4%, 2016년 10.9%, 지난해 11.2%로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업계 인사들은 농심이 라면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계절면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대중들이 대형 마트에서만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많이 사고 있는 점을 고려해,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 고객이 많이 살만한 라면 제품 개발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뚜기의 경우 특색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농심 제품과는 다른 개성 있고 맛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불닭볶음면’ 덕택에 재미를 봤다.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10억 개를 넘겼으며, 국내에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입소문을 타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삼양식품의 최대 과제는 ‘오너 리스크’ 가 매출에 타격을 주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는 자신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포장박스와 식품 재료 일부를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서 50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 제2의 불닭볶음면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불닭볶음면이 인기가 있지만 그래도 삼양식품의 라면 시장 점유율이 낮은 만큼 영업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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