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변론을 삼성이 대납(?) MB “부담스런 삼성 반대급부에 찬성 안 했을 것”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이건희 회장 사면 등 위해 다스 소송비 대납 결정

檢 “MB,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안건에 ‘밝게 미소를 지으며’ 승인”

MB “무료변론 반대급부 쉽지만 삼성 대납 반대급부 실현 어려워”

삼성 대납 ‘밝게 미소 지으며’ 찬성할 이유 없다는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명박(76∙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비에 대한 삼성의 대납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 측은 이미 대대적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혐의 입증을 위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측 공소사실이 논리적‧상식적 차원에서 옳지 않다며,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중에는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 600만 달러(한화 약 70억원)를 삼성전자에 대납하게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검찰 측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한 미국 소송비용 등 67억 7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삼성 측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삼성 측이 다스에 소송비를 대납하면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과 검찰의 삼성 엑스파일 수사 무마 그리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 법 개정 추진 등의 대가를 기대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이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은 지난 200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우 당시 다스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김경준(52)씨가 공동으로 설립한 투자자문회사 비비케이(BBK)와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김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계약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 따라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 측은 2000년 4월 27일부터 2000년 12월 30일까지 총 6회 동안 투자금 명목으로 190억원을 BBK 계좌에 송금했다.

그런데 다스는 지난 2001년 12월 4일까지 BBK로부터 총 50억원만을 회수했고, 나머지 14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당시 김경준씨는 이미 2001년 12월경 미국으로 되돌아간 후였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떼인’ 다스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목적으로, 김성우 전 사장에게 지난 2003년 5월경부터 미국에서 김경준씨 등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 및 재산몰수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또 다음해 2월경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도 BBK의 지주회사인 Lke뱅크를 대표해 역시 김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하게 했다.

그런데 2007년 3월 13일 이 소송에서 다스는 패소했고, 같은 해 8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1심 재판부는 투자금 반환청구건에 대한 소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다스 측은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로펌 LRK에 310만달러(한화 약 33억 2000만원) 이상의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한 상태였다.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대표. (사진=연합)
1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당시 다스에서는 소송비 지출로 인해 자금 상태가 크게 악화된 상태였고, 향후 항소심에서도 더 큰 액수의 소송비가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검찰 측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면서 선거캠프 내 BBK 대책팀장이자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은진수 변호사 등을 통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보고 받고,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저지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진수 변호사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소속돼 있던 김석한 변호사를 알게 됐다.

은진수 변호사는 김석한 변호사를 직접 한국으로 오도록 해 김백준 전 기획관 그리고 이 전 대통령에게 그를 소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변호사와 수차례 만남을 가졌고, 그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 등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적 조언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김백준 전 기획관과 은진수 변호사는 2007년 9월 초, 기존 다스 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미국 로펌인 LRK와 공동 변호인으로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에이킨검프 측과 LRK가 공동으로 항소심에 나서는 안건에 대해 찬성, 2007년 10월 김성우 전 사장은 에이킨검프의 미국인 변호사의 수임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변호사가 당시 다스의 소송을 맡아 열심히 하는 대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니 그를 통해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기업의 해외 소송 수임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에이킨검프가 다스 측과 수임계약서를 작성하던 시기, 김석한 변호사가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그룹 본사를 찾아가면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당시 김석한 변호사는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만나 다스 소송비에 관한 제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 사건 조사를 위해 검찰 측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지난 2008년 하반기 또는 2009년 초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자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를 돕고 있고, 에이킨검프에서 이 전 대통령의 중요 인사 접촉과 미국 내 소송 등 법률지원 활동을 대행하게 됐다며 자신을 소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거 및 법률 지원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청와대 법률이슈 대리 비용’을 청와대나 정부가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청와대에서도 고마워할 것이라며, 소송비 지원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변호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 삼성그룹의 다양한 현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2007년 10월 삼성전자는 매월 미화 12만 5000달러(한화 약 1억 3500만원)를 에이킨검프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 다음 달인 11월 19일부터 컨설팅 비용에 대한 계좌 송금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사진=연합)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3월에서 4월경, 이 전 대통령이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에이킨검프 소송비용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 줄 테니, 그 돈을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주는데 써라”는 취지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에이킨검프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계속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 MB 역시 보고받은 정황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07년 김석한 변호사와 에이킨검프와 소송과 관련돼 의견을 나눴던 당시, 김 변호사 측이 ‘무료 변론’으로 도와주겠다고 접근을 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석한 변호사가 삼성그룹에 찾아가 ‘자신을 팔아’ 뒤에서 돈을 챙겼고,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 본인은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김석한 변호사가 수차례 만나면서 다스의 미국 소송과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에 관한 논의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재임 중 김 변호사를 단지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검찰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 비서의 진술 그리고 김 전 기획관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USB 내 엑셀파일의 정보를 통해 김석한 변호사가 당시 청와대를 수차례 방문한 점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이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지난 2009년 10월 27일자 김백준 전 기획관의 대통령(VIP) 보고사항 문건에는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돈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충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문건의 기타 보고사항에는 앞서 같은 달 16일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석한 변호사와 청와대에서 면담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두 사람의 면담 내용에는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이 2008년 한 해 동안 40만에서 50만달러, 2009년에는 매월 약 25만달러로 연간 100만달러가 예상된다는 기재가 돼 있었고, 검찰은 대통령 기록관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2009년 10월 16일 실제로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김석한 변호사가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22회 청와대를 출입한 기록을 파악한 상태다.

검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의 미국 소송에 대한 논의 등을 위해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사진=연합)
물론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 측이 대납했다는 사실 역시 김 변호사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측은 이를 입증할만한 유의미한 증거자료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2009년 10월 27일자 김백준 전 기획관의 VIP 보고사항 문건에는 ‘비용조달’이라는 기재와 함께 변호사 상담료를 뜻하는 ‘Retainer’ 그리고 ‘월 125,000달러’라는 표기, 특히 바로 옆에 수기로 ‘(MB지원)’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또 삼성의 글로벌 계좌로 입금될 돈이라는 뜻으로 ‘Charge to S.G A/C’라는 기재와 그 옆에 수기로 ‘이학수 실장 직보’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변호사의 의견을 들은 뒤 이 문건을 작성 그리고 이 전 대통령에 보고한 뒤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미국 법인(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의 내부결재 문건과 회계자료 등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 측은 이 증거들을 분석해 보면 삼성전자가 에이킨검프에 다스 소송비 명목의 자금이 지급되는 과정이 매우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지급된 법률비용이라면 용역 제공일자와 소요 시간, 수행 내역 등이 장부상에 상세히 기록돼야 하지만, 다스 소송비 명목으로 추정되는 에이킨검프 측에 송금한 비용 부분에는 이런 상세한 기록이 없고 수기로 비용만 간략히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를 다스 소송비 대납을 위한 고의적 누락이라고 보고 있다.

또 SEA의 통상 법률비용 지급 절차는 법무팀에서 내부결재 및 승인이 이뤄지고, 지원부서에 통보한 뒤에야 로펌에 지급되지만, 다스 소송비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되는 비용은 이런 절차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무료변론→삼성대납(?)… MB “절대 밝게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상황”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당시 다스와 에이킨검프와의 변호사 선임계약이 무료변론이 아닌, 변호사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 이 전 대통령과 김석한 변호사 그리고 삼성 사이에 삼성이 다스가 지급할 소송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약정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이런 약정에 기초해 삼성에서 비용이 지급됐고, 마지막으로 삼성의 비용 지급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개입과 지시 등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연합)
이런 조건에 있어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논리적‧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 공소사실 중 이 전 대통령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에이킨검프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김석한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하기로 자처했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 전 대통령이 향후 김 변호사 및 에이킨검프에게 삼성과 현대차 등 기업의 해외 소송 수임에 도움을 달라고 했다면 이는 대통령의 지위에서 어렵지 않게 해결해 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과 검찰의 삼성 엑스파일 수사 무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 법 개정 추진 등으로 아무리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이 막강할지라도 김석한 변호사가 기대한 반대급부에 비해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운 과제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검찰 측 공소사실처럼 김석한 변호사가 처음에는 무료 변호를 자처했음에도, 이후 이 전 대통령에게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해 줄 것이며 그 대신 위와 같은 무리한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면, 대통령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를 추진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도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전 대통령은 이학수 전 부회장은 청와대 등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입장이며, 심지어 이학수 전 부회장 역시 검찰이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만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지난 2008년 4월경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회장이 당시 2008년 4월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청와대 출입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2008년 4월 이학수 전 부회장이 ‘보안손님’으로서 관용차를 통해 청와대에 출입해 출입 기록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통되게 진술했다.

특히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 전 부회장을 본관 로비에서 만나 2층 소접견실로 데리고 가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줬다며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검찰의 공소사실이 논리적?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다툼의 소지가 크며, 무엇보다 청와대 본관 2층 소접견실은 2010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뒤에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학수 전 부회장을 만나지 않았고,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하는 사실에 대해 논의를 할 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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