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사회ㆍ환경도 살리고…지속가능 발전 위한 묘안 주목


2015년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 공동 추진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란 질 높은 교육, 좋은 일과 경제적 성장 등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17개 목표 및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약 4조 달러(약 4479조 원)의 개발 재원이 필요하나, 현재 개발도상국에 유입되는 재원을 고려하면 매년 약 2조 6000억 달러(약 2912조 원) 규모의 재원 조달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사회o환경적 효과뿐만 아니라 재무적 수익이 창출되고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팩트 투자는 무엇일까.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는 2007년 미국의 자선 단체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주최한 미팅에서 처음 사용된 후 널리 확대됐다. 임팩트 투자의 명확한 정의가 합의된 바는 없으나 현재 국제 사회에서 임팩트 투자란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ㆍ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수익을 함께 달성하도록 고안된 비즈니스에 대한 공공, 민간, 자선기금의 투자’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의 지속가능발전 구현을 선도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도 "투자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나면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는, 과거처럼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투자하고 회수한 금액으로 재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개념"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임팩트 투자는 2000년대부터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다양한 임팩트를 창출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그 규모가 확대됐다.

이후 2009년 록펠러재단과 세계 투자은행 J.P. 모건(J.P. Morgan)의 지원으로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가 설립됐는데, GIIN은 임팩트 투자 관련 연구의 주도적 수행과 임팩트 측정 및 평가 시스템 개발, 투자자 간 협력 활성화 등을 통해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질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임팩트 투자는 오직 재무적 수익만을 추구하는 전통적 투자(Traditional Investing)와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전통적 자선(Traditional Philanthropy)의 사이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임팩트 투자는 재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라는 점에서 전통적 자선활동과 다르며, 사회ㆍ환경적 요인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투자와도 구분된다. 또한, 임팩트 투자는 투자의사 결정 시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서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평가를 한다. 더불어 ESG 평가 결과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ing), ESG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를 제공하는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ing)와도 구분된다. 그 이유는 임팩트 투자가 보다 더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투자는 시장 수익률부터 시장 수준 이하 수익률까지 추구한다는 점에서, 임팩트 창출을 위해 재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자본 손실까지 감당할 의사가 있는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 유형과도 구분된다. 즉,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를 통해 재무 수익과 함께 측정 및 관리 가능한 효과를 창출하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포괄한다.

임팩트 투자, 왜 확산되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주류 금융기관에서도 임팩트 투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직 주류 금융기관에서의 임팩트 투자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2017년 J.P. 모건과 GIIN이 총 208개 기관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팩트 투자자 설문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임팩트 투자의 규모(Capital invested)는 약 259억 달러(28조 9640억 원)에 달한다.

2017년 7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이 3억 9000만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더블 임팩트 펀드(Double Impact Fund)를 조성했다는 점과, 2017년 10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exas Pacific Group)이 20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라이즈 펀드(The Rise Fund)를 조성했다는 점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상의 제약 없이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GIIN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팩트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80억 달러(8조 9488억 원) 규모로 투자가 시작돼 2013, 2014년 106억 달러(11조 8571억 원), 2015년 152억 달러(17조 27억 2000만 원), 2016년 221억 달러(24조 7210억 원), 2017년 259억 달러로 집계됐다. 양질의 투자 기회 확대, 역량 있는 전문가의 증가 등의 요소에 기인하여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규모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내 임팩트 투자는 어떻게 확산되고 있을까.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이와 관련해 "활발하게 되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투자의 규모는 작은 수준"이라며 "SK 행복나눔재단에서도 많이 해오고 있다"고 임팩트 투자에 나선 SK 행복나눔재단의 예를 전했다.

직접 임팩트 투자에 나선 임성수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임팩트 투자 책임심사역도 확산 과정에 대해 조명했다. 임성수 책임심사역은 "2007년부터 수익만 좇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발견하면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대안적인 금융을 찾기 위해 투자를 찾았고, 전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돼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 됐다"며 "우리나라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ㆍ경제적 영향력 매우 커질 전망

임성수 책임심사역은 임팩트 투자가 확산된 시점에 대한 얘기와 함께 사회o경제 분야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임성수 책임심사역은 "앞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임팩트 투자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돼 위험도와 수익률만 보던 기존 일반 투자 역시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임성수 책임심사역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 있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해소하는 최고의 금융 수단이 임팩트 투자라고 볼 수 있다"며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활동인 투자를 통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가는 원동력이 되고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원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또는 경제 민주화와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금융의 대표 기관'을 목표로 두고 있는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이종익 대표도 해외 출장 후 바쁜 와중에 임팩트 투자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이종익 대표는 "미래의 산업 구조를 고려해봤을 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임팩트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도 점차 성장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2015년 540억 원, 2016년 76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벤처 분야에서의 임팩트 투자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도 연내 1000억 원 규모 임팩트 투자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모태펀드는 정부 기금을 벤처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다. 정부가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되는 각종 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 등에 자금을 출자하면 투자조합에서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개인 또는 소수의 기업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용 중인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200억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정부가 2013년 벤처 생태계 촉진을 위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서 모은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자금을 모아 만든 펀드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투자 안에 따르면 투자 영역은 빈곤 해결, 굶주림 해결, 건강, 질 높은 교육, 개념 있는 소비 영역 등 17개 분야에 이른다. 모태펀드가 창업 단계의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한편, 여기서 언급한 사다리펀드는 주로 성장, 회수 단계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벤처 기업 중 사회적 성격을 띠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취지다.

민간 분야에선 투자 전문회사와 민간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임팩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청년층 주거문제 개선을 위한 공유 주택 업체 우주는 옐로금융그룹 등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200억 원을 투자받은 전자책 ‘리디북스’ 운영업체 리디 역시 임팩트 투자 유치 사례로 꼽힌다. 200억 원의 막대한 투자 유치에 성공한 만큼 리디의 비전도 알고자 접촉했지만 투자받은 사실과 함께 기업이 알려지는 데에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제로웹, 동네 주민의 물품거래 및 정보교환을 돕는 당근마켓 등도 임팩트 투자를 받은 소셜 벤처다. 또한, 올해 카이스트청년투자창업지주로부터 투자를 받은 전통시장 플랫폼 'WIJU(위주)'는 임주성 대표가 3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직접 전통시장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투자 유치까지 이끌어낸 사례로 꼽힌다.

임팩트 투자 기관으로는 HGI(에이치지이니셔티브, HGInitiative)가 대표적이다. HGI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소셜 벤처의 성장을 적극 돕고 있다.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창조해내는 이들을 물심양면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끈다. 이 밖에도 2008년 설립된 소셜 벤처 전문 투자 기관 sopoong(에스오피오오엔지), D3 쥬빌리, MYSC, SK 행복나눔재단 등이 있다.

해외에서의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앞서 언급했듯 약 259억 달러(28조 9640억 원)에 달한다. 해외의 사례로 볼 때 인도의 노상 배변 문제 해결에도 임팩트 투자가 힘을 발휘했다. 인도는 130만 가구가 화장실을 갖추고 있지 않아 노상 배변이 일상화돼 있고, 성범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인도 최대 임팩트 벤처 펀드 운용사 아비쉬카르는 저비용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벤처기업 사라플라스트에 투자해 지분 21%를 인수했다. 현재 사라플라스트가 인도에 공급한 이동식 화장실은 3000여 개, 사용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아비쉬카르는 약 30%의 임팩트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임팩트 금융 추진 기구 GSG(Glob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가 설립됐으며 한국도 이 기구에 가입했다.

2020년 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 400조원 넘을 듯

GIIN에서 발간한 '2017 임팩트 투자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시장에 운용되고 있는 임팩트 투자 자산 규모는 1140억 달러(약 123조 원)이며, 2020년에는 4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한국 최초의 임팩트 금융기관이라는 한국사회투자의 이종익 대표도 향후 전망을 내놨다. 이종익 대표는 "임팩트 금융을 한국 최초로 시작했는데 향후에는 그러한 투자뿐만 아니라 임팩트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임팩트 투자를 확산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많이 투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민간에서도 사회 문제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나갈지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임성수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책임심사역도 "해외적으로는 여러 보고서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임팩트 투자 규모만으로도 총 28조 수준이라고 나와있고, 한국은 KDB 산업은행 보고서 기준 약 540억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성장성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빈부격차가 커져가는 한국에서도 모든 사람이 더 많이 공감하는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