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장비 업계1위 ‘화웨이’ 왜 제외?
5G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ㆍ에릭슨ㆍ노키아 선정
SKT “운영상 품질, 관리적인 측면과 비용적 측면 고려”
보안 등 중국산 장비 채택시 국내 비판 여론도 작용 한듯

세계 최대의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 공식 개막한 가운데 화웨이 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
SK텔레콤이 4G LTE망 구축을 담당했던 장비업체와 5G망 구축도 함께한다. 업계 1위이자 논란의 대상인 화웨이는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됐다.

SK텔레콤이 5G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5G 주도권 경쟁 상황에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3사가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면서 “투자 비용 등 재무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배제라는 말에는 일부러 제외시켰다는 의미가 들어있다”면서 “(SK텔레콤은) 화웨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운영상 품질, 관리적인 측면과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 다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4G LTE 구축 당시 이들의 장비를 사용했던 만큼 예측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이번에 구축할 장비는 5G와 4G LTE망과 연동이 필수인 ‘5G 종속모드(NSA,Non Standalone)’ 규격이다. 5G 공급업체로 새로운 업체가 선정되면 LTE장비까지 교체해야 한다. 반면 기존 LTE망 구축을 담당한 업체가 5G을 구축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4G LTE망 구축 단계에서 서울를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지역에는 삼성전자 장비, 나머지 지역에는 노키아와 에릭슨 장비를 사용했다.

이번 선정에서 업계 1위인 화웨이가 제외된 점도 주목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점유율 1위(28%)다. 화웨이 5G 장비는 전국망으로 사용될 3.5GHz 주파수 대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격도 타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가 제외된 이유와 관련 보안 우려와 일각에서 나오는 부정적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지난 2012년 미국 의회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대미 스파이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화웨이, ZTE 등 중국산 장비 진입을 사실상 배제했다. 영국, 호주, 일본 등 국가도 화웨이 장비 도입 금지를 검토하거나 장비 도입을 배제하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중국산 장비 채택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산 5G 장비 도입을 막아달라는 다수의 청원이 올라와 수백 건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5G)서비스를 구현하는 단말이나 장비도 결국 우리 산업이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는데 그 가치가 희석되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해도 우리나라 단말이나 장비가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유 장관의 내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이슈가 중국 제품을 견제하려는 일종의 물타기라는 의견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한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것 뿐 보안 문제가 실제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단지 중국 제품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국내 여론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청원이 쏟아진 당시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행해진 시점이라 국민 정서가 더욱 안좋았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화웨이 보안 이슈와 관련해 “이번 선정에 보안 이슈는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5G가 상용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안 문제를 선정 기준에 넣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 관계자는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가 화웨이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해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창민 데일리한국 기자 philux@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