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 집밥의 의미 깨닫게

올리브채널 ‘밥 블레스 유’
지난 7월말 정부가 폭식조장 미디어 및 광고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규제’ 정책 발표를 하자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서둘러 ‘먹방규제’가 아닌 국민 건강증진 차원에서 먹방 콘텐츠의 기준을 정립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부당함을 성토하는 의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틀면 먹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먹방 콘텐츠는 식을 줄 모르고 안방극장을 점령중이다. 철저히 시청률에 따라 움직이는 방송사에서 먹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데도 이유가 있다. 단순히 요리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최근 먹방은 ‘힐링’과 ‘배움’의 콘텐츠로도 어느새 자리잡으면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세 프로그램은 먹방의 인기가 단순히 먹을 거리에 대한 관심이 아닌 연대와 힐링 또는 자기계발 욕구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미네 반찬’ 엄마가 해주는 집밥의 정서&음식이 주는 힐링

최근 가장 인기 먹방 콘텐츠로 떠오른 tvN ‘수미네 반찬’은 인생에서 음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갖가지 김치와 생선찜, 닭볶음탕, 불고기 등 특별할 것 없는 반찬 위주의 한식 요리법을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 어머니의 ‘손맛’을 자랑하는 배우 김수미의 손끝에서 각종 요리가 탄생한다.

쉽게 알려주는 반찬 요리법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담긴 정서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십분 자극한다. 집에서 먹는 ‘집밥’ 한 끼가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준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시청자가 보내온 ‘방송을 보고 할머니가 해 주신 고구마순 김치 생각이 났다’는 사연에 눈물을 글썽이는 김수미의 모습은 음식은 살아갈 힘이자 힐링이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수미네 반찬’은 최근 방송에서는 일본 도쿄에 직접 반찬가게를 열어 시민들과 소통하고 ‘따뜻한 밥 한 끼’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향이 그리운 재일 한국인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은 ‘밥 먹었니?’라는 말을 안부처럼 쓰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밥 블레스 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것

이영자 최화정 송은이 김숙 등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네 출연자의 호흡이 돋보이는 는 솔직 담백한 모습 속에 변화한 가치관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여자는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비웃듯 네 출연자들은 뷔페에서 마음껏 먹기 위해 고무줄 바지를 준비하고, “인생 뭐 있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는 거지”라는 말을 신조처럼 되뇌며 시청자들을 자신들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이끈다. 여기서 빛나는 건 이들의 솔직한 표현과 진정성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마음이 전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것.

음식 콘셉트에 맞게 매번 소개되는 시청자들의 사연에 즉각적이고 통쾌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시청자들의 슬픔과 기쁨에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허를 찌르는 솔루션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들이 한결같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것. 지난 8월초 방송에서는 이영자가 수영복 자태를 드러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미디어에서는 날씬한 여자 연예인들이 수영복 입은 모습을 주로 방송하던 것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당당함을 보여준 이영자의 모습에 열광적인 반응이 며칠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처럼 ‘밥 블레스 유’는 음식을 매개로 풀어가는 네 출연자들의 건강한 가치관을 보여주며 킬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무슨 일이든 정성을 바쳐 제대로 하라.

출연자들의 먹방이 주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요리와 음식사업에 대한 울림을 주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음식을 통해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일깨우고 있다. 서울, 인천, 대전 등 상권이 쇠락한 음식점 골목이나 푸드트럭 등을 직접 방문해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 백종원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나 식당운영에 임하는 모습 등은 자기계발서 못지 않은 배움을 전해준다. 손님들의 입맛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고집만을 세우거나 위생관리는 뒷전이고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음식점 주인, 반대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레시피 연구에 정성을 쏟는 모습 등은 ‘음식점 사업’을 통해 일을 어떻게 하고 사람관계는 어떻게 맺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

이처럼 각각의 먹방들은 단순한 ‘먹는 방송’에서 벗어나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철학을 갖추며 진화해가고 있다. ‘먹방규제’가 통하지 않을 먹방 전성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는 시청자들의 신호이기도 하다. 장서윤 기자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ciel@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