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짙게 바른 한지민 담배까지 물었다

배우 한지민(왼쪽)과 이희준
남성 주인공 위주의 영화가 대부분인 최근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는 작품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지민 주연의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이 올 가을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MC 박경림과 배우 한지민, 이희준, 김시아, 이지원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미쓰백’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이지원 감독은 작품에 대한 남다른 기획 배경을 들려주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결국 할 수 없게 됐던 시기에 매일같이 아파트 옆집에서 석연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날 옆집 아이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 자신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아이가 이사를 갔더라. 이후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쓴 시나리오인데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때문인지 한 달만에 완성한 작품”이라며 실제 경험에서 나온 시나리오임을 털어놓았다.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나서는 미쓰백 역으로 분한 한지민은 파격 변신을 시도한다. 그동안 주로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준 한지민은 거친 피부와 탈색한 짧은 헤어스타일, 짙은 립스틱과 담배를 물고 거침없는 말투를 구사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한지민은 “시나리오를 읽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백상아는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내게는 도전이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라고 작품 선택 배경을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변신이라는 말을 붙여주시는데 배우로서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감사할 뿐이다. 두려움 보다는 설레고 기대된다”라고 들려주었다.

백상아의 과거를 알고 있는 형사 장섭 역으로 분한 이희준은 “상투적이지만 시나리오가 좋았다. 마치 굵은 붓으로 세게 획을 그은 느낌이었고, 그런 힘이 느껴졌다”라며 “상대역이 한지민이기도 해서 출연했다”라고 들려줘 웃음을 자아냈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지은 역으로는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된 배우 김시아가 열연을 펼친다. 이 감독은 “그동안의 아동학대 사례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서 만든 캐릭터다. 아이가 처한 환경이 실제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아이를 뽑아야 했다”라며 “시아는 처음부터 눈에 딱 들어오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아에게는 분위기가 있었다.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눈빛을 보면서 지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충무로에 흔치 않은 여성 원톱 주연으로서 한지민은 만만치 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그는 “영화계에 여성 캐릭터를 중점으로 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작품을 고를 때 분량에 상관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흥미를 갖게 되는데 ‘미쓰백’은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다”라며 “개봉을 앞두니 무게감과 부담감이 뒤늦게 몰려왔다. 촬영은 이미 마쳤는데 개봉이 많이 늦춰진 건 사실이다. 여성 영화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어두운 소재의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보실 지 모르겠지만 제가 바라는 한가지는 외면받고 소외된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여성영화가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영역들이 넓혀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여성 영화, 여성 원톱 주연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었다. 백상아가 남성 캐릭터에 휩쓸리는 것을 배제했다.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영화를 찍으면서 슬럼프가 오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쓰백’을 찍으면서 열정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다같이 뜨거운 진심, 열정을 모아 만든 영화다. 스크린을 통해 온기와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쓰백’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ciel@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