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관세 공방' 수위 낮춰…대화 가능성
11월 美중간선거 관건…북핵 변수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치 양보없는 대결을 보이던 양국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하고,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달러의 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런데 미중 양국이 애초 공언했던 수준보다는 관세율을 낮춰 발표하면서 날 선 공방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대화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이달 24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되 세율을 우선 10%로 적용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25%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 정부도 당초 추가로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겨 반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이 관세율을 우선 10%로 낮춰 시작하기로 하자 중국 역시 적용 세율을 5∼10%로 낮춰 발표했다.

이런 조치들은 미중이 7월과 8월 각각 340억달러, 16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때문에 국제 경제계에서는 미중 간 '3차 공방'을 계기로 무역전쟁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국은 18일 발표한 국무원 명의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이 무역갈등을 중단하길 원한다"며 "중미 양국이 평등하고 신뢰 있는 실무적인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해 상호 이익과 공영의 양자 무역관계와 자유무역 원칙,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세계 경제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을 밝히는 성명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과 지금의 무역 상황을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고위 관리들도 자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로 급선회할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미중 무역협상의 향배에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며 환담하는 모습.(연합)

미국 일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와 11월 중간선거가 맞물려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고, 미중 무역전쟁도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탄핵’이라는 짐에서 벗어나 강력하게 미국을 이끌어가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강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분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특단의 카드가 없다는 게 미국 정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세계적 관심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뤄내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형성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즉,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확실하게 종식시킬 경우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일을 이룩하게 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인 것도 궁극적으로는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정부 안팎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에 중국을 통한 비핵화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미국이 무역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의 길로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중앙과 지방의 중소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부도가 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월 9일(9.9절) 방북해 북한을 압박하려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트럼프 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2차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2차 미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결과를 이뤄내 탄핵 위기도 벗어나고 11월 중간선거 승리도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라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