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메이커 경쟁력 급상승…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도 질주
현대자동차그룹 시장점유율 뒷걸음질…최대 시장서 위기감 커져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도약과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사이에 끼인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가 함께 개발한 커넥티드카. 연합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답게 수많은 품목에서 세계 최대 시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017년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총 2894만여대에 달했다. 세계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 등극한 후 9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까지 1위였던 미국은 이제 2위 자리가 굳어진 데다, 자동차 판매 대수도 중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바야흐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조금 둔화되기는 했지만,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났을 만큼 여전히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올해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도 사상 최초로 300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향후 중국 자동차 시장은 훨씬 더 크게 팽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남대엽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140대로 세계 평균인 158대에 아직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800대), 일본(591대), 한국(376대) 등 여타 주요 국가와는 격차가 크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다.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 3000만대 돌파 전망

남대엽 연구원은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의 2~3배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의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언젠가 연간 판매 대수가 최대 1억대에 육박하는 초거대 자동차 시장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일찌감치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꾸준하게 점유율을 높여 나가 지난 2014년에는 시장점유율이 9%까지 올라갈 만큼 잘나갔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로 반전했다는 점이다. 2015년 7.9%, 2016년 7.4%로 조금씩 뒷걸음질치더니 2017년에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여파까지 겹치면서 4.5%까지 내려갔다. 불과 3년 사이에 시장점유율이 반 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017년 중국 시장에서 81만6000여대를 판매했다. 2016년 113만여대를 팔았는데, 1년 만에 판매 실적이 3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 중에서 가장 큰 폭의 판매 감소세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실적이 조금 회복되고 있지만 확실한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을 넘어서기에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지금 중국 시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현지 브랜드와 선진 브랜드 사이에 끼여 있는 ‘넛크래커’ 신세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43.8%, 독일 20.2%, 일본 17.4%, 미국 12.4%, 한국 4.5% 등의 순이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9%로 최고점을 찍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중국이 5%, 일본이 2% 정도 점유율을 높였다. 독일과 미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은 뒷걸음질

유독 한국의 시장점유율만 크게 하락한 사실이 도드라진다. 결국 한국 자동차 브랜드를 구매하던 중국인들이 자국 브랜드 혹은 일본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와 외자계(외국 자본과 중국 자본의 합작법인) 브랜드의 ‘초기품질지수’ 격차는 2003년 191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22로 크게 줄어들었다.

또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가 2016년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최고 안전수준인 별 5개를 받았고, 종합점수에서도 외자계 자동차 업체들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뿐 아니라 포드, 혼다, 도요타 등 여타 글로벌 양산(量産) 자동차 브랜드에도 뒤처진다는 평가다.

조 연구위원은 독일계 전략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중국 소비자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현대자동차는 다른 외자계 브랜드에 비해 주요 소비자의 소득 및 학력 수준이 낮고, 주요 판매 지역도 대도시보다 2선, 3선 도시로서 중국 로컬 브랜드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요컨대 한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선진국 자동차 브랜드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 자동차 산업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10년 안에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세계적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2012년 1만2000여대에서 2017년 77만여대로 초고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한 베이징현대. 연합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 잡으려는 중국

올해 중국의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전기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전체 전기자동차 판매량을 2020년에 200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나아가 2025년에는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 산업 육성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자동주차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전체 신차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또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반(半)자율주행 자동차의 판매 비중을 10~25%로 높이는 한편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판매 비중을 10%선으로 높여나간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에 힘입어 기업들도 첨단 자동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참여도 매우 활발한 점이 눈길을 끈다. 또 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첨단 자동차 산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혁신 전략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IT 업계의 3강으로 꼽히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모두 자신들의 기술력을 앞세워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 진입했다.

바이두는 2017년 자율주행 자동차를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데 이어 다수의 기업들과 함께하는 자율주행 기술 연구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포드, 보쉬, 다임러, 현대자동차 등 100개가 넘는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 관한 한 중국 최대의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온다.

알리바바는 2015년 상하이자동차와 10억 위안 규모의 ‘스마트카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양사 간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한 커넥티드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텐센트는 2015년 포드와 스마트카 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고, 2017년에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지분 5%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최대의 큰손이 됐다. 이 시점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엄청난 양적 성장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첨단 자동차 산업 육성으로 대변되는 질적 성장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내다볼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서만 평가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계가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향후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시 말해 중국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되면 세계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자국의 내수 시장 장악과 함께 수출 시장에서도 선전하게 되면 한국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점차 넘어가고 있는 역사적 전환기에 한국 자동차 업계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박스> 중국 자동차 업계의 ‘원톱’은 상하이자동차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업계 판도도 관심을 끈다. 2017년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는 상하이자동차다. 시장점유율이 23.9%로 2위 업체인 둥펑자동차보다 10% 가까이 높다.

과거 중국 자동차 업계는 상하이자동차, 둥펑자동차, 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베이징자동차를 ‘빅5’라고 불렀다. 이들 5개사가 엇비슷한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상하이자동차가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확고한 ‘1강’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2010~2017년 판매량을 2배 정도 증가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