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음양(陰陽)이 사상(四象)으로 나뉘고 오행으로 가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음양(陰陽)을 생명력이 있는 인체에 적용하면 수화(水火)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흔히 주역(周易)에는 64괘(卦)가 있고 괘를 모두 다 풀어서 설명해 놓았다. 그 중 수화기제(水火旣濟)괘는 63번째 있고, 화수미제(火水未濟)괘는 64번째에 나란하게 있다. 63번 째 수화기제(水火旣濟)괘는 위에 수(水)를 나타내는 감괘(坎卦)가 있고, 아래에 화(火)를 나타내는 리괘(離卦)가 있다.

기제(旣濟)란 ‘일이 이미 잘 처리되어 마무리 됨’이란 뜻을 가진다. 수화기제란 한마디로 “물과 불이 잘 어울려서 사이좋게 아무 탈 없이 잘 논다.” 란 뜻이다. 한의학은 인체에 음양오행 이론을 적용하면서 생리와 병리를 밝혀놓은 의학이다. 음양이 수화(水火) 즉 물과 불로 인체에 적용된다고 앞선 칼럼에서 말했다. 인체에서 불 즉 화(火)는 태어나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물 즉 수(水)는 소변을 걸러서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진액을 보존하는 신장(腎臟)이 그 기능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인체에서 수화기제의 상태란 어떤 상태일까? 그리고 연이어 등장하는 화수미제란 또 어떤 상태일까? 화수미제를 먼저 보자. 화(火)인 심장이 위쪽인 가슴 쪽에 위치해 있고, 수(水)를 주관하는 신장이 아래쪽인 허리 뒤쪽 있다. 위치상으로 불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다는 것이 이 괘의 의미다. 이 상태는 어떠한 상태이고 우리 몸에서는 어떻게 그 상태가 구현되어 나타날까? 불을 관장하는 심장이 위에 있는데 불은 속성상 위로 치솟아 오를 것이다.

반대로 물을 주관하는 신장은 아래에 있는데 불과 사귐이 없어 온기하나 없이 차가운 물이 얼어서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불은 위로 치솟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 얼어버리는 것이 대표적인 화수미제의 상황이다. 위로 솟구친 불은 인체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얼굴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얼굴이 열로 가득하면 얼굴이 열 받은 사람처럼 불콰하고, 열이 머리 부분에 있는 살덩어리를 쪄서 여기 저기 헌데가 생기거나 짓무르는 것이 보인다. 돼지털을 없앨 때 삶으면 쉬 제거되듯이 우리 몸의 털도 같은 이유로 탈모가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열이 수시로 위로 확확 달아올라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입도 마르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잇몸에 있는 치아들도 흔들리게 된다. 반면에 배꼽아래 부분은 냉기로 가득차서 아랫배가 살살 아프고, 소화기가 냉골이라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아서 대변이 수시로 묽게 죽죽 흘러내리고 아랫배가 차고 살살 틀면서 아프고, 생리도 잘 나오지 않고, 뼈마디가 시리고, 손발 모두가 시려 선풍기 바람이나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고 관절염같이 뻑뻑하고 아프다. 당연히 추위를 많이 탈 수 밖에 없다.

수화기제(水火旣濟)란 “물과 불이 사귀어서 잘 논다.”라는 뜻이다. 한의학에서 수화기제(水火旣濟)를 설명해 보겠다. 신장에는 수(水) 뿐 아니라 부싯돌 같은 역할을 하는 신장의 양기도 함께 있어 이 부싯돌로 불을 붙이면 신장(腎臟)의 물이 따뜻하게 데워지고 이게 심장(心臟)쪽으로 흘러들면 심장의 불에서 2차적으로 데워져 아지랑이 같은 수증기가 되고, 이 수증기가 인체의 상초부위를 촉촉하게 적시면 눈도 매끄럽게 기름칠하고, 입도 침이 고이게 하고, 두피의 열도 꺼주고 영양을 공급해서 탈모를 막고, 어깨 관절이나 목 관절 부위에 진액을 공급해서 부드럽게 해 준다. 반면 심장의 불이 아래의 신장과 사귀면 아랫배 특히 단전부위를 따뜻하게 해서 배꼽아래 모든 부위를 따뜻하게 감싸면 여성의 경우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남자의 경우 발기부전이 치료된다. 그 뿐 아니라 손발이 시리고 온 몸의 관적이 뻑뻑하게 뭉치고 아픈 것 역시 없어진다. 대변이 바나나 똥으로 나오는 것 또한 이런 원리에 의한 것이다. 화수미제는 체(體)이고 수화기제는 용(用)이다. 화수미제는 자기자리를 지키기만 하고 서로 사귐이 없어 분리되어 있는 모습으로 질병이 발생한 상태이며, 수화기제는 자기자리에 뿌리를 두고 밖으로 나가 서로 사귀는 상태로 정상적인 생리상태를 나타낸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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