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커지고 돈 버는 ‘신경제’
한국은 법제 미비로 성장세 더뎌

차량이나 숙소, 물건 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 쓰는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설립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유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경제활동 패러다임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의 현황을 살펴본다.

유휴 자산을 서로 나눠 쓰는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활동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지난 2008년 로렌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리믹스(Remix)>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전통적인 경제를 상업경제라고 불렀고,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자본주의 체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며, 돈과 물질의 소유가 부(富)의 척도가 된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많이 소유를 해야 직성이 풀리게 됐다. 하지만 무언가를 소유한다고 해서 그것을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든, 집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물건이든 사용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처럼 ‘유휴 자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며 사용(혹은 소비)하는 시스템이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여러 가지 미덕을 가졌다. 우선 사용하지 않는 소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자원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생산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유한한 자원을 아끼는 효과를 낳는다. 자신의 유휴 자산을 빌려 주는 사람은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빌려 쓰는 사람은 굳이 소유하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과 긍정적인 잠재력을 지닌 공유경제 개념은 빠른 속도로 세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공유경제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도 잇달아 등장했다. 지난 2011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공유경제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의 하나로 선정한 바도 있다. 실제로 공유경제는 이미 세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공유경제 시장은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연평균 80%에 가까운 고도 성장률을 나타내며 2015년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2025년 무렵 3350억 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유경제 트렌드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공유경제의 성장 배경을 환경적,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요인으로 나눠 분석한 바 있다.

우선 환경적 요인 측면에서는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 이슈가 세계적으로 대두되면서 친환경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자동차 1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경우 10대 안팎의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적 요인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추세로 가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유휴 자원을 활용해 부수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부터 공유경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 발달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쉽고 편리한 연결이 가능해졌다는 기술적 요인도 공유경제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우버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요청하면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이동거리를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청구하고 결제하는 매우 편리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급속도로 저변을 넓힐 수 있었다. 또 사회적 요인으로는 온라인에 친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공유경제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고, 양자 간의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만 있으면 사실상 무엇이든 공유경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공유경제 업체들은 대체로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실제 숙소를 재현한 스웨덴 에어비앤비 팝업하우스를 강남점에서 선보인 바 있다. 연합

숙박 및 차량 공유가 최대 시장 형성

한국개발연구원은 <공유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유력한 대표 플랫폼을 기준으로 공유경제를 몇 가지 분야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숙박 공유 ▲차량 공유 ▲금융 공유(크라우드 펀딩) ▲공간 공유 ▲재능 공유 등 5개 분야에서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숙박 공유는 공유경제 시장을 대표하는 분야로 꼽힌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 명의 젊은이가 공동 창업한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를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세계 190여개국에 숙박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으며, 3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로 도약했다. 에어비앤비는 2013년 한국에도 진출해 숙박 공유 시장을 선도해 왔다.

국내 토종 숙박 공유 업체들도 여럿 운영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코자자를 꼽을 수 있다. 코자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한옥 체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2013년에는 서울시가 처음 공식 지정한 숙박 공유 업체에 포함되기도 했다.

우버가 개척한 차량 공유 시장도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최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인 우버의 기업가치가 12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3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우버는 2018년 매출액이 100억~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난해 매출액 78억 달러보다 25~30% 이상 늘어날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다.

국내 차량 공유 시장도 쏘카, 그린카 등의 활약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와 차량 이용객을 연결시켜주는 우버의 모델과는 달리 이들 업체는 직접 다수의 차량을 보유한 상태에서 개인 이용객들에게 차량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실정법상 개인이 유상(有償)으로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지난 2014년 차량 소유주라면 누구나 운전자로 등록해 영업할 수 있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했을 때, 정부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우버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버는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 T 택시와 비슷한 우버택시, 리무진 차량에 특화된 우버블랙, 카풀을 제공하는 우버쉐어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유경제 업체들은 상당수가 우버, 에어비앤비 등 국제적으로 성공한 비즈니스모델을 벤치마킹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기업 외형 면에서는 중소 규모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국내 공유경제 시장이 초창기여서 크지 않은 데다 공유경제에 관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한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공유경제 기업들은 아직 소규모

이런 때문인지 지난 10월24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공유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분야별 플랫폼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 참석한 공유경제 업체 대표들은 국내 공유경제 관련 법제의 미비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국내 토종 숙박 공유 업체의 대표주자 격인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7년간 숙박 공유 사업을 하면서 이른바 ‘에어비앤비 법’이라는 것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가슴이 터지는 심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이 조성되는 초창기에는 기존 법과 제도, 관행 등과 충돌이나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부는 ‘규제’라는 칼을 들고 있고 시장은 ‘기득권’이라는 몽둥이를 쥐고 있어 신산업과 신시장이 좀체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공유경제 시장도 현 시점에서 보자면 딱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경제 관점에서 보면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에 역행하거나 뒤처진다면 훗날 돌이키기 힘든 쓴잔을 마실 공산이 커진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에서 공유경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차량공유 업체 쏘카와 SK㈜의 합작법인 '쏘카 말레이시아'가 지난 1월 출범식을 갖고 현지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합

<박스>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공유경제 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숙박 공유에 관해서는 범죄 발생 우려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고, 차량 공유 역시 교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불특정 다수의 개인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속성상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숙박 공유나 차량 공유 업체들은 기존 호텔, 운송 사업자들과 이해상충 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숙박 공유, 차량 공유 산업을 도입한 여러 국가에서 경험한 일이다. 특히 기존 사업자와 공유경제 업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형평성에 맞느냐에 따라 논란이 커지기 십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유경제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더라도 과세 체계를 갖추기 전에는 세금이 줄줄 샌다는 걱정도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유경제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부 당국이 올바른 규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스> 경제학자들 “공유경제가 소비자후생 기여”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 주요 경제학자 200명을 대상으로 공유경제의 소비자 후생 및 사회 후생 효과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규제의 형평이 맞춰지는 경우에 공유경제가 소비자 및 사회 후생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우 동의하거나 약간 동의한다는 답변이 93%에 달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공유경제의 소비자 후생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우버 등 승차 공유 플랫폼이 택시 회사들과 (안전 및 보험에 대한) 규제 형평이 맞춰진 상태에서 경쟁하도록 허용한다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43명의 설문 대상자 중에서 40명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명도 동의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