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분, 가맹본사들도 분담해야”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연합>

<주간한국>은 지난 10월 2017년 매출 기준 4대 편의점 가맹본사인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전국 가맹점 출점 현황을 보도했다. GS25, CU는 이미 1만 개를 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세븐일레븐도 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2017년 6월 이후 1년 새 1000개 이상의 점포를 늘리며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가맹본사들이 가맹점을 확대하는 만큼 개별 가맹점들의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가맹본부는 조속하고 성실한 상생 협의를 시작하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점주들의 부담을 분담하라 ▲로열티 증액 및 지원금 삭감 없는 심야 자율영업을 보장하라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한 폐점 부담을 경감하라 ▲타사 간에 거리 제한을 무조건 각사 계약서에 명시하라 등 5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냈다.

실제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김지운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현재 서울 성북구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이기도 하다. 그에게 5가지 요구사항의 배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편의점 본사에 요구하는 '상생 협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맹본사에서 임대차 계약을 하는데 약간의 권리금과 물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합니다. 가맹점주가 계약 기간을 못 채울 경우 본사에 물어야 하는 위약금의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미래 수익에 대해 점주들이 책임지는 영업 위약금이고, 다른 한 가지는 본사가 지원하는 냉장고, 에어컨 등 시설 위약금입니다. 보통 시설 위약금을 회사가 부담하는데 계약 기간을 못 채우면 점주에게 귀책이 있다고 봅니다. 매장을 열고도 주변 상권의 영향으로 매출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본사도 이런 점을 알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업 위약금을 안 물리는 편인데 시설 위약금은 감가상각을 적용해서 중도 계약해지 시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해 시설 위약금을 부과합니다. 계약 기간은 보통 5년이고, 시설 위약금은 때에 따라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점주의 부담이 큽니다. 본사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점주들과 상생하는 협의가 필요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점주들의 부담을 분담하라는 요구도 있던데.

“가맹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아예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점주들은 힘든 상황에서 편의점 본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본사가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마다 점주 협의회가 있고, 점주 협의회의 대표가 모인 단체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협의회는 인건비 인상에 대해 본사에 직접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요구하는 점주 협의회도 있습니다.”

-지원금 삭감 없는 심야 자율영업 보장에 대한 요구는 왜 나온 건지.

“심야 자율영업에 대해 논란이 된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야간에 문을 열고 영업을 했을 때 인건비보다 수입이 많으면 영업하겠지만 인건비가 수입보다 많으면 영업하기 싫은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가맹본사 입장에서는 야간에 영업을 안 하면 주간 매출에도 타격을 입고,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문을 닫으면 다른 프랜차이즈의 편의점은 반사이익을 얻게 됩니다. 당연히 가맹본사 입장에서는 야간 영업을 독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맹본사가 야간 영업에 대해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손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본사가 전기요금을 지원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맹점주는 인건비가 올라서 수입이 줄었는데 가맹본사가 지원까지 해주지 않으면 크게 부담이 됩니다. 이마트24의 경우엔 점주의 심야 자율영업을 보장하고 있어 가맹점이 급격히 느는 추세입니다. 야간 영업을 포기하면 주간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쳐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한 폐점 부담을 덜어 달라는 요구는 앞서 언급한 폐점 시 위약금 문제인지.

“그렇습니다. 시설 위약금을 부담하면서 폐점하기도 힘들고 계속 적자를 내면서 영업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가맹점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편의점 영업을 위한 진입장벽은 낮지만 폐점을 고려할 때 출구는 없는 상황입니다.”

-근접 출점 문제와 관련해 타사 간의 거리 제한을 두고 각사 계약서에 명시하라고 요구한 사항도 있던데.

“거리 제한에 대한 명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선을 그었습니다. 신규로 편의점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존 편의점 사업자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보이기에 저희가 요구하는 타사 간 거리 제한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정책이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담배 판매 거리 기준입니다. 담배 판매 업소가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를 기존 50m에서 100m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하면 점포 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실질적으로 같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간 거리는 250m 정도로 설정돼 있습니다만, 타사가 그 안에 들어오면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최소한 200~250m 거리의 영업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 밖에도 담뱃세(담배소비세) 제외와 카드수수료 경감에 대해서도 요구하고 있는데.

“담배가 하루 매출의 절반이기에 담배 판매는 편의점 매출과 직결됩니다. 특히 담배는 세금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데, 담뱃세와 더불어 담배 판매로 인해 생기는 카드수수료까지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배 한 갑이 4500원이라고 할 때 그 전액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합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소송을 추진하려다가 정부에서 담배에 대한 카드수수료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해서 보류했지만, 정부의 대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김지운 사무국장은 인터뷰 내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편의점 가맹점주에게만 떠안길 게 아니라 가맹본사, 정부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번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 또 인상안이 나올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최악의 경우 택시 심야할증 방식처럼 심야 판매에 대한 비용을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점주들의 처지를 대변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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