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의 역사를 만들고, 경계를 허물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등 각 국의 수도를 지나며 사연을 담아낸다. 도나우강의 세체니 다리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건설의 과거를 간직한 채 유유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다리는 도시의 역사를 만들고, 경계를 허무는 결정적 매개가 되기도 한다. 도나우 강을 기준으로 부다페스트 언덕 위 부다와 낮은 지대의 페스트는 기반이 다른 별개의 도시였다. 두 도시가 하나의 수도로 융합된 것은 세체니 다리가 건설되면서 부터다.

2세기경 로마의 군 주둔지였던 부다는 14세기에는 홀로 헝가리의 수도 역할을 했다. 오랜 기간 페스트가 서민들의 삶터였던데 반해 부다는 귀족과 부호들의 영역이었다. 페스트와 한 도시로 합병 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다. 도나우 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인 세체니 다리가 1849년에 개통된 것은 수도통합의 기폭제였다.

부다페스트 통합의 상징인 다리

세체니 다리는 헝가리의 국민 영웅 이슈트반 세체니 백작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세체니라는 이름도 백작의 성에서 따왔다. 동유럽 최고의 건축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다리는 부다페스트 주민들에게도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세체니 다리는 지역간, 계층간의 통합 뿐 아니라 도시의 부흥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잔잔한 기품마저 곁들여진 세체니 다리는 줄로 이어진 현수교로 길이 380m에 두 교각의 높이는 48m에 달한다. 줄 위에는 전구가 야경을 밝히기 위해 매달려 있다. 다리는 2차대전 당시 폭격에 의해 붕괴됐으나 다리 건축 100년이 되던 1949년 다시 개통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세체니 다리의 최고 명물은 사자상이다. 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사자’로 불리는 사자상은 교각 초입에 커다란 위용을 자랑하며 앉은 자세로 있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이뤄지기 힘든 일을 말할 때 ‘만약 세체니 다리의 사자가 울면 그 사실을 믿겠다’는 표현을 즐겨 쓰곤 한다.

강변 야경과 유적들을 품에 안다

도나우강과 세체니 다리는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도나우강의 풍광은 동유럽 최고라고 치켜세워도 손색이 없다. ‘세체니 다리에서 언덕으로 올라서면 부다지구 왕궁이 모습을 드러내고 왕궁 길은 마차시 교회, 어부의 요새 등으로 연결된다. 외세의 풍파를 겪었던 왕궁이나 7개 고깔 모양의 탑이 인상적인 어부의 요새에서 강줄기는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도나우 강변을 수놓는 유적들은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동유럽하면 프라하 프라하성과 까를교의 야경이 떠오르지만 부다지구를 배경으로 한 도나우강변의 야경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부다지구에서 다리를 건너면 페스트 지역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영국 국회의사당 빅벤을 닮은 고딕 양식의 헝가리 국회의사당과 보행자의 천국인 바치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 하나만 지나쳤을 뿐인데 풍겨지는 인상은 사뭇 변덕스럽게 다가선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 부다페스트까지 매일 운항한다. 성수기때 아시아나 직항편이 운행되기도 한다. 헝가리 입국에 비자는 필요 없다. 유럽 여행중이라면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에서 열차로 이동하면 가깝다.

▲음식=쇠고기, 양파, 감자를 잘게 썰어 파프리카 향신료를 넣고 끓인 ‘굴라쉬’가 얼큰하고 먹을 만하다.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이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바린카'라는 독주와 '토카이'라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겨 마신다.

▲기타정보=헝가리에는 450여개의 온천이 있으며 그중 100여곳이 부다페스트에 위치해 있어 겨울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다. 물가는 서유럽에 비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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