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 경쟁, 보수 진격에 진보 맞불 ooo 여야, 당 차원 유튜브 대결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유튜브 캡쳐)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유튜브’ 바람이 심상치 않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정당차원에서도 유튜브를 정치 소통구로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정치는 재야에서 시작됐다. 현재 막강한 유튜브 파워를 지닌 유튜버는 대부분 보수논객들이다. ‘정규재TV’는 구독자수가 약 30만 명이며 누적 조회수는 무려 1억 80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신의 한수’도 누적 조회수가 1억 회 이상이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현재 약 26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조갑제TV’의 구독자수도 약 17만 명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오른소리’ 채널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면서 3만 명의 구독자수를 확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응하고자 ‘씀’을 개설하여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유튜브채널 '오른소리'(유튜브 캡쳐)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 불고 있는 ‘유튜브 대전’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과거엔 유튜브가 아닌 다른 플랫폼이 이용됐다. 보수정권 시절 진보논객들은 다음TV팟이나 판도라TV, 팟캐스트 등을 통해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유튜브가 전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진보, 보수인사들 모두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소비층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원활하고 광고료까지 넉넉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형식과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채널을 골라 들을 수 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기성언론의 일방향적 정보전달을 벗어나 쌍방향 소통도 용이하다는 점이 ‘유튜브 정치’가 각광받는 이유가 됐다. 재야에 있는 과거 정치인들이나 정치평론가들은 물론 정당까지 ‘유튜브’채널을 공식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치 대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거짓과 진실’을 운영하는 우종창 대표는 2005년까지 월간조선 기자로 근무하다 2016년 11월까지 조갑제닷컴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우 대표는 2017년 10월 ‘거짓과 진실’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알리고 싶은데 출연할 곳이 없었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봤는데 엄청난 파워가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며 유튜브가 대세를 이룰 수 있는 매체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가 신문이나 지상파 방송만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정된 독자층과 특정 분야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게 되면 하나의 주류를 이룰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배우 신성일이 사망했을 때 엄앵란의 남편에 대한 사모곡 조회수가 순식간에 60만 회까지 치솟았다. 엄앵란이 직접 유튜브를 운영한 것도 아닌데 이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린 것이다. 우 대표는 이 사건을 예로 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다루는 전문채널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소비자층을 분석하는 자체의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 한 방송을 국내에서 몇 %가 보고 해외에서는 몇 %가 보는지, 연령별로는 얼마나 유입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방송 진행자는 이에 맞게 대응하며 유연하게 방송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 방송은 참여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우 대표는 참여자들과 관련 이슈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개인번호도 공유해 서로 전화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지하에 마련된 '씀' 방송국 개소식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채널명 '씀'은 '쓸모 있다, 쓰다, 쓰이다'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는 젊고 역동적인 당의 정체성을 반영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유튜브 채널인 '씀'을 통해 소속 의원 2인 1조 '정치수다쇼', 의원생활 관찰일지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연합)
유튜브 방송시간은 15~30분 정도

유튜브 채널의 방송시간은 보통 15-30분 정도다. 방송이 길게 늘어지면 소비자를 흡입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주제별로 짧은 영상으로 나뉘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하루에 보통 15-20분 영상이 5개 정도로 업로드된다.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은 방송시간을 늘려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나의 유튜브 방송국을 만들 예정이다. 고정 패널을 불러 정치평론도 하고 음악,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함께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서 유튜브 채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튜브도 콘텐츠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30만 명의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정규재TV’는 최근 MBC 전 아나운서인 최대현을 영입했다. 또한 다양한 정치패널을 게스트로 섭외해 다양한 정치논평을 시도하기도 한다. 누적 조회수 1억 회의 ‘신의 한수’도 과거 정부의 핵심 관료를 초대해 다양한 콘텐츠와 이야기를 전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유튜브 플랫폼이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치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층의 증가’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홍 소장은 “정치에 관심을 쏟는 층이 두터워졌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충족시킬 무언가를 찾다보니 기존 정치와 정당에서 충족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1인 방송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정치적 이슈와 정보만을 얻었다면, 1인 방송의 특화된 관점과 소통의 용이성 때문에 정치적 수요자가 유튜브 플랫폼에 더 열광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튜브는 특정한 정치 수요층의 입장을 충족시키기에 알맞은 플랫폼이다. 수요층이 광범위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상업성을 충족시킬 수 있을만한 마케팅력도 갖추고 있다. 구독자가 늘어나고 조회수가 늘어나면 광고수익을 올리기도 좋다. 정치적 수요층과 사업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언론매체와는 달리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치 수요자의 가치에 부응하는 전략을 쓴다. 기성언론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기에 특정 수요층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보수, 진보층 가릴 것 없이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 전략이다.

유튜브 정치의 다른 특징은 ‘외연의 확장성’으로 뻗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층 전체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지지층을 단단히 다져주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의 파급력에 대해 홍 소장은 “정당에서 지지율을 높이거나 정권을 잡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내경선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방송이 정치적 신념을 강화하고, 열성당원들의 당내경선 참여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적인 지지율과 판세를 바꾸지는 못해도 당내 경선에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방송으로 인한 역풍가능성도 제기됐다. 홍 소장은 “아무래도 1인 방송은 자신들의 입장을 검증하거나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기존의 언론에서는 다양한 패널들의 토론과 검증으로 논의가 수정, 보완될 수 있지만 유튜브는 그러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인 방송의 특성상 객관성과 보편성을 100%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유튜브 방송은 내용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검증하는데 주력하기보다 특정층의 신념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 현상이 심화되면 ‘수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홍 소장은 “특정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충족시키다보면 내부적 결속력은 다져질지 모른다”면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콘텐츠로 채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보수, 진보의 대변은 결국 극단주의로 치닫게 되고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층을 흡수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튜브 채널을 보면 거의 보수논객들의 채널이 다양하고 많다. 구독자수와 조회수도 보수채널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는 보수층의 ‘정치적 상실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들이 몰락했고, 보수층들의 입장과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다른 이유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감’이다. 홍 소장은 “보수층의 입장에서 현재 언론은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에 대한 것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며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당과 기존 매체의 대안으로서 뭔가를 찾다보니 유튜브 방송을 찾아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층의 정치적 상실감을 대변해줄 정당이나 언론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정권의 교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과거 보수정권 시절엔 진보적 채널이 더 많았다”며 “지금 언론에서 활동하는 주요 출연자들을 보면 과거 1인 방송을 진행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기성 언론에서 활동했던 많은 언론인, 정치인들이 유튜브로 자리를 옮겼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 유튜브채널 '오른소리'의 한 장면(유튜브 캡쳐)
‘쌍방향 소통매체’로 정치인들 활용

유튜브 방송은 ‘쌍방향 소통매체’로 불린다. 최근 정치인들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큰 이유로 꼽힌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유튜브를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창구로 봤다. 최 교수는 “일반 방송매체들은 형식과 출연이 제한적”이라며 “유튜브는 원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치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유튜브의 강점이다.

유튜브 플랫폼은 누구나 손쉽게 방송할 수 있다. 복잡하고 거대한 시설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방송이 이제는 개인 대 개인으로 유통된다. 최근의 이슈에 대해 즉각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유통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유튜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기존의 언론들도 유튜브를 주목하고 있다.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유튜브는 이슈메이커가 되기도 하며 이슈몰이 역할까지 하고 있다. 대중적인 파급력 때문에 기존의 매체들이 유튜브를 유심히 관찰하고 보도화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각 언론별로 유튜브 채널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유튜브 플랫폼의 무제한적인 속도감과 파급력 때문이다. 최 교수는 “유튜브가 다루는 이슈는 대중성도 높기 때문에 기사화하기에도 좋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40대에서 60대까지도 유튜브를 많이 접한다”며 “이런 전 세대적인 유튜브 열풍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튜브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오른소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약 3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씀’을 공식 개설하면서 유튜브 대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씀’의 구독자는 약 7000 명이다. 이해찬 대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의원들의 소신과 정책을 간명하고 재밌게 전달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인 방송 중심의 유튜브 플랫폼이 국회까지 진출한 이유에 대해 홍 소장은 “당 차원의 유튜브 채널 운영은 당장의 대여, 대야투쟁이 된다”며 “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의 입장을 공유하는 보수, 진보 핵심층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식성과 객관, 보편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유튜브 채널의 장점까지 흡수하고자 한다. 최근 이낙연 총리가 유튜브 채널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한 것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의 파급력과 확산력은 매우 크다. 99%의 사실이 유통되다가도 1%의 거짓정보가 나오면 똑같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유튜브 채널 하나하나의 관계망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런 영향력을 우려하면서도 ‘유튜브 대세’를 따르고 있다. 최 교수는 “특히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는 정보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며 “그만큼 파급력도 커진다”고 말했다. 유튜브 플랫폼이 1인 방송을 넘어 정치권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