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로 읽는 세계 영화 감독 열전

‘미쳤거나 열정적이거나!’

ready-go!를 외치면서 영화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감독.

검은 선글라스, 롤렉스 시계, 목걸이처럼 늘 차고 다니는 미니 망원경, 미끄러져 내릴 듯 광택이 나는 구두,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청바지 복장,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왠지 위압감을 던져주는 표정.

언뜻 떠오르는 영화 감독의 겉 모습이다.

하지만 햇빛이 강열하면 그 만큼 그림자도 깊은 것이 자연의 법칙.

카메라 뒤편에 꽈리를 틀고 있는 민낯의 감독들은 ‘성격 파탄자’ ‘마약쟁이’ ‘냉혈한’ ‘난봉꾼’ ‘타협을 모르는 외골수’ 등 극단적 비판을 받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알만한 영화인들에게는 널리 회자 되고 있는 숨어있는 감독 열전. 또한편의 영화 가십을 만들어 나갔거나 만들고 있는 열혈 감독들의 생생한 ‘지옥(?) 같은 영화 천국(cinema hell paradise)’ 사연을 훔쳐본다.

차례

구로자와 아끼라(Akira Kurosawa)

대니 보일(Danny Boyle)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D. W. Griffith)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마틴 스콜세즈(Martin Scorsese)

베르너 헤어조그(Werner Herzog)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샘 페킨파 Sam Peckinpah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세실 B. 데밀(Cecil B. DeMille)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스파이크 리(Spike Lee)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냐리투(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엘리아 카잔(Elia Kazan)

오손 웰즈(Orson Welles)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왕가위(Wong Kar-Wai)

우디 알렌(Woody Allen)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이 안(Ang Lee)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

장-뤽 고다르 Jean-Luc Godard

제인 캠피온(Jane Campion)

조엘과 에덴 코엔 형제(Joel & Ethan Coen)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존 카펜터(John Carpenter)

존 포드(John Ford)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캐슬린 비겔로우(Kathryn Bigelow)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팀 버튼(Tim Burton)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프랑수와 트뤼포(François Truffaut)

프랑크 카프라(Frank Capra)

하워드 혹스(Howard Hawks)

1. 구로자와 아끼라(Akira Kurosawa)

어린 시절 긴장증 앓아, 정신적 상흔 영화 표현으로 담아내

시나리오 작가, 감독, 조감독

1910년 3월 23일 일본 동경(Tokyo, Japan) 태생.

1998년 9월 6일 동경 세타가와(Setagaya, Tokyo, Japan) 사망. 향년 88세.

화가를 지망할 정도로 뛰어난 그림 솜씨를 갖고 있다.

이런 재능을 십분 살려 그는 스토리보드(storyboards)를 모두 직접 그려 영상 구도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1936년 조감독으로 입문한 뒤 <사가타 산시로 Sugata Sanshirô>(1943)로 감독 데뷔를 선언한다.

미후네 도시로(Toshirô Mifune)를 주연으로 기용한 <술취한 천사 Yoidore tenshi>(1948)를 통해 일본 영화계의 황금기를 개척해 나간다.

구로자와가 영화계 아이돌(idol)로 존경했던 존 포드가 존 웨인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컴비로 서부극 호황을 주도한 것처럼 구로자와는 미후네 도시로와 16편을 함께 촬영하면서 돈독한 협력 관계를 꾸려 나간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4명이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일화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고발한 <라쇼몽 Rashômon>(1950)이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the Venice Film Festival)를 수상하면서 일본 영화의 존재를 서구 세계에 각인 시키는 전령사 역할을 해낸다.

사무라이 코미디 <요짐보 Yôjinbô>(1961) <산주로 Sanjuro>(1962)에 이어 러시아와 합작 <데루스 우잘라 Dersu Uzala>(1975) <가게무사 Kagemusha>(1980) 등의 기념비작을 연속 공개한다.

이들 작품을 접하고는 할리우드의 중견 감독 프란시스 F. 코폴라, 조지 루카스 등이 구로자와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해 영화가 뉴스를 만들어 낸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각색한 <란 Ran>(1985), <꿈 Dreams>(1990) 등을 말년 작품으로 공개한다.

셰익스피어, 막심 고르키, 표도르 토스토예프스키, 이반 헌터 등 저명 문학인들의 작품을 일본 스타일로 각색해 일본 현지 보다는 서방 영화가에서 더욱 주목을 받아낸다.

할리우드 및 서방 영화인들이 그가 발표한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인해 유명세를 더한다. <7인의 사무라이>는 <황야의 7인>, <요짐보>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효시작으로 인정 받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로 각색된다.

어린 시절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정신질환인 긴장증과 1933년 형의 자살 등을 목격하면서 정신적 상흔을 앓게 된다고 한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의 일화를 다룬 <도데스카덴>(1970)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1971년 12월 자살을 시도한다.

일본 현지에서 제작사를 구하지 못하자 <카게무샤>(1980)는 코폴라와 조지 루카스의 재정 지원을 받고 영화를 완성하는 곡절을 겪는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식 서사 역사극 <란>(1985)으로 공개해 호평을 얻어낸다.

2차 대전의 패전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일본 전체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시기. 구로자와는 동료 여배우 요코 야구치(Yôko Yaguchi)에게 ‘전쟁에 패해 일본 국민 모두가 집단 자살을 하기 전에 결혼 생활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이색 청혼을 하여 1945년 5월 21일 마침내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요코는 1985년 2월 1일 사망한다.

<요짐보>의 음향 효과를 담당했던 이치로 미나와. 그는 감독으로부터 칼에 베여서 살과 뼈가 잘려나가는 소리를 만들어 내라는 지시를 받고 오랜 동안 고심 끝에 닭의 몸에 나무 젓가락을 채운 뒤 칼로 베어내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 방법은 한동안 사무라이 극에서 사람의 육체가 칼에 찔려 나가는 소리로 단골로 활용됐다고 한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전쟁 영화가 <토라! 토라! 토라! Tora! Tora! Tora!>(1970). 일본군 공습 장면 연출은 구로자와 아끼라가 의뢰 받는다. 하지만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일본 화학회사 회장 및 기업가를 연기자로 캐스팅 할려고 시도 하거나 촬영장에서 연출진 및 배우들에게 구타 등 강압적 태도, 완벽을 기한다는 명분을 들어 반복적인 셋트장 설치 요구,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촬영장 주변에 경호원 배치를 요구 하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남발해 급기야 20세기 폭스에 의해 해고 당한다. 구로자와의 뒤를 이어 일본 촬영분은 킨지 후카사쿠(Kinji Fukasaku), 토시오 마수다(Toshio Masuda)가 대타로 초빙된다.

<고질라 Godzilla> 감독 이시로 혼다와 토호 영화사 간부에게 수차례 시리즈 연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청탁한다. 하지만 제작사는 완곡하게 거절한다. 이유는 구로자와가 사극을 통해 엄청난 제작비를 쓴 전력이 있어 <고질라> 시리즈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제작비가 소요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셰익스피어 희극의 시대 배경을 구로자와가 봉건적 일본 시대로 재 설정(Feudal Japanese settings) 시켜 적절하게 활용한다.

한 장면이 사라지고 곧바로 다음 장면을 등장 시키는 ‘와이프 이펙트 wipe effect’ 기법은 조지 루카스가 <스타 워즈 시리즈>를 통해 원용 시킨다.

일본 사극의 비장감을 고조 시켜 주기 위해 폭우가 오는 장면을 즐겨 사용한다.

구로자와 영화에 등장 하는 여성 캐릭터(Female characters)는 성적 매력 보다는 나약하고 복종적이며 음모와 권모술수가 능한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촬영장에서는 늘 느슨하게 걸친 모자, 어두운 의상, 검은 선글라스 등을 착용한다. 이런 복장은 그가 열렬히 추종했던 서부극 대가 존 포드(John Ford)의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Entertainment Weekly’로부터 가장 위대한 감독 6위(the 6th greatest director of all time by Entertainment Weekly)로 지명 받았다. 아시아 감독은 25위의 인도의 사트야지트 레이(Satyajit Ray) 등 단 2명이다. 그는 미국 이외 출신 감독으로는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1990년 아카데미 협회는 ‘영화 성취물을 통해 영상을 즐기는 전세계 관객들에게 영감, 기쁨, 정신적 풍요로움을 주는 동시에 많은 영화 감독에게 영향을 끼쳤다 For cinematic accomplishments that have inspired, delighted, enriched and entertained worldwide audiences and influenced filmmakers throughout the world'는 공적을 밝히면서 '명예상 an Honorary Award'을 수여한다.

구로자와는 1985년 <란 Ran>으로 감독상 후보에 지명 받았으며 구 소련과 합작인 <데루스 우잘라 Dersu Uzala>(1975)로 ‘외국어 영화상 the Best Foreign Language Film Oscar’을 수상한다.

명언

영화는 그림, 문학, 연극 그리고 음악 등 예술 전반을 조합해서 완성하는 매체이다.

인간이 누구나 느끼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재능 있는 감독이 만났을 때 ‘걸작 a masterpiece’이 탄생하게 된다.

미친 세상에서는 미쳐야 정상인 대접을 받게 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사진 설명

사진 1-1. 뛰어난 그림 솜씨로 유명세를 얻은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

사진 1-2: 구로자와 감독의 대표작 중 한편인 <카게무샤>(1980)는 할리우드 감독 프란시스 F. 코폴라와 조지 루카스의 재정 지원을 받고 영화를 완성하는 곡절을 겪는다.

사진 1-3: 구로자와 감독이 서구 영화계에서 호평을 얻은 <란 Ran>(1985)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식 서사 역사극으로 극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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