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면도에 간다. 지독히도 많은 눈이 내린 뒤에는 태안 안면도는 색깔을 바꾼다. 겨울의 푸른 바다에, 외로운 공기를 머금은 회색빛이 덧칠해 진다.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안면도는 낯선 모습들로 이방인을 반긴다.

‘고독 모드’ 여행에 필수 소품이 눈이다. 안면도에서 인기 높은 곳인 안면도 휴양림은 눈만 내리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쭉 뻗은 안면송과 그 위를 살포시 덮은 ‘솜이불’ 눈의 앙상블은 매혹적이다. 겨울이면 관광객들의 북적임도 적고 솔향과 갯내음만 그윽하게 어우러진다.

하루 쉬어갈수 있는 한옥숙소와 숲속의 통나무집은 바다향이 덧씌어져 운치를 더한다. 숱한 펜션을 제쳐 놓고 외지인들이 겨울에도 이곳 통나무집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호젓한 산책을 원한다면 휴양림 정문 아래 뒤편 길을 권한다. 500년 세월의 혈통 좋은 안면송들이 2km 가량 늘어서 있다. 안면도 휴양림은 붉은 소나무 안면송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집단적으로 자생하는 곳으로 서어나무 등 안면도 특유의 수종이 함께 분포하고 있다.

운치 있는 산책로 삼봉 소나무길

잘 알려지지 않은 산책로로 치자면 삼봉 해변 소나무 오솔길을 빼 놓을 수 없다. 사구로 된 해변길을 따라 기지포 해변까지 걸어본 뒤 돌아올 때는 파도 소리와 나란히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산책한다. 바닥이 모래라 눈 온 뒤라도 질퍽거리는 일 없고 ‘단 둘’만 걸으면 좋을 조용한 길이 3km 가량 이어져 있다. 이 오솔길과 드넓은 해변에서 각종 뮤직 비디오와 CF가 촬영되기도 했다. 삼봉~기지포 구간의 사구는 전국 우수 생태 복원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인근에 안면도의 바다와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헤어진 연인이 그립다거나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싶다면 바람아래 해변으로 향한다. 시인 박성우는 수필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에서 ‘안면도의 바람아래 해변, 독극물처럼 지독하게 보고 싶은 당신’을 추억해 냈다. 이곳 해변에 서서 얼굴이 발개지도록 갯바람을 맞아도 좋다.

포구, 섬마을에서 보내는 무술년

일몰로 명성 높은 꽃지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 바위에서 올 한해를 배웅했다면 일출은 안면도 남쪽의 영목항에서 맞는다. 영목항은 인근 원산도나 대천으로 향하는 배가 드나드는 곳이다. 한두시간에 한편씩 배가 운항되니 겨울바다를 선상에서 음미하고 싶을 경우, 이곳 주민들과 함께 서해 바다를 가로질러도 좋다.

영목항 건너편의 작은 섬들에는 아담한 펜션들도 들어섰다. 새해 1월1일에는 영목항에서 지역주민들이 주최하는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국내 제1의 펜션 밀집지인 안면도에는 황도뿐 아니라, 대야도 역시 바다와 맞닿은 전망 좋은 펜션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연륙도가 된 황도는 썰물때 드러나는 조개껍데기 길이 인상적이며 음력 정월 초이틀날 붕기풍어제가 열리는 당집도 둘러볼수 있다.

갈대 우거진 창기리 미포저수지를 거쳐 대야도로 가는 길에는 천상병 시인의 옛집이 고즈넉하게 자리했다. 대야도가 건너 보이는 포구에 닿으면 어촌마을의 풍경을 한가롭게 감상할 수 있다.

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나와 96번 도로를 경유한다. 서산방조제를 지나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안면도다. 삼봉오솔길은 안면도 서쪽 해안도로 백사장 포구 아래쪽에 위치했다. 영목항에 닿으려면 안면도 최남단까지 향한다. 영목항 닿기 전 좌회전하면 대야도다.

▲묵을 곳=안면자연휴양림의 숲속의 집과 한옥숙소 이용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황도,,대야도에 펜션이 밀집돼 있으나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영목항 가는길 가경주 마을의 펜션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기타정보=조개구이용 조개는 백사장 포구 초입 수산물센터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겨울이면 안면도 가는길 초입에서 굴밥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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