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일상에 깊이 뿌리 내려야 오래가는 일등 브랜드 된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는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과 함께한 2018 봄·여름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다.(구찌)
인터브랜드는 1974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전 세계 17개국에 24개 지사와 1200여 명의 컨설턴트를 두고 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BMW, P&G, 구글,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을 제공했으며, 매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2013년부터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Best Korea Brands)’를 발표해 오고 있다. 김원중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기획팀 총괄이사를 만나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봤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요.

“인터브랜드는 기업의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산'이라고 정의합니다. 그중에서도 살아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기업이 탄생한 이후 브랜드를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이바지하는 정도가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 다른 브랜드보다 먼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상품, 같은 서비스를 팔아도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고객이 상품을 재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까지 해줍니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 평가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브랜드가 해당 기업을 위해 앞으로 창출할 수익의 순(純)현재 가치를 브랜드 가치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재무적 가치로 환산해야 합니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 평가를 위해 크게 3단계의 분석 과정을 거칩니다. 1차로 재무 분석을 합니다. 재무 분석 단계에서는 기업이 창출하는 세후(稅後) 영업이익 중 무형이익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영업이익에서 재고자산, 고정자산, 매출채권, 매입채무 항목과 같은 유형자산을 제외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브랜드 역할력(Role of Brand Index)' 분석을 합니다. 브랜드 역할력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뜻합니다. 브랜드 역할력은 브랜드별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구찌와 같은 명품의 경우 브랜드 역할력 지수가 70~80%입니다. 명품의 경우 고객이 어느 상표인지를 중시하지, 제품의 성능을 중요시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은행 등 금융 산업을 보면 브랜드 역할력이 낮습니다. 고객은 어느 은행이 더 금리를 많이 주는지에 반응할 뿐, 브랜드를 많이 따지진 않습니다.

브랜드 역할력 지표가 나오면 브랜드가 기업을 위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는지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인터브랜드는 5년, 10년 후 창출할 브랜드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라는 지표를 계산합니다. 브랜드 강도는 해당 브랜드가 시장에서 경쟁사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10가지 속성(명확성, 신념, 관리역량, 대응력, 진정성, 적절성, 차별성, 일관성, 존재감, 참여도)에 따라 계산합니다.

궁극적으로 10가지 항목을 통해 해당 브랜드가 얼마나 높은 경쟁력이 있는지를 브랜드 인지도, 재구매 의향, 시장 점유율을 통해 비교 분석합니다. 높은 브랜드 강도를 보유한 브랜드는 과거에 실현한 수익을 미래에 창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매출은 큰데 영업이익이 낮은 브랜드는 낮은 브랜드 강도가 측정됩니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모범답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각 브랜드마다 시장 상황이 다르고, 앞서 말한 브랜드 강도를 계산하는 10가지 브랜드 속성에서도 브랜드마다 각자 취약한 속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일 방법론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뿐입니다. 더불어 고객의 ‘라이프 셰어(life share, 특정 제품이 고객의 생활에서 얼마나 활용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그 예로 한화금융의 브랜드 ‘라이프플러스’는 굉장히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대출, 보험상품 판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개인이 금융기관과 친해졌을 때 고객이 해당 금융기관을 더 찾게 됩니다. 과거에는 금융기관이 고객과 단순한 거래 관계였다면, 현재는 고객의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국내외 기업 중에서 최근 5년간 브랜드 가치 순위가 많이 상승한 기업은 어떤 곳들인가요.

“외국에서는 지난 5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기업으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스타벅스 등이 있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카카오, 코웨이, SK하이닉스가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자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는 이유는 다릅니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브랜드가 단순히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 것인지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과거에 전자상거래 브랜드였는데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쉽게 찾아 충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고객의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나이키는 애플과 제휴해 운동과 음악을 연결하는 애플워치 한정판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김원중 인터브랜드 코리아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인터브랜드 코리아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봉진 기자)

-최근 수년간 브랜드 가치가 많이 상승한 기업의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우선 ‘구독경제(소비자가 기업에 회원 가입 및 구독을 하면 정기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배송받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제모델) 서비스’ 확산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영역에서 이러한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그 예로 넷플릭스가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월정액을 내면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소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구독경제 규모는 이미 수백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기관 ‘크레디트스위스’는 2016년 469조 원에 달하던 구독경제 규모가 2020년에는 5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원중 이사는 구독경제 모델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독경제 모델이 자동차 산업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독일 포르쉐의 경우 ‘포르쉐 패스포트(Porshe Passport)’라는 이름으로 상황에 필요한 차량을 골라서 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월정액을 내면 제네시스의 여러 차종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침대 시장에서는 에이스침대가 높은 지배력을 가졌었지만, 최근 코웨이가 새롭게 접근했습니다. 코웨이가 흥미롭게 접근한 부분은 매트리스의 기술력이 아닌 미세먼지, 진드기 등 매트리스를 어떻게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고객 중심적 사고를 들고 싶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명품 브랜드 구찌가 있습니다. 구찌는 4~5년 전만 해도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라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 대한 이해를 전사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 35세 미만 고객들에게서 매출을 이례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건강도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브랜드 노후화 여부를 점검하는 겁니다. 즉, 10년 후 시장점유율에 대해 예상하는 것입니다. 구찌의 경우 앞으로 20년간 탄탄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를 경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기업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게 해 매출을 높여주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영업이익을 늘리고, 다시 해당 브랜드를 찾도록 해서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것이 브랜드가 갖는 가장 큰 경제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드러낸다는 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언젠가는 경쟁사가 그 기술력을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모방하는 게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산업의 기술은 상향 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겠죠. 지금 전기차 기술에서 테슬라가 앞서 있지만, 언젠가는 다른 자동차 업체가 따라갈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소비자의 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중요해진 시대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니세프 팔찌를 찬 모습을 보여주며 은연중에 '나는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시대가 됐습니다. 범 사회적인 트렌드로 '미닝 아웃(Meaning out,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를 통해 표현하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SNS로 표출하고 가치관을 드러냅니다. 이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제품의 기능적 속성보다 제품을 썼을 때 개인의 가치나 신념을 설명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첫째로는 그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한 점입니다. 명확한 뜻을 전달한 브랜드는 오랫동안 고객들로부터 공감을 형성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입니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30년간 쓰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회사의 존재 이유를 ‘성취’라는 단어에 함축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건강한 신체가 있다면 최고를 성취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이키는 콜린 캐퍼닉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를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 캠페인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2016년 경기장에서 국가가 나올 때 기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는 제스처로 미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죠. 그는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그렇게 표시했습니다. 이 행위가 미국 사회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국민의례에서 무릎을 꿇는 행동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내세우고 ‘당신의 모든 걸 희생한다고 해도 당신의 신념만은 지켜라’라는 문구로 광고를 했습니다. 당시 나이키의 주가는 20~25% 상승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가치관을 가진 브랜드는 평생 지지하겠다는 고객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둘째로는 ‘내재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마케팅 방향에 대해 마케팅 부서만 알고 소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SNS, 유튜브 등 소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인사 부서, 영업 부서 등 모든 직원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일관되고 명확하게 관리해 브랜드가 고객에게 내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경험을 파는’ 기업이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의 요가복 전문업체 룰루레몬(Lululemon)이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요가복만 파는 것을 자신들의 목적으로 두지 않고 매장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가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룰루레몬과 친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고객의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기업으로는 현대카드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고객 전용 공간인 ‘슈퍼콘서트’, ‘디자인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을 준비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기존 신용카드사들은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혜택만으로 경쟁하고 있었지만, 현대카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가 꼭 그래야만 해?’라는 생각이 들도록 새로운 전략을 폈습니다.”

*김원중 이사 프로필

2006~2009 한국P&G PR 매니저

2009~2013 인터브랜드 전략컨설팅팀 컨설턴트

2013~2015 인터브랜드 전략컨설팅팀 팀장

2016~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기획팀 총괄이사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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