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양 전란이 끝나고 3개월쯤 지난 시점인 선조 32년(1599) 2월에 오종도(吳宗道)가 전쟁 후 복구에 대해 게첩을 올린다. 오종도는 명(明)나라 장군인 송응창(宋應昌)의 부하로 조선에 파견된 관리다. “조선의 형세가 마치 사람의 종양이 금방 터져 기혈(氣血)이 다 허한 것과 같으니 반드시 약성이 순한 인삼(人蔘)과 백출(白朮)을 복용케 하여 원기가 충실하게 해야 비로소 회복할 수 있으며, 만약 용렬한 의원이 약성이 강한 망초(芒硝)와 대황(大黃)을 잘못 투여한다면 필시 즉사할 것입니다.” 라고 해서 상을 내려서 위무하는 것이 형벌로 다스리는 것 보다 낫다는 간언을 하고 있다. 영조 5년(1729) 주강(晝講) 때도 이종성이 “무너진 기강(紀綱)은 단시일에 진작(振作)시키고 쇄신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원기(元氣)를 양성(養成)하듯이 매일 한 가지씩 선정(善政)을 베푸시고 급작스레 여러 일을 벌이면 원기(元氣)가 쇠약한 환자에게 대황(大黃)과 망초(芒硝)를 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렇듯이 대황과 망초는 응급할 때만 쓰야 하며 기력이 쇠한 사람에게는 절대 쓸 수 없음을 사료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동의보감 해독문(解毒門) 구제중독방(救諸中毒方)에 망초를 감초달인 물에 타서 설사시킨다고 나와 있다. 식중독이나 독극물을 먹었을 때 그 내용물을 몸 안에 두지 않고 빨리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응급으로 조치를 취하라는 뜻이다. 망초는 황산나트륨 결정 속에 10개의 물을 머금고 있는 형태를 띤다. 망초는 질에 따라 박초, 망초, 현명분으로 나뉜다. 박초는 정제되지 않은 자연 상태라 잡질이 비교적 많고 거칠다. 망초는 자연 상태의 박초(朴硝)를 정제해서 사용하며 잡질이 없이 순수한 망초 덩어리로 사하작용이 강하다. 망초를 더욱 정제해서 노인이나 허약자에게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현명분(玄明粉)이다. 현명분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망초와 같은 양의 무를 썰어서 물에 넣고 무가 익을 때까지 끓여 걸러서 찌꺼기를 버린 다음 거른 물을 식히면 망초결정을 얻을 수 있다. 저온에서 말린 다음 망초의 양의 1/8만큼 감초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망초와 현명분은 내복할 수 있지만 박초는 외용으로만 사용한다. 현명분은 가루약으로 간혹 인후병이나 구창에 바르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한다.

망초의 성질은 차고 독은 없으며 맛은 쓰고 짜다.(寒無毒鹹苦) 위장과 대장으로 약효가 흘러 들어간다. 성질이 찬 것은 위장과 대소장의 조열(燥熱)을 식히고 쓴맛은 설사해서 대변으로 쏟게 한다. 산모가 산달에 이르면 아이가 대장을 짓누르는 관계로 대변이 잘 안 나올 때가 있다. 이 때 ‘마그밀’을 복용하는 데 마그네슘의 쓴맛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짠맛은 연견산결(軟堅散結)하는 특징이 있다. 김장할 때 배추에 소금을 뿌리고 놔두면 배추가 숨이 죽어 흐느적거린다. 도로에 소금을 뿌리면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 딱딱한 것을 누그러뜨리는 것을 연견(軟堅)작용이라고 한다. 대변이 건조해지고 딱딱하게 굳었을 때는 당연히 대황(大黃)과 함께 쓴다. 상한론(傷寒論)에 망초가 들어간 처방이 6개인데 그 중에 5개는 대황과 함께 썼으며, 금궤요략(金匱要略)에는 망초가 들어간 처방이 4개인데 그 중 3개가 대황과 함께 쓰였다. 망초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으며 항상 대황과 함께 그 약효가 발현됨을 알 수 있다. 주로 쓰이는 데는 변비(便秘)다. 그리고 혀가 종이 짝처럼 얇을 정도로 혓바닥이 바싹 말라 건조하고 헛소리를 할 때 사용된다. 이 때의 헛소리를 섬어(譫語)라고 한다.

대황과 망초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대황을 써야할 곳은 배가 아프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번조(煩躁)증상이 있을 때인 반면 망초를 써야할 때는 뱃속에 굳은 변이 들어 있어 누르면 두들 두들 하게 자갈돌 같은 것이 손에 닿고 아울러 설태(혀 위를 덮고 있는 이끼)는 두껍고 메마르면서 물기가 없고 말을 할 때 혀가 재대로 돌아가지 않는 증상이 있을 때다. 성질이 너무 차므로 비위장이 차서 배탈이 잘 나는 사람은 복용을 금지한다. 망초의 훑어 내리는 성질 때문에 태아가 아래로 내려와 낙태될 수 있으므로 임신금기약으로 분류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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