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무릎 전문의가 볼 때, 무릎 병은 정말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진료와 치료 경험상 그렇다는 뜻이다. 환자들의 말을 종합해서 공식으로 만들어보면 대략 이런 순서라고 할 수 있다. ①평소에 아무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운동도 잘 하던 활기찬 사람이 운동을 하다가 왠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②쉬면 좋아진다. ③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는 쉬어도 뭔가 완전하지 않은 것 같은 증상과 느낌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보겠다. 진료실에 40대 후반 환자가 찾아왔다. 미리 검사해놓은 X-ray를 보니 한쪽 무릎은 이전에 이미 인대파열로 수술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반대쪽 무릎은 건강해 보인다. 이런 경우, 무릎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은 흔히 이전에 수술한 쪽이 아파서 왔겠거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릎 진료를 오래한 전문의들은 50대 50의 확률이라는 판단을 한다. 즉, 이전에 수술한 곳의 반대쪽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필시 가벼운 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환자도 그랬다.

“어느 쪽이 아프세요?” “네, 이전에 오른쪽 무릎을 수술했었어요. 3-4년 정도 관리를 잘 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몇 주 전부터 왼쪽 무릎이 아프네요, 좀 쉬면 괜찮기는 한데 혹시나 걱정이 돼서 진료를 보러 왔어요.” 왼쪽 무릎을 검진대에 올리고 촉진을 했다. 살짝 부어있다. “혹시 무릎이 부은 것은 아시고 계셨나요?” “아니요, 부었나요?”

대부분 환자는 자신의 무릎이 조금 부은 것은 눈치를 못 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릎이 부었다는 것은 전문의 입장에서는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추가적인 촉진을 마치고 말했다. “네, 지금 무릎 상태에서는 정밀검사인 MRI가 필요해 보입니다. 촉진상으로는 연골판 파열의 가능성이 높아보여서요.”

MRI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했다. 아니길 바랐지만 걱정했던 것처럼 연골판이 찢어져 있었다. 이제부터가 사실 걱정이다. 크게 심각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고 온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고 차분하게 치료를 진행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연골판이 찢어진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후의 치료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러면 반드시 돌아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대체 이 무릎이 왜 이렇게 나빠졌을까요?”

이런 환자분은 일반적으로 많은 무릎 노화의 함정 중 하나에 걸려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식과는 달리, 한 쪽 무릎을 수술한 뒤에 무릎의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이전과 같은 건강한 무릎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수술한 의사가 설명을 안 해서 모를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없어졌을 수도 있지만. 어떤 치료를 했든지 건강할 때보다는 약해진 상태가 되었다는 듯이다. 단지 일상생활을 잘 해나갈 정도의 상태로 회복된 것일 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그 쪽 무릎의 근육을 예전보다 더욱 강하게 만들지 않으면 그 약한 상태는 지속된다. 그런데 수술한 무릎 근육은 생각보다 잘 안 커진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함정이다. 그래서 상당히 열심히 재활하지 않으면 다치기 이전의 무릎에 비해 70%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태로 예전 같은 생활로 돌아가면 반드시 반대쪽 무릎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된다. 즉, 반대쪽 무릎은 알게 모르게 부담을 점점 크게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나면 반대쪽 무릎 속의 건강한 연골들도 빨리 나이가 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환자분 같은 경우는 한 번 무릎 수술을 했기 때문에 다시 예전보다 건강한 무릎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컸던 모양이다. 이런 의욕이 다소 부담스러운 무릎운동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장시간 러닝, 무리한 스쿼트, 다짜고짜 수 십층 계단 오르기 등등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뜻.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가 무릎에 무조건 좋다고 알고있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양측 무릎 근육 불균형이 있는 경우,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양을 늘리거나 앞뒤에 부하를 많이 주는 이런 운동을 자주 많이 하게 되면 반드시 균형이 맞지 않는 쪽으로의 무릎 노화를 촉진시킨다. 병을 부르고 키우게 된다는 뜻이다.

이쯤 해서 연골판 파열을 노화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연골판이 찢어지려면 큰 충격이 있어야만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50대 이후에 발생하는 연골판 파열은 아주 많은 경우에 노화 때문이다. 연골판 조직은 부하되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섬유조직이 촘촘히 짜여진 모양의 연골판은 이런 역할을 하기에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섬유조직이 그렇듯 많이 사용하면 결국 낡고 닳게 된다. 그래서 늘 하던 일이고 운동이지만 계속 반복되면 결국 잘 사용하던 연골판을 갈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무릎 노화의 함정이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 다음주 2편에서 계속됩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