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현풍장터는 100년 세월을 자랑하는 큰 시장이다. 장터의 따끈한 겨울 별미는 수구레 국밥이다. 상설 시장이 들어선 뒤에도 수구레국밥집은 시장 모퉁이에 골목을 형성하며 구수한 냄새를 뿜어낸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그립다. 수구레 국밥은 매 끝자리 5, 10일에 들어서는 현풍장날이면 맛 볼 수 있던 장터 사람들의 음식이다.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 국물에 꼬들꼬들 씹히는 푸짐한 고깃 덩어리는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현풍시장에서는 식당 10여곳이 수십년 전통의 수구레 국밥집 타이틀을 내걸고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던 이곳 장터사람들에게는 수구레 국밥 한 그릇은 추위를 달래는 귀한 먹을거리였다.

100년 세월을 간직한 장터

현풍장터는 그 유래가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장이 섰으니 100년 가까운 세월을 간직한 셈이다. 장터 인근에는 1980년대까지 우시장이 들어섰는데, 이곳 수구레 국밥이 명성을 얻고 자리를 정착한데는 우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 창녕, 고령 등지에서도 현풍까지 소를 끌고 장을 보러 왔다.

최근까지 문을 여는 식당들은 우시장이 있을 때부터 국밥집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30년, 50년 전통, 대를 이은 국밥집 등 내걸린 간판에서도 세월의 온기가 묻어난다. 현풍지역 사람들은 수구레라는 이름대신 ‘소구레’로 부르는데 국밥집 간판들도 대부분 ‘소구레’로 명기돼 있다.

국밥집 앞에는 대부분 커다란 가마솥이 모락모락 연기를 뿜으며 끓고 있다.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국물을 우려낸다.

우시장에서 도깨비시장 변신

국밥으로 배를 채웠으면 현풍 장터 구경에 나설 차례다. 매 끝자리 5, 10일에 들어서는 현풍장은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외곽의 현풍천까지 좌판이 벌어질 정도로 규모가 제법 크다. 골목을 돌아서면 뻥튀기 장수가 있고, 내륙 지방에서는 귀한 생선 파는 좌판이 펼쳐져 있는 흥겨운 모양새다.

사람과 소로 북적거리던 시장은 인구감소와 교통 환경 변화로 쇠락의 길을 걷다 2010년 현대화 시설을 갖추며 재단장하게 된다. 2012년에는 전통문화와 토속적인 도깨비를 테마로 한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 현풍장터에는 배고플 때마다 근심과 걱정을 먹고 사는 도깨비들이 있었고, 상인들에게 손님들 데려다 주거나 신기한 물건을 거네 주고 근심, 걱정과 맞바꿨다는 사연이 내려온다. 시장 공원터에는 도깨비 마스코트인 현이와 풍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으며 시장 안쪽에 들어서면 도깨비빵가게가 들어서 친근함을 더한다.

장터 구경을 마쳤으면 달성군의 유서 깊은 관광지인 도동서원을 방문해 본다. 서원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도동서원은 도학의 창시자인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서원으로 우리나라 5대 서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서원의 옛 담장은 전국 최초로 담장이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서원 앞에는 400년된 은행나무가 있어 기품을 높인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동서울터미널에서 현풍까지 시외버스가 오간다. 3시간 30분 소요. 대구에서도 현풍읍내까지 수시로 버스가 다닌다.

▲음식=현대식장, 십이리할매 식당, 이방아지매 식당 등이 장터에서 꽤 오래기간 수구레를 팔아왔던 터줏대감 가게들이다. 수구레는 얇고 푸석푸석한 것보다는 두툼한 게 더 맛좋은 질감을 선사한다.

▲기타정보=달성군의 비슬산 자연휴양림은 겨울이면 얼음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계곡가에 얼음조각작품, 얼음동굴 등이 조성돼 가족들이 신나는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다. 비슬산은 108개의 석탑이 들어선 유가사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