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현대차·현대모비스 주목…연료전지·부품 제조업체 각광받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17일 2040년까지 620만대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이하 수소차) 누적 생산량 달성 목표 등을 골자로 담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차와 함께 수소차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그리고 수소충전소 등이다. 이른바 수소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소차도 점차 보급될 전망이다. 수소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어떤 기업들이 각광을 받을지 알아봤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매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지난달 ‘한국 수소산업 로드맵 보고서’를 발표하고 수소에너지가 한국이 미래 청정에너지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는 내용과 더불어 2050년 수소가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21%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또한 수소 생산, 유통 과정에 따른 파생 효과로 연간 약 6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으며, 수소 및 관련 장비 판매로 약 70조 원의 경제효과가 동반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차는 일반적인 휘발유 대신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고 공해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궁극적인 친환경자동차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양산 능력을 확보하고 수소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에 앞장서고 있다. 수소차 시장이 확대되면 수소차 생산 업체뿐 아니라 수소차 부품 업체들의 역할도 커지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의미 있다”며 “수소의 생산과 저장 방법에는 한계점도 있지만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수소차 관련 주식 종목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수소차 핵심부품 생산기업으로 연료탱크를 만드는 일진다이아, 공기조절장치를 만드는 한온시스템, 히터를 만드는 우리산업, 공기압축기를 만드는 뉴로스, 콘덴서를 만드는 뉴인텍, 컨버터를 제조하는 삼화전자 등을 꼽은 바 있다. 또한 수소충전소 구축 관련 기업으로 효성중공업, 이엠코리아, 제이엔케이히터 등이 거론됐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의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모비스, 현대차, 한온시스템, S&T모티브 등의 기업을 수소차 관련주로 추천했다. 특히 유 연구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소차 양산에 들어가는 한국과 더불어 주요 자동차 시장인 일본, 미국,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수소산업의 빠른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소차의 양산업체, 부품업체들은 수혜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유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2018년 12월 발표한 ‘FCEV(수소차) 비전 2030’에 주목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2030년 수소 스택(Stack: 공기 장치, 수소 공급 장치, 열·물 관리 장치로 구성된 수소차 핵심 부품) 생산 능력을 연간 70만대로 계획한 것이다. 이 중 수소차 탑재용으로 50만대, 드론(원격 조종 무인 비행체) 등 기타사업에서 연 20만대 규모로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수소차는 수소 스택과 주변 부품들로 구성되며, 현대모비스가 설계할 수소 스택 가격은 2025년경에 1대당 20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와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10월 인천광역시청에서 '수소전기차 보급 활성화와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했다.(현대자동차)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문(전력제어기, 전기차 탑재형 양방향 충전기) 매출액은 2025년에는 약 9조 원, 2030년에는 15조 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게 유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밖에 유 연구원은 현대차의 수소차 ‘NEXO(넥쏘)’ 출시에 따른 부품 공급 확대가 예상되는 한온시스템, 수소차에 구동모터를 공급하는 S&T모티브를 수소차 관련 주요 기업으로 선정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는 미래 산업의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직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사업성이 있어서라기보다 미래 성장동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수익을 낼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연간 25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당장 확산시키기에는 어렵다. 특히 수소차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출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존재한다. 현대차는 2021년경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수소차의 콘셉트 차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수소차 관련주 중에서 현대모비스를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수소연료전지 모듈 등 수소차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차 관련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소차 관련주에 대해 “수소차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많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 에스퓨얼셀 같은 기업은 지난 12월부터 주주들의 기대감이 올라와 있다. 정부 정책과 지원이 제일 중요한 시점인데, 우리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수소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이 말한 에스퓨얼셀은 2014년 설립돼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업체다. 에스퓨얼셀은 2017년 매출 203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으로 1년 전인 2016년 매출 100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보다 눈에 띄게 성장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이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차 확산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당장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게 문제다. 수소 충전소도 부족하고 차량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자동차(내연기관과 모터를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전기차 등의 보급 후에는 수소차가 친환경 차량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는 부생수소(석유 화합물을 생산하면서 나온 부산물)를 연료로 활용하기에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도 깨끗한 편이다.”

장 연구원은 또 “수소차는 연료전지 자체가 비싸긴 하지만 트럭이나 버스에 사용한다면 더욱 가치 있다. 수소연료전지 비용은 늘지 않고 자동차 설계 과정에서 수소 저장 탱크 용량만 늘려주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여야 가리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수소차 로드맵을 기획하고 있다”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수소차 관련 업체들에 대해 5~10년 정도의 장기적인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이 북미 10대 엔진에 선정되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현대자동차)

[박스]수소차, 어떤 구동원리로 도로 위 달릴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어떤 원리로 도로 위를 주행할까.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휘발유나 경유 등의 연료를 폭발시킨 힘으로 구동축을 돌리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전기모터가 구동축을 돌리도록 한다. 구동축을 돌릴 때 전기모터가 돌아가도록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동력을 공급한다.

수소차는 차량 외부에서 흡입된 공기를 필터를 통과시켜 산소로 만들어낸다. 이 산소를 차내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전기발생장치인 연료전지 스택에서 결합한다. 이때 연료로 투입되는 수소는 산소와의 결합을 통해 물을 생성한다.

수소차의 연료전지 음극에 수소를 흘리고 양극에 산소를 공급하면 음극에서 수소분자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된다. 또 분리된 수소이온은 다시 이동해 양극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을 거쳐 두 전극 사이에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에너지로 모터가 돌아가면서 차량이 구동된다.

양극에서는 수소이온과 산소가 결합해 부산물로 물(수증기)이 생긴다. 수소차는 물 외에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자동차’로 불린다.

수소차는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된다는 점에서 전기자동차(EV)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사용하는 전지의 구조는 다르다. 전기차에는 전기를 공급하고 충전하는 2차전지가 들어간다. 또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야 하지만 수소차는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울러 수소차는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는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연료로 쓰기에 환경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볼 수 없다.

수소차의 충전은 차량 내 수소탱크에 수소가스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차가 내놓은 수소차 ‘넥쏘(NEXO)’의 경우 고효율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해 5분간 충전하면 609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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